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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타다 히카루, 그리고

분류
파트너멤버
작성자
해도연
자, 쓸데 없는 이야기를 해보겠습니다. 왜냐면 달리 무슨 이야기를 해야할지 잘 모르겠거든요. 언제나 그렇듯이요. 이번 글은 가수에 대해서입니다. 일단 저는 옛날이나 지금이나 우리나라 노래는 잘 듣지 않습니다. 그냥 관심이 없어요. 앨범을 사서 모은 건 자우림이 유일하고요. 자우림은 자우림이니까요. 음악 취향 같은 건 털어 놓기 시작하면 한도 끝도 없으니 여기서는 제가 좋아하는 일본의 싱어송라이터에 대해서 조금 늘어보고자 합니다.
가장 먼저 아실 분은 다 아실 우타다 히카루(宇多田ヒカル). 제가 우타다 히카루를 처음 알게 된 건 ‘신세기 에반게리온’ 때문이었어요. 저는 이 전설의 애니를 비디오 대여점에서 몇 번이고 빌려서 봤답니다. 여기에 유명한 오프닝곡 ‘잔혹한 천사의 테제’는 최향윤 성우님이 부르신 ‘소년이여 신화가 되어라’로 번역되어 들어가 있었는데 어째서인지 엔딩곡은 없었어요. 사실 그런 게 있는지도 몰랐죠. 그러던 와중 우타다 히카루라는 가수가 부른 에반게리온 엔딩곡이 ‘메가히트 9집’이라는 컴필레이션 앨범에 있다는 소식을 들었고 전 당연히 그걸 샀죠. 아무튼, 여기에 우타다 히카루의 ‘Fly me to the moon(줄여서 FMTTM)’이 수록되어 있었어요. 전 이곡이 너무나도 마음에 들었고 지금도 가장 좋아하는 곡 중 하나입니다. 그렇게 저는 우타다 히카루에게 매료되었지요.
우타다 히카루의 FMTTM이 사실 에반게리온의 엔딩곡이 아니라는 걸 나중에 알았지만 때는 이미 늦었고 저는 인터넷을 뒤지며 우타다 히카루의 음원을 가득 모으게 되었습니다. 고등학교에 들어간 뒤, 우타다 히카루의 앨범이 순차적으로 정식으로 수입되었을 때는 나올 때마다 당장 레코드 가게에 달려가 앨범을 샀어요. 웃긴 건 전 그 당시 일본어를 하나도 몰랐다는 겁니다. 순전히 우타다 히카로의 음색과 곡이 좋았던 거죠.
그러다가 일본에 유학을 가게 되었고 저는 음반/영화 대여점에서 아르바이트를 했습니다. 그리고 우타다 히카루의 새로운 앨범 ‘Heart Station’이 세상에 처음으로 나오는 순간을 직접 카운트다운하며 제가 일하는 바로 그곳에서 예약까지 했지요. 세상에, 내가 우타다 히카루의 새 앨범을 현지에서 예매를 하고 발매일에 손에 잡게 되다니! 저는 지금도 Heart Station을 들으면 대여점 레지 카운터에 서서 하얀 헤드폰을 쓰고 전철을 타고 있는 우타다 히카루의 뮤직비디오 광고를 보던 기억이 납니다.
같은 해에 에반게리온 신극장판 시리즈의 첫 번째 작품인 ‘에반게리온:서’가 개봉했는데 주제곡이 무려 우타다 히카루의 ‘Beautiful World’였어요. 인생 최애작품과 최애가수의 콜라보가 이렇게 이루어졌고 저는 감동의 쓰나미를 겪습니다.
그러던 어느날, 2009년, 영화관에서 영화 시작하기 전에 나오는 예고편을 보며 앉아있는데… 아주 익숙한 음악이 흘러나왔어요. 우타다 히카루의 FMTTM이었죠. 세상에, 어떤 영화에서 이 곡을?! FMTTM과 함께 나온 건 바로 아래의 영상이었어요.
네, 에반게리온 신극장판의 두 번째 작품 ‘에반게리온:파’의 예고편이었습니다. 심장이 멎는 줄 알았어요. 인생 최애작품과 최애가수와 최애곡의 콜라보라고요. 9년 전 에반게리온의 음악이라고 착각해 들었다가 우타다 히카루의 팬이 되게 만들었던 바로 그 곡이 이제 정말 에반게리온의 음악이 되어버렸다고요. 어떻게 흥분하지 않을 수 있겠어요. 이건 감동의 쓰나미가 아니라 그냥 정신적 아포칼립스였어요. 전 이 영상을 아이팟에 넣어두고 몇 번이고 반복해서 보고 들었지요. 에반게리온에 대한 이야기는 또 늘어놓으면 끝이 없으니 일단 여기서 선을 그읍시다.
그리고 2010년, 우타다 히카루가 당분간 ‘인간활동’에 전념하겠다고 선언하며 마지막 콘서트를 개최했을 때, 저는 콘서트 현장에는 가지는 못하고 영화관에서 생중계를 봤습니다. 커다란 은막 위로 감정이 잔뜩 이입된 곡이 나올 때면 부끄럽게도 눈물을 흘렸죠.
활동을 쉬기 전 마지막으로 나온 베스트 앨범 <Utada Hikaru Single Collection Vol. 2>는 걸작이었어요. Vol. 1은 제가 고등학생 때 나왔는데 한국에 발매되기 전엔 밤을 새워가며 인터넷을 뒤져 앨범에 담긴 곡을 하나하나 모아서 들었어요. 정식 발매가 되었을 땐 당연히 사서 들었고. 6년이 지난 뒤, Vol. 2를 발매일에 손에 들고 귀로 들었을 때의 감격은 정말. 그저 검은 밤하늘에 별이 뿌려져 있을 뿐인 앨범커버는 말할 것도 없고.
지난 2018년, 우타다 히카루의 새 앨범이 나왔습니다. 중간중간 영화나 드라마 곡을 작업하기는 했지만, 본업으로서는 8년 만의 복귀였죠. 저는 8년 전, 앞에서 말한 콘서트를 친구와 함께 봤어요. 일본에서 처음 사귄 친구였고 이후로도 절친이었는데 이런 저런 사정으로 오랫동안 연락을 안/못하고 있었어요. 7년 만에 이 친구와 연락을 했습니다.
히키(Hikki)가 돌아왔어!
원래는 보니핑크(Bonnie Pink)와 비체(bice), 안젤라 아키(Angela Aki), 샨티(Shanti)도 이야기하려고 했는데 아무래도 어렵겠네요. 다음달에 할 얘기가 생각나지 않는다면 그때 한 번 털어봅시다.

월간 안전가옥 한 달에 한 번, 안전가옥 멤버들이 이 달의 생각을 이야기합니다.

파트너 멤버 해도연
"셀프 패러디로 가득 찬 뮤직비디오 ‘Goodbye Happiness’ 보고 갑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