운영멤버들의 7월 월간 안전가옥은 "2020년 상반기 나의 최애 캐릭터"라는 주제로 작성되었습니다.
안전가옥에서 일하는 운영멤버들이 2020년 상반기에 본 어떤 영화, TV쇼, 책, 만화, 다큐멘터리 등등에서 어떤 '최애캐'를 찾았는지 함께 살펴봐요
*대상 콘텐츠의 스포일러가 포함될 수 있습니다.
조이가 본 콘텐츠
부부의 세계
TV 시리즈
jtbc, 총 16화
출처: tv.jtbc.joins.com
올해 상반기에 본 TV 드라마 중 가장 몰입했던 작품을 꼽자면 JTBC 금토 드라마 <부부의 세계>입니다. 능력 있는 소아과 의사이자 아내와 엄마 노릇까지 척척 해냈던 주인공 지선우. 그녀의 완벽한 세계가 남편의 외도 때문에 산산조각이 나면서 인생에 엄청난 드라마가 휘몰아치죠.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불륜'은 관객을 불타오르게 하는 검증된 발화점인데요. 화력을 높이기 위해서는 그 땔감의 품질, 즉 유책배우자의 핍진성과 진상력이 매우 중요하다 하겠습니다. 지선우의 남편 이태오는 만악의 근원이자 처단의 대상으로서 자신의 역할을 톡톡히 해내죠.
그가 없는 자리에서 그를 설명하는 첫 화의 첫 장면을 떠올려 볼까요? 일터에서 귀가한 완벽한 차림새의 지선우를 따라가는 카메라는 부부의 결혼사진으로 이태오를 소개합니다. 흠, 허우대는 멀쩡하군요. 그 다음, <쥴 앤 짐> <피아니스트를 쏴라> <에덴의 동쪽> <오즈의 마법사> <시티 라이트> 등 좋은 영화인 건 알겠지만 모아 붙여 놓으니 취향을 정확히 파악하기 힘든 영화 포스터들을 지나 ‘<2007년 서울독립영화제> 감독상 트로피’가 나올 때 저는 무릎을 쳤습니다. 이 캐릭터는 찐이다. 얼른 홈페이지로 가서 인물 소개를 읽어보았습니다.
'시나리오 작업을 한다는 핑계로 결혼 후 이렇다 할만한 직업 없이 지내다가 선우의 원조로 작은 엔터테인먼트사를 차려 사장이란 직함을 얻었다. 지자체에서 주관하는 각종 공연 및 이벤트를 수주받아 근근이 유지해 오는 중. 현재는 지자체의 문화진흥기금을 지원받아 영화제작을 추진 중...(중략)...시나리오 개발보다는 제작지원금 유치에 더 열을 올리는 모양새...(중략)..능력보다 야망이 크다...(하략)'
영화판을 모른다 해도 어떤 사람인지 손에 잡힐 듯 그려지지 않나요? 이 캐릭터의 성격을 구체적으로 보여주는 행동도 1화에서 모두 제시됩니다. 갈비찜을 손으로 뜯어먹으며 국물을 뚝뚝 흘리는 무신경함, 권력자 앞에서의 비굴함, 아내에 대한 열등감...이런 남자가 불륜을 저지르면 그 추잡함이 끝까지 갈 수밖에 없겠죠? 이 강력한 진상력에 대응해 행복을 쟁취해야 하는 주인공의 행보가 얼마나 처절하고 흥미진진하겠습니까.
현실에 있을 법하면서도 밉상의 엑기스를 농축한 불륜남 캐릭터는 3,40대 여성 시청자를 타깃으로 하는 드라마에서 매우 중요합니다. 시청자의 감정 이입이 어마어마하거든요. 어디서 본 거 같고, 안 봤어도 알 거 같은 익숙한 악역에겐 미움을 구체적으로 투사할 수 있습니다. 당연히 이야기에 대한 감상도 구체적인 언어로 빠르게 확산할 수밖에요.
'완벽했다, 나를 둘러싼 모든 것들이 완벽했다.'라는 지선우의 내레이션으로 시작되는 1화는 그녀가 자신을 둘러싼 허위를 알아챈 순간 내레이션의 의미가 뒤바뀌며 엔딩을 맞습니다. 사실 남편의 이기적인 행동거지는 이전부터 똑같았을 테고, 그렇다면 결혼생활이 완벽했을 리가 없잖아요? 무의식적으로 덮어뒀던 문제를 직시하는 순간, 한 사람의 이야기는 새로 쓰입니다. ‘치정 멜로’에서는 ‘불륜을 저지르는 자’는 그 빗장을 열어젖히는 키가 되는 셈이죠.
월간 안전가옥 한 달에 한 번, 안전가옥 멤버들이 이 달의 생각을 이야기합니다.
운영멤버 조이
"<아내의 유혹>의 정교빈, <내 남자의 여자>의 홍준표...나름 전통이 있는 TV 드라마 불륜남 계보에서 올타임 넘버원은 장진구라고 생각합니다. 정성주 작가의 명작 <아줌마> 세 글자만 기억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