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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다 타투 홍보대사가 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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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등학교 강연을 다녀왔다. 학생 주최로 만들어진 행사였기에 섣부르게 오프라인 행사를 취소할 수가 없었다. 실내 거리두기와 마스크 착용을 하고 2시간 강연을 진행했다. 마스크를 쓰고 쉼 없이 말하는 건 생각보다 더 숨차고 힘든 일이었지만, 잠시 마스크를 내리고 물을 마시는 것조차 겁이 나서 그럴 수 없었다. 어쨌거나, 아이들도 강연 내내 마스크를 벗지 않아주었고 강연도 즐겁게 들어주었으며 질문도 많았다. 작가로 여러 강연을 진행했지만 이날 강연이 가장 행복했다고 조심스럽게 말해본다.
아이들은 이런저런 질문을 많이 준비했지만 그 중 기억이 남는 질문은 ‘타투’에 관한 질문이었다. 아이들은 조심스럽게 타투가 아프지는 않는지, 왜 하게 됐는지, 부모님께 혼나지는 않았는지를 물어보며 자신들도 성인이 되면 타투를 하고 싶다고 기대에 찬 눈으로 말했다.
타투에 대한 인식만큼 급변한 게 또 있을까. 세대별로 타투를 바라보는 시각이 극명하게 갈리는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한때 타투는 자신의 위험성(?)을 알림과 동시에 타인에게 자신의 가치를 떨어트리는 정도로 인식되었지만 요즘은 간단히 말해 유행이자, 자기표현의 수단이다. 첫 타투를 새기며 친구와 나누었던 이야기 중에 기억 남는 대사가 있다. 우리가 80대가 되면 나중에 이 타투가 부끄러워질까? 라는 대화가 주제였는데, 그때 친구가 말하기를
“나이 들면 너도 나도 다 타투 있어서 나중에 모여 앉으면 ‘나는 이거 박정부 때 했어.’ ‘나는 문정부 때 했어.’하고 떠들 걸.”
이라는 말이었다. 하기야 그 말이 맞다. 나이 든다는 건 노인이 생겨나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늙어가는 것일 테니, 뭐가 걱정인가 싶었다.
어쨌거나 나는 그 아이들에게 어디까지를 말해주어야 하나 잠시 고민했다. 과연 고등학교 강연에 온 작가가 타투를 찬양하고 가도 되는지, 아니면 나는 해놓고 너희는 하지 말라는 치사한 말을 해도 되는지에 대해 말이다. 선생님들이 뒤에 앉아 계신 걸 생각하며 지나친 솔직함은 조금 배제해야 되지 않을까 고민하다가 이렇게 말했다.
“저는 후회하지 않아요. 대신 중요한 건 저는 타투를 ‘내 삶에 아무런 악영향도 끼치지 않는 것’이라고 기준을 정했기 때문이에요. 화가 나거나, 혹은 누군가를 위협하기 위해 하는 것이 아니라 그저 내 표현의 수단 정도로만 정했어요.”
만일, 타투가 내게 그릇된 표현의 수단이었다면 나는 누군가에게 권하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타투는 그저 내가 표현하고 싶은 내 삶의 방향성이었다. 그래서 타투를 볼 때마다 내가 내 삶의 기준을 떠올릴 수 있다. 어떤 것을 바라볼 때 가장 중요한 것은 그것이 ‘내 기준’에서 옳으냐 옳지 않느냐를 정하는 일 같다. 예컨대 나는 타투를 좋아하지만 담배는 싫어하기에 길에서 담배 피우는 사람을 늘 무섭게 노려보고 간다. 나에게 담배는 타투보다 나쁜 것이다. 그리고 누군가에게는 그 반대의 경우가 있을 수도 있다는 것을 안다.

월간 안전가옥 한 달에 한 번, 안전가옥 멤버들이 이 달의 생각을 이야기합니다.

파트너 멤버 천선란
"다행히 선생님들은 내 이야기에 동감해주셨다. 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