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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은 이른 때에 찾아온 호러 축제, MBC <심야괴담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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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토리P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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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도 어느덧 1/3이나 훌쩍 지나버렸네요. 하루하루 흘러가는 일상 속에서 책, 영화, 드라마, 유튜브 등 다양한 형태로 내 곁에 있었던 '이야기'들을 돌아봤습니다. 2021년 4월 월간 안전가옥의 주제는 '2021년 1분기 나의 원픽 콘텐츠' 입니다.
이번 달은 피치 못할 사정으로 거의 병실에 있었습니다. 침대에 누워 여러 가지 콘텐츠를 봤죠. 오랜만에 복습한 HBO 명작 드라마 <트루 디텍티브>도 새삼 너무 좋았고(매튜 맥커너히의 러스트 콜에게 쥐어지는 합격 목걸이), 리뷰 목적으로 읽어본 류연웅 작가의 안전가옥 작품들도 감탄이 나올 정도로 재미있었고(여러분, 앞으로의 연웅 작가님 작품 기대 많이 해주세요! 진짜로!), VOD로 풀려서 볼 수 있었던 이준익 감독의 영화 <자산어보>도 황홀했어요. 좋은 이야기는 언제나 인생의 원동력이 되어주기에, 1분기도 돌아보면 많은 스토리 콘텐츠들이 제 멱살을 잡고 ‘인간다운 삶’을 향해 질질 끌고 가 주었네요. 그 모든 콘텐츠들에게 감사의 말을 전합니다. 그중에서 이번 월간 안전가옥에 소개할만한 인상적인 1분기 콘텐츠는 뭐가 있을까 고민한 끝에 제 픽은... ...다름 아닌 MBC 예능 <심야괴담회>입니다!
<심야괴담회>는 올해 1월 초, 파일럿으로 2회분 가량이 먼저 방영되었다가 정규 프로그램으로 편성된 괴담 예능이에요. 저는 평소 호러 장르도 굉장히 좋아하기에 이 프로는 놓칠 수 없어 파일럿 때부터 꼬박꼬박 챙겨봤답니다. 케이블이 아닌 공중파에서 호러 예능 프로그램을 한다는 점이 신선하기도 했고, 사실 제가 일본의 괴담 예능 프로인 <마츠모토 히토시의 오싹한 이야기> 시리즈도 정말 좋아하거든요. 직관적으로 시각/청각에 때리는 호러 영화나 드라마 류도 좋아하지만, 저는 라쿠고(일본의 전통적인 화술 기반의 예술 중 하나)도 좋아하는 만큼 시각적 효과 없이 이야기를 ‘실감나게 듣는 것’도 좋아해요. tvN 다큐멘터리 <쉬프트>의 ‘책의 미래’ 편을 보면 원래 이야기는 구전으로 내려오면서 기록된 것이기 때문에 ‘소리’가 먼저라고 하죠. 오히려 책의 활자보다는 소리가, 인류가 이야기를 접했던 원형이라고 볼 수 있대요. 그런 관점으로 보면 현재 오디오북 시장이 점점 커지고 있다는 점은 참 신기하죠. 문자가 다시 옛날처럼 소리로 옮겨가고 있다는 뜻이니까요. 저는 이번 <심야괴담회>를 보면서 새삼 이야기를 ‘말’로 전해 듣는다는 것에 대한 즐거움을 느꼈습니다. 좋아하는 호러 장르의 다양하고 신선한 이야기들을 집중적으로 들었기에 재미있는 시간이었어요.
시청자 제보 형태로 무서운 이야기를 받아서, 1등을 한 이야기에 상금을 주는 형태로 진행되는 이 프로는 지난 4월 29일자로 7회차를 맞았습니다. 제가 가장 재미있게 본 에피소드는 6회차의 <내 눈이 어때서>였어요. 제보자의 어머니에게 ‘백호살’이라는 아주 나쁜 살이 들어서 그것을 쫓기 위해 온 가족이 무당의 지시대로 노력하는 내용이었는데요. 일 년 동안 결혼식, 장례식장에는 절대 가지 말고(장례식장에는 망자가 있다지만 결혼식장은 왜 그런 걸까요?), 어쩔 수 없이 가게 되면 팥과 소금을 소지하고, 다녀오면 꽃게가 들어간 음식을 먹으라는 지시가 무척 흥미(?)로웠습니다. 신묘하고 재미있지 않나요? 어디서 나온 이야기인지는 모르겠지만 빨갛고, 뾰족하고, 짠 맛이 나는 것은 귀신을 몰아낸대요(그래서 꽃게...). 또 살 붙은 사람이 바다를 건너 섬으로 가면 귀신의 힘이 약해져서 큰 화까지는 면할 수 있다는 말에 솔깃하기도 했습니다(병원에서 퇴원하면 굿이나 하고 강화도로 여행을 떠날까 싶은 쏘냐). 그저 패널들이 열심히 이야기하는 것만 들었는데도 왜 이렇게 몰입이 되던지, 저도 제 자신이 웃겼어요. 그리고 이렇게 ‘듣는 호러’를 메타 픽션 느낌으로 풀어낸 독특한 호러는 어떨지, 이야기 컨셉에 대한 영감이 떠오르기도 했고요. 서늘한 병실에서 새벽 내내 들었던 괴담의 추억... <심야괴담회>는 저에게 21년 1분기의 가장 인상적인 콘텐츠였습니다. 이 경험이 자양분이 되어서, 독특하고 몰입력 있는 아트하우스 호러 장르를 안전가옥에서 선보이는 날이 오면 좋겠네요.

월간 안전가옥 한 달에 한 번, 안전가옥 멤버들이 이 달의 생각을 이야기합니다.

운영멤버 쏘냐
"아리 애스터, 로버트 에거스, 조던 필! gsg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