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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 산다는 것

분류
파트너멤버
작성자
김청귤
최근에 친구가 자취를 시작했다. 자취를 하기 전, 친구와 머리를 맞대고 월급을 어떻게 써야 생활할 수 있는지 계획을 세워보았다.
먼저 고정지출을 빼야 했다. 이걸 빼고 남는 돈이 얼마인지 알아야 계획을 세울 수 있었다. 월세 얼마, 관리비 얼마(여기서 가스비, 수도세, 전기세 중 뭘 내는지, 아니면 다 내야 하는지 잘 몰라서 대략 5만원으로 잡아봤다), 핸드폰 요금 얼마(알뜰폰 요금이 저렴하다던데…), 실비보험 얼마, 교통비 얼마(걸어서 출퇴근할 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이것만 해도 몇십만 원이 사라졌다. 집을 나오는 것만으로도 고정으로 나가는 돈이 많았다. 이제 남은 돈으로 식료품과 생필품을 사고 가끔 옷도 사고 치킨도 먹고 친구도 만나야만 했다. 출근하다가 피곤해 커피를 사거나, 스트레스를 받아 매운 떡볶이를 주문하는 건 꿈도 못 꿀 것 같았다. 재료를 싸게 사서 집에서 만들어 먹으며 돈을 모아야 한 달에 치킨을 먹을까 말까 했다. 정말 숨 쉬는 것만으로도 돈이 줄줄 샜다.
게다가 이제 혼자서 모든 걸 해야 했다. 밥하고 설거지하고 빨래하고 빨래 널고 빨래 개고 쓰레기통 비우고 쓰레기 버리고 음식물 쓰레기 버리고 분리수거하고……. 사람은 매일 밥을 먹고 옷을 입고 쓰레기거리를 만든다. 즉, 집안일은 끝이 없었다. 퇴근하고 지친 몸을 이끌고 집에 돌아오면 내가 나를 위해서 밥을 해먹고 뒷정리를 해야 했다. 매일매일. 누가 도와주는 사람도 없다.
TV를 보는 것도 혼자, 밥을 먹는 것도 혼자다. 자고 일어나도 가족이 없다. 상상만으로도 외로울 것 같았다. 이 집에 나 혼자라니, 잘 때도 무서울 것 같았다. 전구가 나가면? 벌레가 나오면? 악몽을 꾸면? 음료수를 먹고 싶은데 뚜껑이 안 따지면?
혼자 살면 어떨까 생각해본 적이 있다. 그냥 막연히 생각할 때도 있고, 화가 나서 집 나갈 거야, 하며 집을 알아보는 어플을 다운받고 방을 알아본 적도 있다.
혼자 살면 방을 정리하라고 잔소리 하는 사람도 없고, 늦게 들어올 수도 있고, 글을 쓰는데 흐름이 끊기지 않을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나는 외로움과 겁이 많았다. 무엇보다 돈이 없다. 악착같이 아끼면 괜찮을지도 몰라! 하는 생각을 막연히 하지만…가계부를 보면 그게 가능한지 의문이다. 도대체 난 어디에 돈을 이렇게 많이 쓰는 거지?
언젠가는 나도 혼자 살 수 있게 될까? 내가 나를 잘 돌볼 수 있을까? 다음 달을 걱정하지 않을 돈과 퇴근하고 돌아와 밥을 만들어 먹고 뒷정리까지 할 수 있는 체력과 아무도 없는 집에서 음악을 들으며 외로움을 흘려보내는 사람이 될 수 있을까?
혼자 살면서 일을 하고 자신을 돌보는 사람들은 정말 대단하다. 돈과 체력과 외로움과 고난을 어떻게 해결하는 걸까. 상상만으로 지레 질리고 지쳐서 부모님과 천년만년 같이 살아야겠다고 생각하는 내 눈에는 다 존경스럽기만 하다.
혼자 살면 혼자 사는 대로, 누군가와 같이 살면 같이 사는 대로 자신 자신과 집을 잘 돌보면서 지내면 좋겠다.
다들 건강하기를.

월간 안전가옥 한 달에 한 번, 안전가옥 멤버들이 이 달의 생각을 이야기합니다.

파트너 멤버 김청귤
“건조기가 있으니까 빨래가 훨씬 수월해요. 기계 최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