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그동안 표현은 안 했지만 다른 작가님들 월간 안전가옥 글들이 업데이트되는 족족 확인하면서 호오… 그렇군요… 그렇게 지내고 계시군요… 하는 생각을 자주 했단 말입니다? 저는 여러분과 마찬가지로 월간 안전가옥 원고 업데이트를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는 안전가옥 멤버십 단톡방에 속해있기 때문에. 뭐 리플을 달 수도 없고 친분도 없는 작가님께 작가님 이번달 월간안가(나 혼자 이렇게 줄여부름) 넘 재밌어요~! 이렇게 호들갑을 떨 수도 없어서 그냥 속으로 혼자 호오… 그렇단 말이죠… 하고 말았다고요. 좌우간에 몇달 전 링피트 광풍이 불어닥쳤던 바 있어 이번에는 다들 <모여봐요 동물의 숲> (이하 모동숲) 얘기를 하시겠구나 생각했는데 현 시점 (2020년 5월 5일 새벽 1시 50분 27초… 28초… 29초…)까지 -제가 확인한 바로는- 한 분도 모동숲 얘기를 안 꺼내셨습디다…
그런 이유에서 이번달에 저는 모동숲 이야기를 하고자 한다.
나의 동숲 입문은 전작인 <튀어나와요 동물의 숲>, 닌텐도 3DS 전용 소프트. 마을에 딱 한 개 열리는 ‘맛있는 과일'을 웰컴스낵으로 착각하고 먹어버려서 처음 시작할 때부터 그야말로 애로사항이 꽃피는 플레이를 했다. 튀동숲을 플레이해보지 않으신 분들을 위해 부가 설명을 하자면, 동물의 숲 시리즈에서는 플레이어가 정착하는 지역마다 특정 과일이 특산물로 주어지는데, ‘맛있는 과일’은 일반 과일과 다르게 황금색으로 표현되며 가격 또한 일반 과일보다 훨씬 비싸게 팔 수 있다. (드롭시 아이템명마저 별도로 “맛있는 과일" 이라고 뜬다) 게다가 플레이 시작할 때 딱 한 개 주어지고 그 뒤로 다시는 자연적으로 얻을 수 없기 때문에, 가장 먼저 발견한 맛있는 과일은 반드시 땅에 심어서 나무로 키워 초기 자금 마련에 사용해야 한다. 이것이 정석적인 접근의 공략법이라 할 수 있다. 그리고 앞서 말했듯이 나는, 그걸 내 캐릭터에게 먹였다. 맛있는 과일은 두 번 다시 열리지 않는다는 것을 깨닫기 전까지는 아무튼, 행복했던 것 같다…
이런 저런 사연이 있었지만 어쨌든 오랜 시간에 걸쳐 마을을 크게 부흥시켜 백화점도 만들고 라이브 하우스도 만들고 카페도 만들고 집도 크게 확장하고 했다. 중간에 시들해져 오랫동안 켜지 않다가 다시 켜 보니 내 마을의 주민들이 내가 죽은 줄 알고 걱정했다고 하는 것을 듣고 눈시울을 붉히기도 했고… 그래놓고 또 다시는 켜지 않았다. 우리 마을 주민들은 이번에야말로 내가 죽었다고 생각하겠지. 사실상 나는 인생 2회차를 시작한 셈인데 이걸 (구) 우리 마을 주민들에게 전해줄 수가 없어서 유감이다.
모동숲도 이런저런 맥락에서 전작과 비슷하려니 하면서도 SNS와 유튜브에서 다들 모동숲 모동숲 하길래 못 이기는 척 시작했다. 왜 그런 거 있잖아요, 아싸일수록 인싸들이 뭘 좋아하는지 관심이 많은 법이라고요… (저만 그렇다고요? 죄송합니다) 처음에는 몰라보게 개선된 아름다운 그래픽에 놀랐고… 깔끔한 인터넷 접속에도 놀랐고… 튜토리얼이 끝나고 자유 조작이 가능해진 시점부터 맛있는 과일이 어디 열려있는지부터 찾아다녔는데 (강이나 절벽때문에 갈 수 없는 지역이 있어서 이 작업에 사흘이나 걸렸다) 이번 시리즈에는 딱히 맛있는 과일이 없는 것 같더라. 그건 다행인듯하면서도 조금 아쉬운 지점이었다. 이번에야말로 사이버 과수원 운영을 사이버 땀을 흘려가며 열심히 해서 사이버 부를 축적하려고 했는데… 답은 무트코인을 통한 일확천금 노리기 뿐이란 말인가.
