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3월에 처음으로 안전가옥을 만났습니다. 날짜도 기억합니다. 2018년 3월 16일! 제가 처음으로 안전가옥이라는 곳의 존재를 알게 된 날입니다.
그때 전 아직 학생이었고, 대부분의 막학기 대학생들이 그렇듯, 미래에 대한 불확실함과 흥청망청 보내버린 시간들에 대한 후회로 자신감이 바닥을 찍은 상태였습니다. 교수님들은 매주마다 아주 다양한 방식으로 졸업작품을 퇴짜놓지, 차기작은 써야하는데 뭘 써야 할지 모르겠고 초반부만 깨작이다 미룬 원고만 쌓여가지, 심지어 남들은 자격증, 토익점수, 포트폴리오를 만드느라 바쁜데 이렇게 한글 파일만 바라보고 있는게 정말 잘하는 짓인가, 하는 생각까지 들었어요. 조금이라도 이를 때 발을 뺄까, 싶다가도 선뜻 그러지 못한건 순전히 제가 (그나마) 잘하면서도 좋아하는 일이 이뿐이었기 때문입니다.
그런 상황에서 sns를 통해 안전가옥을 만났습니다. 뤽과의 첫 대면은 언뜻 기묘하게 느껴지는 구석이 있었어요. 오래된 공업소를 그렇게 세련되게 바꾸었는데, 와중에 남겨둔 부적(?)이라거나, 교보문고 스토리 공모전이라는 뜻밖의 연결고리(!), 푸르른 조명, 게다가 처음 걸어보는 연무장로, 묵직한 철문과 갈대 무성한 안쪽 길, 그리고 그 끝에 놓인 아늑한 공간까지요. 그게 벌써 2년 전의 일입니다.
2년 사이에, 저는 안전가옥을 통해 두 권의 책을 출간했습니다. 그 두권의 책을 출간하기까지의 여정은 오랫토록 생각날 것 같아요. 좋은 인연들을 만났고, 덕분에 어떻게든 써내려갈 수 있는 계기, 그리고 용기를 얻기도 했습니다. 동료 작가들, 운영멤버들 덕에 더 즐겁게, 외롭지 않게 작업할 수 있었던 시간이었어요. 평소에 당첨운이 좋은 사람은 아닌데, 이 시간들 만큼은 정말 행운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처음으로 제가 썼던 소설, <오버랩 나이프, 나이프>는 타임리프를 소재로 한 이야기입니다. 가끔은 상상하곤 해요. 교수님께 졸업전시 아이디어를 까이고 새로운 과제를 부여받은 2018년 3월 16일의 제가, 인스타를 뒤적거리다 발견한 안전가옥의 공고를 ‘흠… 이런 곳도 있군…’ 하고 그냥 지나쳤다면 어땠을지요. 그 때 옆에서 “그냥 넣어봐! 어차피 너 지금 아무것도 안하잖아!” 라고 말해준 친구에게 밥이라도 사야겠어요.
<칵테일, 러브, 좀비>의 출간을 기점으로 오랫동안 발붙이고 있던 안전가옥의 파트너 멤버쉽이 끝납니다. 2018년 5월부터 2020년 5월까지. 월간 안전가옥을 쓴지도 햇수로 2년이 되어 가네요. 제 ‘월간 안전가옥’은 (일단!)오늘이 마지막이지만, 제 작품 활동도, 안전가옥의 어마어마한 신간도, 새로운 작가님들의 월간 안전가옥도 계속될테니 쭉 지켜봐 주시기 바랍니다. 뭔가 전형적인 마무리 멘트가 되어버렸네요. 그럼 여러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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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에 만나요!
월간 안전가옥 한 달에 한 번, 안전가옥 멤버들이 이 달의 생각을 이야기합니다.
파트너 멤버 조예은
"괜히 눈물이.. . . 하지만 저는 곧 돌아올 겁니다… 딱 기다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