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의 첫 번째 월간 안전가옥, 운영멤버들은 "2021년 내가 가장 간절히 기다리고 있는 콘텐츠"에 대해 적었습니다.
올해는 영화관에서, 서점에서, TV에서, 혹은 좀 더 새로운 방식으로 독자와 관객을 찾아갈 준비를 하고 있는 콘텐츠들이 줄지어 우리를 기다리고 있다는데요. 운영멤버들은 그 중 어떤 콘텐츠를 제일 기다리고 있는지 들어보세요.
제가 작년에 가장 기대했던 작품은 드니 빌뇌브 감독의 신작인 <듄(Dune)> 이었습니다. 다만 이 작품도 코로나 19 상황을 피해갈 수 없던 터라 여러 차례 개봉 연기가 되었고, 12월 말에 한다는 말도 있었지만 결국 올해로 넘어왔습니다. 그것도 하반기에나 개봉한다고 합니다. 그렇기에 올해에도 여전히 제가 가장 기대하고 기다리는 작품은 <듄>입니다. 이미 기다림이 길었지만, 그리고 더 길어져서 매우 아쉽지만 그럼에도 언젠가 극장에서 그것도 마스크를 벗고 볼 수 있을 거라고 희망찬 상상을 해보고 있습니다.
<듄>을 기대하는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습니다. 그 중 첫 번째는 감독입니다. 드니 빌뇌브 감독은 익히 알려진 것처럼 그동안 본인만의 독특한 연출 방식과 스토리텔링 기법으로 평단은 물론 대중들의 사랑을 받아 온 감독이지요. 필모그래피가 워낙 훌륭하니 현재 영화판에서 작품에 대해 전권을 가지고 작업을 할 수 있는 아주 극소수의 감독이기도 합니다. 특히 그의 최근작들을 살펴보면 테드 창 원작 소설을 바탕으로 한 <컨택트> 원제(Arrival), 흥행은 조금 아쉽지만 그래도 좋은 평가를 받은 SF 고전 명작 <블레이드 러너>의 후속작 <블레이드 러너 2049> 그리고 <듄>으로 SF 영화를 연속적으로 연출하고 있다 보니 장르에 대한 이해와 깊이가 더욱 더해져서 나오지 않을까 라는 기대가 있습니다.
사실 아주 오래전에 나온 이 원작은 워낙 거대한 볼륨을 지닌 소설이다 보니 그동안 영상화를 진행 함에 있어 대단히 많은 어려움과 사연들이 있었는데요. 그중에서도 첫 번째 사례는 가장 유명한 실패이자 어떻게 보면 SF영화 발전에 나비효과를 가지고 온 시도였습니다. 칠레 출신의 세계적인 감독이자 괴짜라고 볼 수 있는 알레한드로 조도로프스키 감독이 <듄>을 영화화하려고 했었습니다. 특히 조도로프스키 감독이 <듄>을 영화로 하고자 했던 시도들과 그 과정들을 보면 너무 거대한 농담처럼 어이가 없을 정도이자 이런 실패담을 실패라고 볼 수 있을까입니다. 이 과정에 대한 건 <조도로프스키의 듄>이라는 다큐가 나올 정도입니다.
예를 들어 조도로프스키 감독은 프랑스 만화계의 거장 뫼비우스를 불러 듄의 스토리 보드를 그리고, 무려 살바도로 달리와 오손 웰스 그리고 믹 재거를 캐스팅 했고, 음악에는 핑크 플로이드, 어둡고 환상적이지만 기괴한 스위스의 화가 H.R. 기거가 콘셉 아트를 담당했습니다. 아무튼 조도로프스키 감독은 그야말로 광기와 집착으로 작품을 만들려고 했고, 최소 12시간, 최대 16시간의 러닝타임을 고수하다 결국 판권 만료 및 제작비 초과로 <듄>의 영화화를 접고 맙니다. 이후 기거의 그림은 리들리 스콧을 만나 <에일리언>의 모태가 되는 그림을 그리기도 하지요.
이후 80년대에 <이레이저 헤드>와 <엘리펀트 맨>으로 촉망받는 신인 감독인 데이비드 린치가 <듄>을 맡게 됩니다. 사실 저는 한때 데이비드 린치 감독을 엄청 좋아했었어요. <트윈 픽스>는 물론 <멀홀랜드 드라이브>, <블루 벨벳> 모두 좋아했습니다. 그런데 린치 감독이 <듄>을 만들었던 것 전혀 몰랐었습니다! 찾아보니 린치 감독은 듄을 본인의 엄청난 흑역사로 생각하고 있다고 하더군요. 원작 팬들에게 꽤 욕을 먹었는데, 그게 린치 감독도 듄을 2시간 안에 들어가는 이야기가 아니라고 판단하여 그보다 더 긴 러닝타임으로 만들었는데 제작사에서 상의도 하지 않고 마구 편집하여 상영했다고 하더군요.
그 뒤에도 듄은 린치 감독의 영화를 기반으로 여러 차례 리메이크가 시도되었습니다. <핸콕>의 피터 버그가 오랫동안 들고 있었고, 그가 하차하자 <테이큰>의 피에르 모렐에게 프로젝트가 갔지만 그 뒤에도 프로젝트는 난항을 겪었습니다. 아주 오랜 기간동안 판권을 소유하고 영화화를 포기하지 않던 파라마운트는 결국 판권을 반납하고, 이 판권은 배트맨 트릴로지와 <인터스텔라> 등을 제작한 레전더리 픽처스가 가져가더니 드니 빌뇌브와 함께 그 지난하던 <듄>의 리메이크를 뚝딱뚝딱 진행하여 만들어낸 것이지요. 참 인생 아니 영화는 알 수 없습니다. 참 이번 <듄>에는 티모시 살라메, 조시 브롤린, 하비에르 바르뎀 등 화려한 캐스팅은 덤입니다.
<듄>은 그야말로 스페이스 오페라 장르 소설의 정석이라고 할 수 있는 작품입니다. 그래서 <스타워즈>에도 많은 영향을 끼쳤고, 미야자키 하야오의 <바람 계곡의 나우시카>에도 그 영향력을 벗어 날 수 없고, 게임에도 아주 큰 영향력을 발휘한 정말 SF 고전 명작이지요. 이러니 기대가 안 될 수가 없습니다. 저 개인적으로는 <듄>이 잘 만들어졌다면 <스타 워즈> 시리즈를 새롭게 대체할 작품이자 그리고 <반지의 제왕> 때 만큼의 센세이셔널한 반응을 이끌어 낼 것이라고 보고 있어요. 너무 큰 기대일까요. 그럴 수도 있겠습니다만 그래도 올 10월까지는 이 기대감을 계속 간직하고자 합니다.
월간 안전가옥 한 달에 한 번, 안전가옥 멤버들이 이 달의 생각을 이야기합니다.
운영멤버 테오
"마침 황금가지에서 원작 소설 《듄》이 새로운 번역으로 신장판 전집이 출간되었더군요. 이것도 기다리던 것인데 이 책을 읽으며 영화를 기다리고 있어야 겠습니다. 그리고 언젠가 스토리 PD로서 이런 스페이스 오페라를 개발하고 싶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