모동숲을 해 보지 않은 사람이라도 한번쯤 ‘무트코인'이라는 말을 들어는 보았으리라 생각한다. 방송인/가수 유희열 씨도 어떤 예능 프로그램에서 “무 주식" 이야기를 한 적이 있고… (유희열 씨는 아마 튀동숲 얘기를 했던 것으로 짐작된다. 전작에도 ‘무 사고팔기' 시스템이 있었기 때문이다.) 일요일마다 마을에 무를 파는 행상인이 등장하여 100벨 안팎의 무를 100개 묶음으로 판다. 행상인에게서 산 무는 월요일에서 토요일 사이 마을 상점에서 팔 수 있으며, 무의 가격은 월요일부터 토요일까지 오전과 오후, 총 16회 변동된다. 무의 유통기한은 딱 일주일이라서 그 다음 일요일까지 무를 다 처분하지 못하면 썩어버리고 만다. 일주일 안에 만족스러운 가격이 뜨면 그때 무를 팔면 되고, 만족스러운 가격이 토요일 오후까지 뜨지 않아도 토요일 오후에는 무조건 팔아야 한다. 안 그러면 그냥 쓰레기가 되기 때문이다. 대신 다른 사람의 마을에 가서 팔 수도 있다. 그래서 친구가 많거나 영양가 있는 정보를 빠르게 얻을 수 있으면 유리하다. 현실 주식도 그런가? 그렇다고 들은 것 같다.
나는 주식의 주 자도 모르고 비트코인의 비 자도 모르지만 어쨌든 나의 사이버 마을에서는 사이버 부자가 되고 싶었기 때문에 일주일간 나비 잡아 팔고 물고기 잡아 팔고 복숭아 농사 지어 번 돈, 눈물 젖은 40만 벨 정도를 가지고 무를 샀다. 그것이 나의 전재산이었다. 정확히 4천개의 무가 정확히 40개의 슬롯으로 된 인벤토리에 가득 찼다. 손이 떨렸다… 그 돈이면 집 대출금을 갚을 수도 있었건만… (그 시점에서 나의 집 대출금은 39만 8천 벨이 남아 있었다) 그런데 이윽고 트위터에서 내가 무를 구입한 가격의 4배 정도로 시세가 책정된 마을이 있다는 소식을 들었다. 일요일에는 무를 살 수만 있고 팔 수는 없는데 어떻게 그런 일이? 본체 기기 시간을 임의로 수정하여 게임 내 시간도 조작하는 “타임슬립"을 한 사람이었다. 보통 무 시세가 좋게 나온 마을에서는 어떤 식으로든 입장료를 받는데, 이 사람은 입장료도 필요없다고 했다. 왜지? 이거 사기 아냐? 라고 생각하면서 그 마을로 이동하는 패스워드를 입력했다.
무 다 팔고 번 돈으로 무 한번 더 사서 또 가서 팔아서 큰 부를 이루었다. 이 얘기엔 반전이 없어서 얼마나 다행인지 몰라.
덕분에 집 대출금도 갚고 마을에 교량도 새로 놓고 아주 좋았다. 그래서 자랑을 하고 싶었다. 그런데 어제 우리 마을에 놀러온 현실친구가 나의 자랑을 듣고 “주식에 손을 대다니, 어디 가서 노동자 소설 썼다고 하지 말라"고 했다. (내가 먼저 내 입으로 “제가! 노동자! 소설을! 썼습니다!” 라고 하지는 않는데…)
한편 이 사람은 지난 수일간 북측 최고지도자가 잠적했다 모습을 드러낸 이유에 대해서도 모동숲 출시 때문일 거라고 했는데, 나는 그 말이 일리가 있다고 생각한다. 어쩌면 지난 일요일에 무 팔러 간 섬에서 그의 캐릭터와 우연히 마주쳤을지 모른다고도…
월간 안전가옥 한 달에 한 번, 안전가옥 멤버들이 이 달의 생각을 이야기합니다.
파트너 멤버 박서련
“참고로 저희 섬 이름은 ‘사랑도명예도이름도'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