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이 끝나갈 즈음, 유튜브에서 어떤 영상 하나를 보게 됐어요.
<아줌마가 사연이 많아서...>로 시작하는 제목의 영상이었는데, 썸네일에 백지영 씨가 있더라고요.
잉??? 상태로 영상을 클릭했죠. 노래방 안에 중학생(아마도)인 듯한 친구가 한 명씩 앉아있고 백지영 씨가 들어 와서 노래를 하는 내용이었는데요. 친구들은 총 네 명이었고, 영상은 그 친구들의 반응을 편집 해 보여주는 방식이었어요.
영상이 시작된 지 1분이 채 지나지 않아 저는 몹시 당황하고 맙니다. 네 명의 친구들 중 백지영 씨의 얼굴을 알아보는 친구가 한 명밖에 없더라고요.
‘어... 음... 그래, 모를 수도 있지. 그럴 나이지.’ 하는 생각을 머리로는 하는데 마음으로는 도저히 납득이 안 되는 거예요.
‘아니!!! 백지영을 모르다니!!! 어? 백지영인데??? 어???’ 하는 마음의 소리를 무시하려고 애썼지만 결국 인정할 수밖에 없었어요. 그렇죠, 세대 차이인 거예요.
‘하하, 요즘 중학생들은 백지영을 모르는구나? 하하.’ 마른 웃음을 흘리다가, ‘아, 나도 그 뭣이냐 방탄소년단 얼굴은커녕 몇 명인지조차 모르잖아?’ 하는 생각이 드는 거예요. 이제 저도 어디 가서 유치원생이나 초등학생 어린이들을 만나면 ‘언니’, ‘누나’ 같은 호칭이 아니라 ‘이모’가 더 자연스러워지는 나이가 되어버렸다는 걸 새삼 깨달은 거죠.
뭐 어쨌든, 그 친구들은 세대 차이 따위의 단어는 존재하지 않는 듯한 반응을 보였어요. 그럼요, 무려 백지영 씨잖아요. 본업을 이렇게 잘하는데요.
노래를 듣는 내내 저도 그 친구들처럼 눈을 휘둥그레하게 뜨고 입만 벙긋거리다가 영상이 끝나버렸다니까요.
유튜브 알고리즘이 저에게 추천한 다음 영상은 모 남성 가수가 김경호 씨의 <금지된 사랑>을 부르는 영상이었습니다.
썸네일을 보며 전 잠시 고민했어요. 영상을 누르기 조금 망설여지더라고요. 영상 속 그분은 제 인생의 “첫 연예인” 이었던 바로 그 가수였거든요. (어쩐지 좀 쑥스러우니까 이름은 말하지 않겠어요!)
조회수가 상당히 높기에 궁금증을 참지 못하고 클릭하고 말았지만요.
(편집자: 이 분 일 듯 하여.. 그냥 제가 넣었습니다 작가님..)
어... 근데... 금지된 사랑요?
노래가 시작되자마자 저는 또 한 번 당황하고 맙니다. 제가 이 노래를 처음부터 끝까지 들어본 적이 한 번도 없다는 걸 그제야 깨달았기 때문이죠. 제가 아는 부분이라곤 후렴구 두어 마디밖에 없거든요. 불과 몇 분 전과는 정반대의 방향으로 저는 또 한 번 세대 차이를 실감하고 말았습니다. 저는 이 노래 세대가 아니거든요.
‘아니, 근데 이 양반도 이 노래 세대는 아닌데?’ 하며 저의 첫 연예인이 노래하는 걸 실눈 뜨고 바라보다가, ‘아 맞다, 이 양반 밴드 보컬 출신이었지? 그치그치, 밴드 보컬들이 기량 자랑하기 좋은 노래지.’ 하는 과거의 제가 수집한 TMI를 떠올리며 영상을 감상했어요. 영상이 끝나갈 무렵에는, ‘크!!! 이 양반 간만에 본업 하시네.’ 하며 고개를 끄덕이는 것도 잊지 않았고요.
올 초에 첫 종이책을 출간한 직후에, 친구가 제게 “넌 언제까지 글 쓸 건데?”라고 물었거든요.
그때 제가 뭐랬냐면, “일 년에 한 작품씩 꼬박꼬박, 65살까지 쓰고 은퇴할 거야.” 그랬거든요? 근데 그렇게 대답한 후에 얼마간 생각을 해보니까 그런 걱정이 들더라구요.
65살까지 계속 쓴다고 쓰긴 하는데, 아무도 안 읽는 재미 없는 이야기면 어쩌지?
그 후 꽤 오랫동안 그 고민을 했던 것 같아요.
언젠가 내가 더 나이가 들고나서, 그땐 내 이야기가 너무 시대에 뒤처진 그런 얘기가 되면 어쩌지? 나보다 젊은 세대가 내 책을 보고 꼰대가 쓴 책이라고 하면 어쩌지?
앞으로의 인생이 어떻게 될지도 모르면서 그런 걱정을 한참이나 했어요. 자고 일어나면 내일이라도 당장 은퇴할 그날이 다가올 것처럼요.
어쩌면 저는 지금도 이미 (무려 신인 주제에!) 썩 트렌디한 글을 쓰는 작가는 아닌 것 같다는 생각이 종종 들기도 하고요.
그치만 뭐 별 수 있나요? 쓰고 싶은 이야기와 써야 할 이야기가 이렇게나 많은데요. 제가 무슨 힘이 있겠어요. 아직은 쓰는 즐거움이 너무 큰 걸요.
이렇게 계속 써나가고, 작가의 본업을 점점 더 잘하게 되면 은퇴할 때가 되어도 세대 차이 같은 건 느껴지지 않는 그런 작가가 될 수 있지 않을까요?
무병장수(!)해서 65살에 별 탈 없이 마지막 작품을 쓰게 된다고 가정하면 저에겐 대략 30년 하고도 몇 년의 시간이 더 남아 있어요. 지금 당장 헤아려 봤을 때 서른 가지가 넘는 이야기를 가진 건 아니지만, 예닐곱 가지는 가졌으니 앞으로 사오 년쯤은 쉬지 않고 쓸 수 있겠네요.
그러니까, 오래오래 같이 있어주세요.
함께 무병장수 해서 저랑 같이 읽고, 말하고, 생각해주세요.
제가 내년에는 더 재밌는 이야기를 짜잔! 선보일 테니까요. 아, 물론 올해가 가기 전에 몹시 무척 엄청나게 재미있는 <백조 세탁소 탐정 사무소>가 먼저 옵니다. 일단 그것부터 함께 읽기로 해요. 꼭! 같이!
월간 안전가옥 한 달에 한 번, 안전가옥 멤버들이 이 달의 생각을 이야기합니다.
파트너 멤버 이재인
“음... 이렇게 갑작스럽게 덕밍아웃을 하게 될 줄은 몰랐는데요. 그런 의미에서 다음 달엔 유구했던 별의 별 덕질의 역사를 얘기해볼까 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