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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장조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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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겨울은 저번 겨울보다 더 춥다고 해서 만반의 준비를 했다. 붙이는 핫팩, 군용 핫팩을 사고, 보온물주머니도 사고, …김장조끼도 샀다!
처음에는 인터넷에서 제일 무난한, 귀여운 당근무늬가 있는 걸 샀는데 엄청 얇고 주머니가 없었다. 이럴 수가, 내 핸드폰은 어디에 넣어야 하는가. 바지 주머니에 넣으면 차갑기도 했고, 주머니가 깊지 않아 빠지기도 했다. 매장전화기와 내 핸드폰을 손에 달랑달랑 들고 일해야 해서 번거로웠다. 주머니가 있는 조끼를 사고 싶었지만, 낭비인 것 같아 열심히 전화기 두 개를 손에 들고 다니거나, 가운데 큰 주머니가 있는 후드티를 입을 때는 캥거루처럼 넣고 다녔다. 그러나 이러면 보온 물주머니 때문에 전화기가 따끈따끈하게 데워져서 결국에는 다시 손에 들고 다녔다.
어느 날, 점심을 사러 나갔는데 화려한 꽃무늬가 눈에 들어왔다. 같은 디자인이 여기에 있는 것 같냐고 묻는 듯한, 형형색색의 꽃무늬, 이파리무늬, 기하학적인 무늬들의 향연이었다. 홀린 듯이 옷 앞으로 가서 살펴보았다. 내가 샀던 김장조끼와는 다르게 안감이 털이고, 목깃이 올라오고, 어깨도 살짝 덮는 데다가 주머니도 있었다! 핸드폰을 꺼내 주머니에 넣어보니까 딱 맞았다. 이건 운명이었다. 여기서 끌리는 무늬만 찾으면 되는 것이었다.
그러나 지금 나는 매장 문을 잠시 닫아두고 점심을 사러 나온 상태였기에, 느긋하게 고를 수가 없었다. 착착착, 빠른 손놀림으로 옷을 골랐다. 너무 현란해, 색이 너무 어두워, 정말 나이들어보이겠다…. 여기 있는 김장조끼들은 누가 봐도 따뜻해 보였지만, 디자인은 정말…고민이었다. 보온을 위해 패션을 포기하고 다니는 나지만, 이런 무늬의 조끼까지 입으면…….
시간은 없었고, 위장은 비어있었고, 빨리 돌아가야 했다. 같은 무늬 다른 색의 조끼 중에서 뭘 고를까 고민하다가 붉은 꽃무늬를 골랐다. 파란색으로 고를 걸 그랬나 싶지만, 어차피 도긴개긴이었다.
집으로 돌아와서 당당하게 김장조끼를 입고 부모님 앞에서 자랑했다. 나 김장조끼 더 따뜻한 걸로 샀어! 돌아오는 말은 너는 젊은 애가 왜 할머니 옷을 입냐는 것이었다…. 나는 꿋꿋하게 귀엽지 않아? 나는 내가 귀여운데! 하고 우겼으나 비웃음만 살 뿐이었다. 나도 알고 있다. 아무리 정신승리하려고 해도, 이 무늬는 정말 옛날 할머니들이 입을 법한 무늬이기는 했다. 옛날 두꺼운 겨울 이불 같은 무늬 말이다.
그렇지만 김장조끼는 매우 따뜻했고, 일할 때 주머니에 하나씩 전화기를 넣을 수 있어 손이 자유로워졌다. 어떤 분은 그 조끼 어디서 샀냐고 물어보기까지 했다! 역시 추울 때는 따뜻한 게 최고이긴 하다.
저번 겨울에는 반팔, 두꺼운 겨울옷, 후리스를 껴입어서 움직임이 둔하고 몸이 답답했는데, 팔 부분이 트여있는 것만으로도 훨씬 가뿐해졌다. 김장조끼 정말 강력 추천템이다!

월간 안전가옥 한 달에 한 번, 안전가옥 멤버들이 이 달의 생각을 이야기합니다.

파트너 멤버 김청귤
“겨울이 올 때마다 아이템이 늘어가는 것 같아요. 빨리 봄이 왔으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