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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바아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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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영멤버
사업개발매니저
2018년 가을 쯤 퇴사한 뒤 개인 워크샵이라고 부르며 발리 여행을 떠난 때가 있었다. 다음을 정해놓고 퇴사한 것이 아니었기에 한 달간 큰 계획이 없었고, 그랬으니 큰 걱정도 없었다. 에어비엔비 숙소 창문에 걸쳐진 나무의 그림자를 매일 아침 마주할 수 있는 것이, 느즈막히 일어나 문을 열면 고양이들이 찾아와 밥을 챙겨주는 것이 그-저 좋았다.
요즘 발리에서의 루틴 중 하나였던 요가 학원에서의 기억이 종종 생각나곤 한다. 빈야사 또는 아쉬탕가를 하는 날이면 ‘나 초보자인데..’라고 생각하면서도 꾸역꾸역 동작을 흉내내 보려 했던, 명상 수업 때 오롯이 집중하고 있었던 모습이 떠오른다. 10번이 넘는 수업에서 배운 동작 중 내가 가장 좋아한 것은 ‘사바아사나’였는데 이 동작을 할 때만큼은 충-분한 안락함을 느낄 수 있었다. 어쩌면 힘든 시퀀스를 끝낸 뒤 컴컴한 밤, 눈을 감고 풀벌레 소리를 들으니 그럴 수 밖에 없었던 것 같기도 하고.
이번 달, 안전가옥에서는 파트너분들과 함께 준비해야 하는 것들이 많았다. 얼마 전 오픈한 메가박스와 함께하는 공모전 준비, 작가님들과의 계약을 준비하는 것 등과 같은 것들이다. 이 중에서도 내가 담당하고 있는 업무를 잘 해내고 싶은 욕심이 커서 조바심이 났다. 사실 집에 가서도 일 생각을 끊어내는 것이 어렵기도 했고..
그래서 지금이 내게 사바아사나가 필요한 시점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나의 요가 생활의 정점은 사바아사나였는데.. 업무에도 사바아사나의 시간이 일정 부분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이번 추방엔 제주도로 개인 워크샵을 가는 것으로 마음을 먹었다. 그곳에서 운전하고, 요가를 하고, 바빠서 읽지 못했던 책을 읽어보며 이 자세를 취해봐야지.
분명한 것은 사바아사나가 있었기에 요가 수업이 재밌었고, 계속 이어나갈 수 있었으며, 실력이 늘 수 있었다는 것이다.

월간 안전가옥 한 달에 한 번, 안전가옥 멤버들이 이 달의 생각을 이야기합니다.

운영멤버 쿤
"사바아사나 동작은 한국어로 '송장 자세'입니다. 누워있는 것 아니고요. 요가 자세를 취하고 있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