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ack to School! 방학이 끝나는 3월을 맞아 운영멤버들은 "나의 학창시절 콘텐츠"에 대해 적었습니다.
라떼는(?) 이 책 안 보면 안 됐다.. 싶은 학창 시절 유행했던 콘텐츠, 예민한 사춘기 시절 나를 사로잡은 그 콘텐츠, 하지만 지금은 밝히기 싫은 그 콘텐츠! 지금의 운영멤버들을 만든 콘텐츠, 어떤 것들이었을까요?
개인적으로 굉장한 과거 여행을 했습니다. 학창 시절에 썼던 블로그를 뒤져보니 추억들이 방울방울 샘솟네요. 그때 그 시절 제가 속해있던 또래 집단(!)에게 강렬하게 유행했던 콘텐츠는 <비주얼 록(ビジュアル系)>을 꼽을 수 있을 것 같아요. 패션이나 헤어 등이 굉장히 강렬한 것이 특징이며, 음악적으로도 중2병(!) 같은 요소가 없다고는 할 수 없는데요. 비주얼 록 음악은 사운드가 실험적인 것들도 많고, 특히 가사들이 섬세해서 학생이었던 그 시절의 제 감성에 딱 내리 꽂히는 지점이 있었어요. 아티스트가 노래를 얼마나 잘 부르고 못 부르는지를 떠나서, 본인들이 진심으로 음악을 즐기고 새로운 장르를 개척해나가는 것에 대한 즐거움이 닿아와서 좋았죠. 밴드 구성원들 전부가 남자임에도 여장을 하거나, 진한 화장을 해서 섹슈얼한 면이 부각되는 점도 신선했어요. 역시... 아름다운 것은 진리입니다.
비주얼 록, 일명 V계에 한 획을 그은 대표적 밴드 <말리스 미제르>.
좋아했던 비주얼 록 그룹들은 많지만(<말리스 미제르>, <라르크앙시엘>, <가제트>, <카나>, <디르앙 그레이>, <시도> 등...) 그 중에서도 친구들과 <무크(MUCC)>라는 그룹에 정말 흠뻑 빠져있었어요. 타츠로(보컬), 미야(기타), 유케(베이스), 사토치(드럼)의 네 명으로 이루어진 비주얼계 록밴드인데요. 2020년인 지금에는 해산하고 활동 중지를 한 비주얼 록 밴드가 많지만 아직까지도 현재진행형 활동을 하고 있는 그룹이기도 해요.
비주얼 록 밴드 <무크(MUCC)>의 초기 밴드 비주얼. 현재는 컨셉이 많이 얌전해졌죠.
특히 보컬인 타츠로의 호소력 짙으면서도 광기 어린 목소리를 굉장히 좋아했고, 그중에서도 노래 <마음이 없는 거리(ココロノナイマチ)>는 아직도 외우고 있답니다. <잠에서 깨어나는 건 오늘도 최악 / 밤늦게까지 텔레비전을 너무 본 탓에 / 흥얼거리던 노래가 도중에 생각나지 않아. 뭐였더라? / 멈춰 서면 뒤처지는 이 거리에서 무엇을 잃고 무엇을 빼앗겼지?> 같은 가사에서 느껴지는 음울함과 네거티브함에 저항할 수 없는 매력(!)을 느꼈던 것 같아요. 물론 제 부모님을 포함한 대부분의 사람들은 비주얼 록을 보고 징그럽다고, 이게 뭐냐고 손가락질 하긴 했지만요.
