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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고를 보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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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 이상하다. 원고를 보고 또 봤는데도 수정할 부분이 보이고, 보고 또 봤는데도 어디를 수정해야 할지 모르겠다. 단어를 지우고 넣고 문장 위치를 바꾸고 새로운 문장을 집어넣으며 이 글이 더 나아지기를 간절히 바랐다.
이만하면 됐다, 이게 내 최선이다. 미래의 나는 몰라도 지금의 내가 보기에는 이게 최선이다. 그렇게 생각하며 원고를 첨부한 메일을 보냈다.
…보내기를 누르자마자 후회했다. 보낸 메일을 취소하고 싶은데 취소할 수도 없었다. 그 부분을 조금 더 풍부하게 표현할 걸, 감정선을 더 살려볼 걸, 한 번 더 들여다볼 걸…. 갖은 후회가 밀려왔다.
진짜로 내가 최선을 다 한 게 맞나? 그게 내 최선이었나? 이런 물음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는다. 시간을 조금만 더 달라고, 더 잘해보겠다는 말이 목구멍까지 차오른다.
쓰는 내내 나를 너무 많이 의심했다. 아주 많이. 다른 사람이 하는 좋은 말과 응원을 그대로 받아들일 수가 없었다. 기운 내라고 하는 말일 거야, 듣기 좋으라고 하는 말 아닐까, 속으로는 아니어도 말만 저렇게 해주는 거겠지. 저절로 떠오르는 생각에 도대체 내가 왜 이런 생각을 하고 있나 괴로웠다. 생각이 내 뜻대로 조절되지 않았다. 내 소설에 대한 칭찬을 기쁘게 받아들이고, 잘 될 거라는 응원에 웃으면서 감사인사를 하고 싶었지만, 정말로, 정말로 되지 않았다.
도망치고 싶었다. 도대체 내가 뭐라고 공모전에 당선이 되어 누가 봐준다는 보장도 없는 소설을 쓰고 있는 거지? 출판사에 폐를 끼치는 건 아닐까? 날 이미 포기했을지도 몰라. 이런 생각들이 수시로 떠올랐다.
많이 괴롭고 힘들었으나 글 쓰는 건 즐거웠다. 레미 피디님이 나에게 글 쓰는 건 어떠냐고 질문했을 때 내가 늘 ‘즐겁다’라고 말을 했다고 한다. ‘물론 힘들지만 즐거워요.’라고. 재밌다고 말하는 분들은 많아도 즐겁다는 말을 하는 건 내가 처음이라는 말을 듣고, 내가 즐겁다고 했었나, 늘 그렇게 말했었나 싶었다.
글 쓰는 건 즐겁다. 저렇게 괴롭고 도망가고 싶고 남의 말을 의심하고, 의심하는 스스로에게 도대체 왜 이러는 거야 힘들어하고, 완전 못 쓴 것 같아 절망하면서도, 꿋꿋하게 하루에 아주 조금씩이라도 글을 쓸 수 있는 이유는 즐거워서일 거다. 즐겁고, 쓰고 싶으니까. 더 좋은 글을, 더 나아진 글을 쓰고 싶으니까. 몇 번이고 갈아엎고, 몇 번이고 새로 시작할 수 있다.
솔직히 지금이라도 이거 엎고 새로 써야 할 것 같아요, 하면 좌절이야 하겠지만 알겠습니다! 하고 대답할 수 있다.(이것과 별개로 저는 제가 쓴 모든 소설을 사랑합니다. 이번에 쓴 소설도 매우 사랑하고, 아낍니다. 완전 재밌어요!!!)
열심히, 힘들게, 즐겁게 썼으니까… 재밌게 읽으시면 좋겠다.
책으로 나올 날이 기다려진다.

월간 안전가옥 한 달에 한 번, 안전가옥 멤버들이 이 달의 생각을 이야기합니다.

파트너 멤버 김청귤
“그래도 시간이 조금만 더 있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