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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리 익스프레스

작성자
조예은
분류
파트너멤버
코로나 때문에 나돌아다니지 않게 된지 일주일 째. 나는 심심함에 몸부림치고 있었다. 사실 해야할 일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니었는데, 왜 사람은 시간이 많을수록 더 게으름을 피우게 되는 걸까? 충분히 부여된 시간을 분단위로 알차게 활용할 줄 아는 사람이었다면 나는 지금보다 백배, 아니 천배는 훌륭한 사람이 되어있었을 것이다.
어쨌든, 나는 ‘집순이’, ‘집돌이’ 라는 말이 퍼지기 시작한 이래로 근 팔 년을 내가 틀림없는 ‘집순이’라고 생각하며 살았다. 그런데 이번 사태를 통해 알아버린 것이다. 내가 집순이가 아니었다는 사실을. 스물여덟살이 되어서야, 엄청난 전염성의 감염병 때문에 반 강제적으로 진짜 집순이의 생활을 겪고 나서야 깨달았다. 나는 집순이가 아니었다!
그렇게 외부활동을 최대한 줄이고서 집에만 있다보니 온몸이 근질거렸다. 어떤 흐름을 타고 갔는지는 불분명하지만, 내가 심심함의 돌파구로 찾아낸 것은 인터넷 쇼핑이었다. 코로나 때문에 파투난 3월의 해외여행을 대신하여 언젠가 가게될 (언제가 될지는 모르지만)… 미래의 휴양지에서 입을 옷을 찾아 나는 인터넷을 돌아다녔다.
하지만 모두가 알다시피, 내 눈에 예뻐 보이는 건 남들 눈에도 예쁘다. 그리고 그런건 대부분 비싸다.
겨울이라면 그 한계를 광장 구제시장에서 돌파했겠으나, 빈티지는 s/s시즌엔 별로다. 그렇게 또 타고 타고 들어가다가 ‘알리 익스프레스’에 가입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원피스 다섯벌에 십만원이 채 되지 않는 놀라운 가성비에 나는 충격을 받았다.
약간 반 흥분 상태로 이틀을 꼬박 알리에서 살았다. 추천 알고리즘도 어찌나 용한지, 하나를 장바구니에 담으면 함께 추천해주는 옷들도 하나같이 마음에 들었다. 그렇게 풍성해진 장바구니를 보며 흡족한 미소를 짓던 나는 결제 직전, 잠시 알리 어플에서 나와 인스타를 둘러보았는데 여기서 더한 충격을 받고 말았다. 인스타의 추천 알고리즘에 뜬 어떤 브랜드의 옷이, 내가 장바구니에 담아둔 옷들과 정말 100% 유사했기 때문이다.
한마디로, 짭이었다. 이제 막 뜨기 시작하는 각종 스트릿 브랜드들은 저작권 의식이 저세상 간 알리 판매자들의 주된 타깃이었던 것이다. 아예 몰랐다면 모를까, 알게된 이상 이것들을 살 수는 없었다. 나는 깔끔히 장바구니들을 삭제했다. 지난 이틀간의 노력이 허무했지만, 덕분에 취향의 브랜드를 발견했으니 나쁘지 않다 싶었다. 결제 직전에 알았다는 사실이 천만 다행이기도 하고. 알리에서는 결국 아프리카 기념품들을 모아 파는 판매자에게서 귀여운 목걸이를 하나 샀다. 단돈 육천원. 배송이 되려면 한참 걸리겠지만, 무사히 도착하길 바란다.
이 해프닝에서 알게된 사실이 하나 더 있다. 내 취향이 상당히 한결같다는 거다. 각자 다른 판매자에게서 옷들을 골라 담았는데, 그 모든게 한 브랜드의 카피제품이었다. 공홈에 들어가 보니 자기 색이 강한 브랜드였다. 불현듯 나도 이렇게 자기 색이 강한 사람이 되고싶다는 생각을 했다. 언제 어디서도 나임을 알아볼 수 있는 작품을 쓰고, 내 스타일이 확고한 사람이 되고싶다고. 그러려면 고민도 많이 해야하고, 많이 보고, 많이 쓰고, 어쨌든 많은 노력을 해야겠지. 간만에 의욕이 불타올랐다. 이 강제적인 집순이 생활을 꼭 알찬 시간으로 만들고야 말겠다. 내일부터는 정말 열심히 살아야지!
그리고 알리의 양심없는 카피제품 판매자들은 반성하시길… 어차피 이 글은 보지 못하겠지만 말이다.

월간 안전가옥 한 달에 한 번, 안전가옥 멤버들이 이 달의 생각을 이야기합니다.

파트너 멤버 조예은
“뜻밖의 동기부여를 당했습니다… 저는 부지런한 집순이로 다시 태어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