제게 학창시절은 찬란하게 빛나는 만큼 그림자도 짙은 시절이었습니다. '학교'라는 이름 아래 만들어진 하나의 세계 속에서 보내는 일상들이 무조건 반짝반짝하기만 한 건 아니니까요. 20대 인생의 모든 것이 결정 난다는 수능에 대한 압박감이나 머리 아픈 교내 인간 관계에 대한 고민, 일명 <교실 카스트>라 불리는 학생들 간의 보이지 않는 계급제 안에서 어찌보면 '살아남아야 하는 곳'이기에 스트레스나 우울증도 뗄래야 뗄 수 없는 관계였다고 생각해요. 하지만 그 당시 제가 국내에서 주로 접했던 청춘에 대한 콘텐츠는 청소년들의 밝고 단순한 사랑 이야기가 대부분이었기 때문에, 사회나 학교 혹은 인간관계의 이면을 노래하는 비주얼 록 밴드들의 음울함에 끌렸던 것 같아요. 또 이들이 마냥 절망적인 음악을 한다기 보단<마음이 없는 거리> 가사의 마지막처럼 <싫어하는 거리의 한쪽 구석에서 조금만, 지금을 웃어보는 거야> 같은 진심 어린 격려도 받을 수 있었어요. 추가로... 그 당시 마이너한 문화였다 보니 친구들과 이런 해외 밴드를 좋아하는 나, 조금 특별할지도? 같은... 그야말로 중2병 감성에 젖어있던 걸 수도 있겠네요...
무크의 <마음이 없는 거리(ココロノナイマチ)>. 메이저로 올라갔지만 인디 시절의 팬까지 만족시켰던 명곡.
제가 비주얼 록 밴드를 좋아하면서 겪은, 선명하게 기억하는 추억이 하나 있어요. 때는 바야흐로 쏘냐의 중학교 시절... 친구들과 비주얼 록 차림을 하고 학교 축제에 참여했던 적이 있답니다(). 교복을 입은 아이들이 제 차림새를 보며 수근수근~할 때, 여태껏 저한테 일말의 관심조차 없다고 생각했던 담임 선생님께서 오셔서 한 말씀 하셨죠. "너한테 이런 열정이 있었구나. 선생님은 미처 몰랐어." 라고요.
당연히 저를 혼내시려는 줄 알았는데 뭔가 그날은 하루종일 가슴이 간질간질 했습니다. 스스로가 좋아하는 걸 좀 더 열심히 좋아하자고도 다짐했던 것 같아요. 비주얼 록을 보고 귀신 같다고, 이게 음악이냐고 욕했던 사람들도 정말 많았지만 분명 이 음악도 그날의 나, 지금의 나를 만드는 데에 한 획을 그었다는 건 틀림없는 사실이죠. 비주얼 록 계는 이런 일화를 포함해 제게 많은 영역의 감정을 가르쳐 주었다고 생각해요. 지금은 비록 관심이 식어버린 장르라 할 지라도.
영원히 사랑할 것 같던 우상(idol)을 시간의 저편에 두고 다시 걸어나오는 일은 쓸쓸하지만, 사랑은 언제나 새로운 형태로 우리를 찾아옵니다. 우리 모두 있는 힘껏, 지금 마음에 품은 것들을 사랑하고 그것이 설령 남들 보기에 조금 독특할(!)지라도, 당당해지자고요. 마지막으로... 인기 미국 드라마 <모던 패밀리>의 게이로 학창시절을 보낸 미첼이라는 캐릭터의 대사로 끝을 맺어볼게요.
"실은, 나도 학교에서 놀림을 꽤 당했단다. 애들이 날 이상한 놈이라고 불렀지. 좀 특이하긴 했어. 내가 웃기게 특이한 거 말야. 하지만... 이게 성장의 재미있는 점인데, 모두가 몇 년 동안 자신이 이상하진 않은지 전전긍긍해 하다가, 어느 날 갑자기 거의 하룻밤 만에 모두가 자신이 남들과 달라지길 원하지. 바로 그 때, 우리가 이기는 거란다."
월간 안전가옥 한 달에 한 번, 안전가옥 멤버들이 이 달의 생각을 이야기합니다.
운영멤버 쏘냐
밝고 찬란한 학창 시절의 이면에 존재하는 짙은 그림자! 성인물 뺨치는 자극적인 지점이 분명히 그곳에 있지 않을까요? 이 청춘의 어두운 감성을 제대로 표현하는 작품을... 한 번쯤 만들어보고 싶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