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부분의 사람들은
짱구에서 훈이를 제일 극혐하지만, 저는 맹구가 너무 싫습니다. 물론 맹구는 잘못이 없습니다. 잘못은 ‘맨유(맨체스터 유나이티드)’를 맹구라고 놀리는 네티즌들한테 있습니다.
(한 네티즌이 만든 ‘일일맹’... 추억의 얼굴들이 많이 보이네요)
원래 맨유는 우승을 놓치지 않는 황유였지만, 2012년 퍼거슨 감독님이 은퇴한 이후… 엄청난 내리막을 겪었습니다. 2013년. 모예스가 감독일 때는 순위가 9위까지 떨어지면서... ‘맹구’라는 별명이 붙었죠. 당시 중학생이었던 류연웅은 몰랐습니다… 자신이 대학생이 될 때까지 맨유가 우승을 못할 줄을…
심지어 지금은 리그 순위 15위 (2020년 11월 7일 기준)
2020년 10월 5일 새벽에 있었던 맨유와 토트넘 경기. 손흥민이 두 골을 넣으면서 토트넘이 맨유를 6대1로 이겼던 순간에는… 제 휴대폰이 진짜 불날 뻔했습니다. 몇십 명의 친구들은 손흥민이 골 넣을 때마다 제게 ‘맹구! 맹구!’ 혹은 ‘갓흥민! 갓흥민!’ 또는 ‘솔샤르 종신!’이라고 카톡을 보내왔습니다.
저는 답장을 안 했지만… 마치 인디언들이 비가 올 때까지 기우제를 지내듯, 친구들은 제가 답장할 때까지 도배 하더라고요? 결국 어쩔 수 없이 저는 답장 했죠.
“그러게, 얘들아… 언제쯤 맨유 더 잘 하려나…”
그러자 한 친구는 저에게 충고를 했습니다.
“야, 연웅아. 그걸 받아주면 어떡해. 맨유 호구로 볼 거 아니야.”
“그럼 너는 왜 맹구라고 부르냐?”
“솔직히 호구는 맞잖아.”
이러고 있습니다, 진짜로. 물론 저도 리버풀 못할 때, 특히 카리우스가 뻘짓 해서 리버풀이 챔피언스리그 우승 못 했을 때, 리버풀팬 친구 허벌나게 놀려서 업보라고 생각하곤 있습니다. 억울하다는 건 아니에요.
(2018-19 챔피언스리그 결승전 ‘리버풀 대 레알 마드리드’ 경기에서 나왔던 최악의 골키퍼 실수)
(리버풀은 이 골로 인해 패배합니다...)
다만 얼른 이 상황을 타개했으면 하는 마음으로… 제가 왜 맨유를 좋아하는 지를 소개해보겠습니다.
(갑자기 분위기 전환?!)
(해버지)
움짤을 보시면… 한 선수는 본인 팀 진영에서 태클을 성공한 뒤, 바로 일어나서 죽을 듯이 달리고… 그 후에 상대팀 진영에서 슈팅까지 해냅니다.
박지성 선수입니다.
아마 대다수의 한국 맨유 팬들은 (저처럼) 박지성 선수를 계기로 맨유 팬이 되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저 당시의 맨유는 투지의 팀이었어요. 결과에 상관 없이 경기에 임하는 태도. 온몸을 바치는 열정. 저는 그 모습을 동경했고, 비록 퍼거슨 은퇴 후에는 희미해지긴 했지만… 여전히 응원을 하고 있어요.
다만 요즘 맨유를 보면 참 여러 생각이 듭니다…
‘구성원들이 자신의 능력과 기여를 상회하는 보수를 받으면 그 집단은 어떻게 와해되는가’라는 주제를 갖고, 최근의 맨유를 케이스로 논문을 써도 될 것 같아요. 맨유의 후보 선수들조차 토트넘의 주전 선수들보다 주급이 훨씬 높거든요. 다 퍼거슨 감독님이 쌓아놓은 브랜드 가치 때문이죠.
높은 주급에 만족하고 팀을 나가지 않는 방출대상 선수들… 팀의 방향성에 상관 없이 (한물 간) 스타플레이어만 영입하는 보드진… (솔직히 보드진이 제일 문제입니다. 이번 이적시장 막판에 카바니 영입한 건 와우) 그 사이에서 잘려나간 여러 명의 감독들…
요즘 맨유는 근본적인 진단을 하는 대신, 계속해서 진통제만 맞고 있는 것 같아 슬픕니다. 그 ‘진통제’란, 본질에 탐구하는 대신 그저 욕할 대상 (스트레스를 풀기 위해)을 탐색하는 거죠. 대표적인 게 ‘감독’을 탓하는 거고, 그 다음이 특정 선수를 탓하는 거죠.
비록 지난 10월은, 맨유 팬으로서 역대급 최악의 한 달이었지만… (바삭셰히르한테 졌을 땐 진짜 경기장 난입할 뻔했지만) 함부로 선수들을 욕하지 않으려고 합니다. 왜냐하면 맨유는 저에게 단순한 유희거리가 아닌, 인생의 일부이니까요.
만약 11월에도 다 지고, 12월에도 다 진다고 해도 끝까지 응원할 겁니다. 물론 진짜 다 진다면 ‘욕하지 않으려고 합니다’라는 다짐은 취소할 수도 있지만, 아무튼 한 번 팬은 끝까지 팬이니까요. 좋아하는 것을 계속 좋아하기. 좋아하던 것을 계속 좋아하기. 그것이… 제가 작업중인 [근본 없는 월드클래스] 속의 근본이니까요.
월간 안전가옥 한 달에 한 번, 안전가옥 멤버들이 이 달의 생각을 이야기합니다.
파트너 멤버 류연웅
"브루노 페르난데스, 오프레드, 미군 맥토미니 너무 좋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