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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내가 무슨 말을 하는지 모르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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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부 일정을 다 끝내놓고 이제 와서 이런 말을 해도 될지 모르겠지만, 그리고 앞으로도 몇 개의 외부 일정을 더 소화해야 하는데 이렇게 말해도 될지 모르겠지만 나는 가끔 내가 무슨 말을 하고 있는지 정말 모르겠다. 분명 요목조목 하고자 하는 말을 대본으로 만들었지만 어쩐지 내 입으로 내뱉는 순간 나는 그게 말인지 헛소리인지 모르겠다. 그래도 “아, 저 그냥 안 할래요.”라는 말은 진짜 되지도 않는 말인 걸 아니까 준비해온 걸 읊기는 한다. 그리고 속으로 생각한다. 내 말을 듣고 있는 사람들은 무슨 생각을 할까? 궁금하다. 아, 아냐. 근데 알고 싶지는 않다.
요즘 만나는 사람마다 “많이 바쁘시죠?”하고 묻는다. 그럴 때마다 나는 “그런 것 같아요.”라고 대답한다. 진짜로 이게 바쁜 건지 아닌지 구별이 되지 않기 때문이다. 해야 할 일이 생기면 하는 편이고, 해야 하는 것에 ‘왜?’를 붙이지 않는 성격이다. 내가 이 일을 왜 해야 하지? 내가 이걸 왜 하고 있지? 라는 식의. 그래서 일단 일정이 잡히면 일정에 맞게 준비 기간을 설정하고, 그 시간에 맞춰 그날 해야 할 일을 군말 없이 앉아서 하는 편이다. 가끔 정말 힘들 때가 있는데, 그건 단지 내 능력의 한계를 느껴서이지 정신없고 바빠서는 아니다. 그래서 나는 요즘 내가 정말 바쁜 것인지 아닌지 판단할 수 없다. 그저 나에게 바쁘냐고 물어오는 사람에게 도리어 묻고 싶을 뿐이다. 바쁜 건 모르겠는데, 혹시 제가 하는 말 들어 보셨어요? 그게 말이던가요?
내 목소리로 누군가에게 정보를 전달한다는 것. 그리고 그 정보에 내 의견을 덧붙여야 한다는 것. 이전에는 느껴본 적 없는 중압감이었고, 사람들 앞에서 제 목소리를 내는 사람들을 더 존경하게 됐다.
말을 내뱉기 전까지 적어도 내가 뱉으려는 말에 수없이 질문을 던진다. ‘이 말이 최선일까?’ ‘이 말이 놓치고 있는 것은 없을까? 혹은 놓치고 있는 것이 있다 하더라도 꼭 해야 하는 말일까?’ ‘내가 이 말을 내뱉어도 될 정도로, 나는 말에 부합한 사람인가?’ 등등. 물론 이 질문을 전부 통과해서 내뱉는 것은 아니다. 가끔은, 내가 아직 부족하더라도 꼭 내뱉어야만 하는 말이 있기 마련이니까.
어쨌거나 나는 세상에서 가장 빠르게 지나간 10월을 보냈고, 이제 조금은 겁을 더 먹을 수 있을 거란 ‘착각’을 하는 중이다. 어쨌거나 나는 말의 힘을 믿는다. 내가 뱉은 말은 나를 그런 사람으로 만들 수밖에 없으므로. 나도 내가 무슨 말을 하는지 모르겠지만, 그래도 뱉는다. 내가 옳다고 믿는 것을.

월간 안전가옥 한 달에 한 번, 안전가옥 멤버들이 이 달의 생각을 이야기합니다.

파트너 멤버 천선란
"내가 뱉은 말이 나보다 더 크고 무거울 때, 그것을 짊어지기 위해 큰 사람이 되려 노력하게 되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