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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환경을 언급하는 이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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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식물이 주류가 되고 인간이 비주류가 되는 세상을 꿈꾼다.’ 이 문장은 내 작가소개에 꼭 들어가는 문구이다. 조금 비약된 표현이기도 하다. 저런 세상은 영원히 오지 않을 테니까. 그래서 ‘꿈꾼다’라고 썼다. 책 홍보나 인터뷰, 소설에서 나는 무엇보다도 ‘환경’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한다. 어쩐지 엄청난 환경운동가가 된 것 같은 느낌이다. 부끄럽지만 나는 이렇게 큰 소리로 환경을 외칠 만큼 많은 활동을 하는 환경운동가가 아니다. 그래서 늘 부끄러움과 거짓말쟁이가 된 것 같은 창피함을 느낀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환경을 언급하는 이유는, 그 부끄러움이 나로 하여금 조금이라도 더 환경을 생각하게 하고, 그렇게 행동하도록 만들기 때문이다.
환경을 보존해야 한다는 생각은 많이들 하지만 어렵다. 왜냐하면 우리가 접하는 환경운동의 모습은 가장 선두에 선 사람들의 열정적인 모습들이기 때문이다. 투쟁과 운동으로 동물을 구조하고, 직접 씨앗을 심는 사람들. 그런 사람들 앞에서 나는 하염없이 작아지고 부끄러워진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내가 할 수 있는 환경운동’에 대해 끊임없이 고민하는 것이다. 나는 북극곰을 살리거나 그물에 걸린 거북이를 구조할 수는 없지만, 그들이 먹게 될 플라스틱은 줄일 수 있다. 아주 조금이라도 에너지를 아낄 수 있다.
나는 오랫동안 내가 적극적으로 환경운동에 참여하지 못하는 것을 부끄러워 했다. 나를 포함하여 환경을 생각하고도 앞장 서지 못하는 사람들에게 나름의 이유가 있을 것이다. 하지만 어느 순간부터, 적극적으로 참여하지 못한다는 이유로 계속 소극적인 자세를 유지하며 입을 열지 않는다면 계속 이 자리에 머물 수 밖에 없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생각했다. ‘내가 할 수 있는 걸 하자.’ 환경을 지키는 일이란, 결국 내가 불편해지는 것이므로 불편해지고자 마음 먹었다.
스스로 다짐하고 주변 사람들에게 추천하는 방법은 ‘1인 생활 쓰레기 양’을 줄이는 것이다. 오늘 하루를 살아가며, 내가 살아 온 흔적을 지구에 최대한 남기지 않는 것. 최대한 덜 쓰고, 덜 사고, 덜 가지고, 덜 낭비하는 것. 그로인해 습관처럼 써왔던 일회용품들을 쓰지 않게 된다거나 동물보호 청원에 더 관심을 가지고 귀를 기울이게 되는 것. 나의 삶이 곧 오염이라는 것을 인지하는 것이다. 당장은 불편하겠지만, 나의 편리함이 동식물에게는 죽음이 될 수 있다는 걸.
환경을 생각하지만 어쩐지 부끄러워 ‘환경을 지키자!’라는 말을 하기 부끄러운 분이 계시다면 괜찮으니 지금부터라도 떵떵 거리며 말합시다. 말은 씨가 되고 힘이 되어서, 일단 밖으로 꺼내면 어떻게든 지켜야 되니까요. 우리 모두 환경운동가가 될 수 있습니다.

월간 안전가옥 한 달에 한 번, 안전가옥 멤버들이 이 달의 생각을 이야기합니다.

파트너 멤버 천선란
“알프스산맥의 빙하에서 채취한 얼음 코어를 분석해보니, 2000년 동안 대기원 내 연간 납 함류량이 단 한 번 금강한 적이 있다. 바로 1349년-1353년 사이, 인류 역사상 최악의 전염병 페스트가 유행한 시기다. (포스트 「지구에 남을 코로나 19의 흔적」, 사이언스타임즈, 2020.05.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