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에 들어서 내 일상에서 가장 크게 변화한 일은 안전가옥과 협업을 시작했다는 점일 것이다. 하지만 이 주제에 대해 쓰려니 아직 뭐가 뭔지 모르는 어리둥절한 상태라 이번 달에는 내게 일어난 두 번째로 커다란 변화에 대해 이야기해 보려고 한다. 얼마 전에 나는 산 지 1년밖에 안 된 아이폰 11을 버리고 폴더폰으로 갈아탔다.(왜 이런 짓을 했는지) 이제 겨우 3주가 되었지만 혹시 디지털 디톡스를 위해 폴더폰으로 바꿔볼까 싶은 분들에게는 이 글이 조금쯤은 유용한 정보가 되지 않을까?
사실 그동안 내가 스마트폰 중독일 거라고 생각해본 적은 없다. 원래 눈 뜨자마자 스마트폰부터 확인하고 밤에 잠들기 전까지 스마트폰을 쥐고 있다가 잠드는 게 보통의 현대인이 아닌가, 생각하고 있었다. 인스타그램과 각종 SNS를 너무 많이 쓰는 게 아닌가 하는 자각은 있었지만 그게 시간으로 따지면 얼마나 되는가 생각해본 적이 없었다. 나는 유튜브도 잘 안 보고, 뭐, 괜찮지 않나?
그렇게 살다가 우연히 넷플릭스에서 소셜 딜레마라는 다큐멘터리를 보게 되었다. 정말이지 무서운 다큐였다. (소셜미디어라는 게 얼마나 위험한지 그걸 직접 만든 IT 전문가들이 나와서 경고하는 내용의 다큐다.)
이걸 보고 나서 핸드폰 스크린타임을 처음으로 확인해 봤다. 그런 게 있다는 것도 사실 잘 몰랐다. 8시간 45분... 하루 24시간 중에 8시간은 취침, 8시간은 사회 활동, 나머지 8시간을 스마트폰에 쓰고 있다는 거구나. 그렇게 생각하니까 이건 말도 안 된다는 생각이 들었다. 애초에 그 8시간도 내가 정말 원해서 스마트폰에 쓰고 있는 게 아니었다. 아침에 일어나서 무의미하게 한두 시간, 밥 먹으면서 잠깐, 그러고 보니 요새는 텔레비전을 보면서도 스마트폰을 썼다. 이 무시무시한 다큐를 다 보고 나서 가장 먼저 한 일은 SNS에 소셜미디어 너무 무섭다고 쓰는 거였다. 아무래도 내 의지만으로는 스마트폰을 멀리할 수가 없다. 그래서 결정했다. 내 의지로 안 되면 그냥 스마트폰을 치워버리기로.
그 길로 당장 당근 마켓에서 중고로 폴더폰을 샀다. 최소한 카톡은 되는 모델을 원했기 때문에 그냥 폴더폰보다는 스마트 폴더폰이 나을 것 같았다.(스마트 폴더폰은 터치도 된다)
3주 정도 사용해보고 느낀 점은 한 마디로 정리할 수 있겠다. 정말 불편하다. 일단 키패드 자판이 딱딱하다. 예전에는 어떻게 이걸 힘을 줘서 꾹꾹 눌러서 썼는지 기억이 나지 않는다. 원래 화면 키패드를 누르던 속도의 1/3밖에 안 되니까 쓰면서도 답답해서 띄어쓰기는 생략하고, ‘했’을 ‘햇’으로 쓴 정도는 그냥 수정도 안 하고 보내게 됐다. 카톡으로 대화를 치는 것도 막막해서 이모티콘으로 대답을 대신하기도 한다.(10월 들어서 이모티콘을 세 개 샀다) 그리고 어플이 조금만 용량이 크면 버벅거린다. 사실 처음에 핸드폰을 바꾸자마자 버릇을 못 고치고 인스타그램을 한 번 깔아봤었다. 하지만 화면이 너무 작은 데다가 사진이 뜨는 속도도 절망적으로 느려서 결국 삭제할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유튜브. 나는 평소에 유튜브를 잘 보지 않아서 괜찮다고 생각했는데 이 핸드폰은 유튜브 화질이 480p이 최대다. 이 외에도 불편한 점을 꼽자면 셀 수가 없다.
하지만 이 불편함 때문에 스마트폰과 멀어지기에 (어느 정도는) 성공했다. 불편하니까 안 쓰게 된다. 물론...밖에서는 폴더폰을 쓰고 집에 오면 집에서 노는 아이폰을 쓰고 있기는 하지만 전에 비하면 비약적으로 사용 시간이 줄었다. 하루 SNS 사용 시간은 한 시간 이하로 유지하고 있다. 핸드폰의 모든 알림을 다 꺼놓으니까 일상은 놀랍도록 고요해졌다. 이게 더 나은 일이 될지, 아니면 기술이 나날이 발전하는 사회에서 나만 뒤처지는 일이 될지는...더 두고 봐야 알 수 있을 것 같다.
정리하자면 이렇습니다.
폴더폰의 장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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핸드폰이 작고 가벼워서 들고 다니기 좋다.(아이폰이 너무 무거웠기 때문에 더 비교가 되는 걸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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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 폴더폰을 쓰던 시절의 향수를 느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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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용이 불편하기 때문에 스마트폰을 멀리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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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폰을 사용하던 시간만큼의 잉여 시간을 획득할 수 있다.
폴더폰의 단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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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판이 딱딱하고 치기 불편하다. 오타가 난무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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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플 구동 속도가 느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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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인들과의 대화 부족으로 약간의 고립감과 세상에서 단절되는 감각을 느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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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튜브 화질 480p... 20년 전 화질 체험이 가능하다.
월간 안전가옥 한 달에 한 번, 안전가옥 멤버들이 이 달의 생각을 이야기합니다.
파트너 멤버 윤이안
"결론은… (이 모든 불편을 감수하고도) 스마트폰 중독의 굴레를 끊고 싶은 분들에게 강력히 추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