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ice라는 일본의 싱어송라이터가 있습니다. 바이스가 아니라 비체라고 읽어요. 투명하고 허스키한 목소리가 매력적인 아티스트죠.
제가 bice를 처음 알게 된 건 중학교 때입니다. 자주 만나지는 못하지만 나름 친하게 지내던 동갑내기 친구들의 인터넷 커뮤니티가 있었는데 그 중 한 명이 요즘 bice를 자주 듣는다고 하더라고요. 가끔 취향이 맞을 때가 있는 친구였기 때문에(예를 들어 시리얼 엑스페리먼츠 레인이라든가 레인이라든가) 저도 들어보기로 했습니다. 그래서 들은 게 Cloud Sky라는 곡이었어요.
Cloudy Sky - bice
지난달에도 비슷한 얘기를 했지만, 전 이때 일본어를 조금도 몰랐습니다. 하지만 독특한 분위기를 풍기는 목소리와 곡이 마음에 들어 이번에도 bice의 곡을 찾아 사운드의 바다를 헤맸죠. 우리나라에 정식 발매되었을리는 없고 그렇다고 일본 직구가 쉬운 때도 아니었거든요. 며칠에 걸쳐 Let Love be Your Destiny라는 앨범에 있는 곡을 찾아 모았고 오랫동안 제 음악 라이브러리의 상위권을 차지했습니다.
그러다가 제가 일본에 유학을 가게 되었습니다. 당연히 일본어롤 공부하게 되었고 위에서 말한 Cloud Sky라는 곡의 가사를 읽을 수 있게 되었어요. 별로 특별할 거 없이 평화롭게 고독을 즐기는 내용이었고 왠지 마음의 안정을 주는 가사였어요. 저는 이 곡을 더욱 좋아하게 되었죠.
게다가 일본에서 bice를 아는 사람을 단 한 명도 보지 못했어요. 어째서?! 물론 라이브도 하고 앨범도 나오니 팬들도 있겠지만 적어도 제 주변에는 없었죠. 그래서 bice에 더 애착을 가지게 된 것 같기도 하고요.
아쉽게도 많은 활동을 하지는 않았어요. 전업 가수가 아니었거든요. 다른 가수의 곡을 써주거나 게임 음악을 만들기도 했어요. 그래서 한동안 잊고 있었는데 2008년에 새 앨범이 나왔고 공개되자 마자 iTunes에서 앨범을 구매했어요. 절판된 옛 앨범들도 나중에 중고로 구입했고요.
비슷한 시기에 bice의 홈페이지에 들어갔더니 결혼 소식이 있더라고요. 드레스를 입고 행복한 표정을 짓는 모습이 정말 보기 좋았어요. 평소에도 스냅 사진 같은 게 가끔 올라왔는데 사진부 활동을 하며 마침 포트레이트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던 때라 마음에 들었었어요.
저는 원래 콘서트에는 별로 관심이 없어요. 시끄럽고 사람 많은 곳을 싫어하는 제게 콘서트 현장은 지옥에 가깝죠. 그래서 그냥 혼자 조용한 곳에서 음악을 들을 수 있으면 그걸로 만족이었죠. 다른 걸 원하면 가끔 TV나 유튜브에서 뮤직비디오나 라이브 영상을 봐도 되고요. 하지만 bice는 그런 활동이 거의 없었기 때문에 언젠가 꼭 한 번 라이브를 가고 싶다고 생각했어요. 하지만 그런 라이브는 대개 도쿄에서 열리고 학부생 시절 전 도쿄에서 멀리 떨어진 곳에 있었죠.
그러다가(2) 제가 대학원으로 도쿄로 가게 되었습니다. 그동안 미뤄왔던 ‘도쿄에서 가능한 것들’을 정리해 나갔고 그 중에는 bice의 라이브에 가는 것도 있었죠. 그래서 대학원 합격 소식을 듣자마자 라이브 정보를 찾기 위해 bice의 홈페이지에 들어갔습니다.
그런데…
뭔가 이상했어요. 뭔가 이상했다고요.
中島優子
1972-4-11 ~ 2010-7-26
전 이때까지 bice의 본명을 몰랐어요. 그래서 잠시 어리둥절했죠. 한참이나 지나서야 bice가 세상을 떠났다는 걸 알았어요. 너무나 갑작스럽게. 38살의 나이에. 결혼한지 고작 2년 만에. 대학원 시험을 준비한다고 한동안 찾아보지 못한 사이에.
충격에서 벗어나는 데 한참이 걸렸어요. 드디어 도쿄에 가면 bice의 공연을 직접 볼 수 있으리라 기대했지만 현실에서는 더 이상 멀어질 수조차 없는 거리가 놓여버렸어요.
여기까지에요.
더 이상 제가 무슨 말을 할 수 있겠어요?
월간 안전가옥 한 달에 한 번, 안전가옥 멤버들이 이 달의 생각을 이야기합니다.
파트너 멤버 해도연
"包んであげる - bic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