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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 어쩐지 그랜드 크로스 같고 그런 느낌

작성자
OU
분류
가디언멤버
1999년 세기말에 즈음하여 몇몇 신비주의자와 음모론자들의 마음을 들뜨게 했던 사건이 있었다. 이른바 그랜드 크로스라고 하여, 정신없이 태양 주변을 공전하던 행성들이 순간적으로 십자 형태로 정렬하는 순간이 온다는 것이었다. 수백년 만에 한번 오는 이 이벤트 때문에 중력이 변하느니, 행성들의 방어가 약해져 운석 충돌 가능성이 높아진다느니, 별 얘기가 다 있었지만 이 이벤트 또한 앙골모아와 마야인들의 달력만큼이나 임팩트 없이 지나가버렸다.
하지만 지구 레벨도 아니고 자그마치 태양계의 행성들이 정렬된다는 우주적 이벤트의 강렬함 때문인지 이 소재는 만화에 나오기도 했고(디즈니의 허큘리스Hercules에서 그랜드 크로스로 인해 타이탄들이 풀려날 수 있었다), 통상적으로 굉장히 희귀하고 대단한 우연을 이야기할 때 관용 표현으로 쓰이기도 했다.
그리고 2020년의 전망이 내게는 어쩐지 그랜드 크로스 같은 해가 될 것 같다는 느낌이 마구마구 오고 있다.
일단 하나는, 앞으로 나의 활동 무대가 훨씬 더 글로벌하게 될 것이란 것은 도저히 막을 수 없는 현실이 되어가고 있다. 글로벌 사업에 대한 관심과 노력은 예전에도 조금씩 해오고 있었지만, 이제는 본격적으로 내게 글로벌의 일이 더 주가 되고 한국에서의 일이 부가 되는 상황인 것이다.
어쩐지 한국 내에서보다 해외에서 보다 챠밍한(?) 나의 성격 덕분에 더 많은 비즈니스 기회들이 열리는 것 같고, 보다 자유롭게 상상력을 발휘하여 일할 수 있는 여지들이 많아지는 것은 무척 신나지만 지나치게 많은 비행 시간과 어느 한 곳에도 진득하게 붙어 있지 못 하고 돌아다니는 것이 정신 건강과 신체 건강에 그닥 좋지 않을 것 같다는 건 마이너스…
그리고 두번째로는 뭔가 굉장한 협력 여지들이 어마어마하게 생기고 있다는 것이다.
​여태까지는 꿈도 꾸지 못한 협업의 기회들이 지금 여기저기서 들어오고 있고, 그리고 그 모든 것들이 모두 무척이나 현실적인 수준에서 대화가 진행되고 있어서 머리가 팽팽 돌아갈 지경이다. 그래도 8년 동안 꾸역꾸역 사회적 가치를 부르짖고 생태계를 만들어온 노력을 드디어 인정 받는 것 같아서 무척 기쁘고 신나기도 하지만, 이제 드디어 본격적인 무대에 올려져 관객들에게 평가 받는 순간이 온다고 생각하니 이 역시 정신 건강에 그다지 좋지만은 않은 것 같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2018년 개인적으로 번민하고 고뇌하고 자아성찰한 것이 2019년의 정신 없는 성장통으로 이어졌다가 2020년에 마침내 결전의 순간으로 다가오는 것 같아, 내 인생이 한편의 박진감 넘치는 소설이 된 것 같아 마냥 들뜨고 흥분되는 것이 분명한 사실이다. 예전에 내 인생은 좀 더 굴곡 없이 슬로우 힐링 로맨스 같기를 바랬던 것 같지만, 업 앤 다운이 있어도 좀 더 거창하고 스펙타클하게 가는 삶도 나쁘진 않은 것 같다. 이런 나를 지켜보던 친구 중 하나는 실제로 나는 평탄한 삶을 제 발로 걷어찰 인간이라고 하기도 했고…
감사한 것은 이러한 박진감 넘치는 삶이 진행되는 와중에도 나를 항상 챙겨주는 소중한 사람들이 있고, 또 새로운 소중한 인연들을 만들어 나간다는 것이다. 어떤 의미에서 나는 더 많은 사람들과 만나고, 그 사람들과의 인연을 만들기 위해서 사업을 벌리는게 아닌가 싶을 정도로 사람 중심의 삶을 사는 것 같다.
어쨌든 올해는 수성과 금성과 화성과 목성과 토성과 천왕성과 해왕성, 그리고 메이비 명왕성 수준의 사람들이 아름답게 내 인생에 정렬을 갖춰가면서 뭔가 큰 시그널을 마구마구 보내고 있는 것 같다. 강제로 30대 초반을 박탈당하는 올해에 대신 많은 성장과 보람 얻어가라고 하늘이 시그널을 보내는게 아닌가라고 그럴듯한 해석을 붙여 볼만 한다..
그러니 그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얼결에 나 때문에 이 어마어마한 우주적 이벤트에 휩쓸리는 모든 사람들과 함께 높고 낮은 파도를 잘 타고, 이 모든 일이 가능케 하는 주변 사람들에게 감사하며, 결국 사람들을 위한 일로 시작했던 소셜 임팩트 사업에 흔들림 없이 잘 집중하는 것일 테다.

월간 안전가옥 한 달에 한 번, 안전가옥 멤버들이 이 달의 생각을 이야기합니다.

가디언 멤버 OU
"아 그러고보니 그랜드 크로스는 슬레이어즈에서 제로스가 황금용 군단을 전멸시킬 때 썼던 기술 이름이기도 하네요…그리고 나는 왜 이런 걸 아직도 기억하는거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