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은 어떻게 이야기를 쓰냐는 질문을 받는다. 한 점 거짓 없이 솔직하게 굴자면 “아니 계약이 있고 마감이 있으면 어떻게든 쓰게 되는 게 후기 자본주의 사회에서 살아가는 우리 불쌍한 사람들의 모습 아니겠어요” 정도로 대답할 수 있겠지만 사람들이 바라는 대답은 아닌 것 같다. 그러한 막연한 질문을 좀 더 정교하게 정리하자면, 어떻게 소재를 찾고 그 소재로 이야기의 얼개를 구성하는지 묻는 것으로 보인다.
이야기의 소재를 찾는 방법은 여러 개가 있겠지만, 내 생각에 가장 쉽고 또 상당히 효과적인 방법은 보고 있으면 어이가 없는 뉴스를 소재로 삼는 것이다.
세상의 사람들은 상식을 가볍게 초월한 이상한 짓을 매일, 아니 매 시간마다 벌인다. 어떤 사람은 소방차가 정말 5분 내에 오는지 확인하기 위해 자기 집에 불을 지르는걸. 이런 기괴한 짓은 굳이 사회 계급과도 관련이 없는 것이, 이 글을 쓰고 있는 이번 주에만 해도 트럼프가 COVID-19의 치료제로 소독약을 몸에 주사하는 것이 어떠냐는 제안을 했고, 일본의 환경부 장관은 COVID-19 바이러스에 맞서싸우는 환경 미화원들을 돕기 위해 쓰레기봉투에 그림을 그리자고 주장했다.
세상 사람들은 정말 아무 이유 없이 이상한 짓을 한다! 카뮈의 <이방인>에서 묘사된 대로, 사람들의 행동은 극도로 부조리하다. 별다른 인과 없이 갑자기 떠오른 충동대로 행동한다. 사람들은 별다른 근거 없이 자신의 삶에 치명적일 수도 있는 선택을 한다. 가끔은, 어떤 행동이 우리를 필연적인 파멸로 이끌리라는 것을 잘 알면서도 별 것 아닌 이유로 그런 행동을 한다. 시험 기간에 대학교 근처의 술집으로 가면 흐뭇한 예시들을 많이 볼 수 있다.
하지만 이야기는 다르다. 우리는 그 기괴한 짓에 그럴싸하고 이해 가능한 이유를 만들어 줘야 한다. 사람들은 대부분 지극히 혼란한 존재이지만, 이야기 속의 사람은 논리적인 존재여야만 한다. 왜냐하면 사람들은 자신이 과거의 사건들과 타고난 기질을 통해 설명 가능한 논리적인 존재라고 믿고, 또 타인도 그러리라고 가정하기 때문이다. 이야기는 그러한 사람들의 바람을 이뤄주는 데 봉사해야 한다.
트럼프가 소독제를 핏줄에 주사하면 COVID-19를 치료할 수 있으리라고 말한 것은 대단한 이유 때문이 아니라 그냥 그의 멍청한 두뇌가 혼란하게 소용돌이 치는 와중에 발한 잡념에 지나지 않겠지. 하지만 이야기를 쓸 때는 그가 대단히 악랄한 존재고 일부러 미국 공중보건에 무리를 가하고자 하는 분명한 의도가 있다는 식으로 과거를 깔아주어야 사람들이 납득하고 더 좋아할 것이다.
이렇게 인물을 만들 때 정신분석학을 써먹는 것이 도움이 될 수 있다. 정신분석학에서는 사람이 행동할 때 있어 기저에 있는 무의식이 아주 커다란 영향을 미친다고 주장하는데, 이 무의식이 과거의 사건들과 기질이 구성하는 대단히 논리적인 구조기 때문이다. 물론 정신분석이 과학적 회의주의로 상당히 공격을 받긴 하지만, 이야기에 필요한 것은 이야기의 내적 정합성이지 외적 정합성이 아니다. 이야기 속 세계가 논리적이고 맞아떨어진다면 충분하다. 이야기는 굳이 우리가 사는 세계, 즉 외부의 거울상일 필요는 없다.
월간 안전가옥 한 달에 한 번, 안전가옥 멤버들이 이 달의 생각을 이야기합니다.
파트너 멤버 심너울
“소소하지만 상당히 중요한 팁: 머그컵에 물 조금, 식초 살짝, 달걀 깨 넣고 전자레인지에 1분 20초면 훌륭한 수란이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