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뭔가 보여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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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 안전가옥이 문을 닫는다고 하니 눈물의 X꼬쇼 비스므리한 무언가라도 준비해야하나 싶었지만, 아무리 고민해봐도 딱히 보여드릴만한 장기가 없군요. 그냥 언제나처럼 뻔한 이야기를 하나 쓰려고요. 그래도 마지막이니 꼭 한번 털어놓고 싶었던 이야길 해볼까 해요. 저의 ‘불안’에 대해.
저는 불안이 많은 사람이에요. 방금 전까지 웃고 이야기 나눈 사람과 헤어지면 그 사람이 돌아서서 나를 비난하지 않을까 걱정할 정도죠. 내 삶이 아무것도 증명하지 못하고 끝나면 어쩌지, 내 글이 형편없으면 어쩌지, 혹은 내 글이 너무 뛰어나서 누군가 나를 질투하게 되면 어쩌지... 조금 심할 때는 가만히 의자에 앉아서 일하다 문득 누군가 갑자기 내 뒤통수를 때리며 화를 내는 상상을 떠올리기도 해요. 지금은 괜찮아졌습니다. 왜냐면 요즘은 일할 때 뒤에 아무도 없거든요. 
글을 쓰기 시작한 후로는 아무래도 이런 불안의 요동이 더 커지는 것 같아요. 세상에 온전히 나를 드러내야 하니까요. 내향인과 관종이라는 모순적 성향을 동시에 가진 저는 스스로 택한 재앙에 몸부림치며 오늘도 글을 쓰고, 고치고, 지우고, 다시 쓰고 있습니다.(지금 쓰고있는 이 글조차 공개하기 불안하군요;;;) 그래서인지 저는 세상의 시선을 견뎌야 하는 직업을 가진 사람들을 볼때면 그냥 안타까워요. 물론 누군가는 그걸 즐기기도 하겠지만, 100% 즐기기만 할 수 있는 사람이 과연 존재할까요? 저는 없을 거라고 봐요.
한편으로는 오래전 듣고 마음에 새겨둔 어떤 말들이 떠올라요. 삶이란 원래 떨림이 파도처럼 찾아와 물결치는 것이라고. 예정된 모든 일들이 결정지어지고, 감정의 진폭이 점차 잦아들어, 이윽고 평정을 찾는 고요한 순간이 오면 우리의 삶은 끝을 맞이하는 것이라고요. 감정의 요동이 커졌다는 건 그만큼 저의 삶이 더 의미 있는 순간에 도달했다는 뜻일지도 모르죠.
그러니 어쩌겠어요. 계속 써나가는 수밖에. 소금치고 쥐어짜느라 퉁퉁 부은 뇌를 맷돌에 갈아가며 희뿌연 글줄을 뽑아내는 이 끔찍한 과정에도 분명 의미가 있을 테지요. 없다면 억지로 만들어서라도 세상에 뭔가 의미있는 것을 보여주는 수밖에. 그래서 말인데, 살짝 고백하자면 얼마전 또 한권의 책을 썼답니다. 아마 조만간 여러분을 찾아뵙게 될 것 같아요. 그때는 칭찬 많이 해주세요. 제가 불안을 억누를 수 있게요.
오늘처럼 이러쿵저러쿵 쓸 데 없는 소리를 늘어놓을 때마다 매번 저의 불안을 케어 해주시는 동료  작가님들과 SNS 친구분들. PD님들과 편집자님들께 감사의 인사를 전하며.
그럼, 안녕. 월간 안전가옥.

월간 안전가옥 한 달에 한 번, 안전가옥 멤버들이 이 달의 생각을 이야기합니다.

파트너 멤버 이경희
“헐, 진짜 끝이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