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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원향의 니트족이 되고 싶어

분류
가디언멤버
작성자
OU
Written by 가디언 멤버 OU
‘나...여기 가고 싶다’란 이번 안전가옥의 주제를 받고도 한참을 고민했다. 애초에 여행 자체를 안 좋아하고 어차피 도시를 좋아하는 내 성격 때문도 있고, 올해 본 콘텐츠들도 대부분 디스토피아(?)적인 내용이었기 때문에 도저히 가보고 싶은 배경들이 아니었다.
이미 지난 수년 중 2년은 뉴욕에 살기도 했고, 한달에 한두번 정도는 출장을 다녔던 지라 해외에 대한 동경이 있는 것은 아니었다. 그리고 휴양지로 생각해보자면 애초에 햇빛이 강하고 벌레가 많거나 습기가 많은 야외는 즐기지를 않아서 집에만 틀어박혀 있는 경향이 강했다(...)
결국 내가 가장 가고 싶은건 다른 곳도 아니고 우리 집. 혹은 매우 친숙한 식당에서 주변 사람들 시끄럽게 하지 않고 우리끼리 조용히 떠들 수 있는 룸에서 친한 친구들과 맛난 술, 음식을 즐기는 거다보니 이미 컨텐츠에서 찾지 않아도 내 일상에서 구현되었달까....
근데 좀 더 생각해보면 아쉬움이 없는 것은 아니다. 이러나 저러나 내성적인 성격이고 혼자 있으면서 충전하는 스타일인데 요즘 잘 그러질 못하고 있었다. 일 때문에 바쁜데도 매일 접대에 끌려다니고, 거기서 오는 스트레스를 풀기 위해 친구들과 과음하는 생활을 반복하다보니 분명히 정서적으로 고갈되고 있다.
잠깐 어디 가서 쉬고 싶어도 언제 일 관련해서 연락이 올 지 몰라 신경이 쓰이던 차에 아, 하고 ‘가고 싶은 곳’이 생각났다. 어렸을 때 좋아하던 만화 <봉신연의>를 최근에 재출간된 애장판으로 다시 만나면서 추억에 빠지는데, 새삼 후지사키가 재해석한 태상노군이 눈에 들어왔다.
속세에서 벗어나 도원향에서 공산주의...비스끄무리한 사회를 구축하고 목가적으로 살아가는 강족을 지키는 태상노군은 그야말로 내성적 인간의 꿈일 것이다. 매일매일 잠만 자면서, 심지어 그 잠을 모든 대사를 처리해주고 절대적 방어를 제공해주는 나태수트 안에서 자다니. 사실 알고보면 꿈으로 복잡한 일을 처리하고 있긴 했지만, 그것 또한 심심할 때는 좋은 일 아니겠는가.
가끔 일이 바쁘고 지칠 때 풍광 좋은 도원향에서 나태수트를 빌려 3박 4일 정도 아무것도 안 하고 폭면하면 행복하지 않을까. 그런데 또 생각해보면...그냥 서울 우리 집에서 수면보조제와 함께 폭면하면 해결되는 문제가 아닌가 싶다.
그래서 결론은, 딱히 가보고 싶은 곳이 없습니다...

월간 안전가옥 한 달에 한 번, 안전가옥 멤버들이 이 달의 생각을 이야기합니다.

가디언 멤버 OU
"요 몇 월간 안전가옥의 결론이 계속 비슷한 것을 보아하니 전 지금 제 삶에 만족도가 대단히 높고, 뭘 하고 싶은 욕망이 딱히 다는 결론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