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월에는 두 번의 여행을 다녀왔습니다. 시절이 시절인지라 가장 먼저 마스크와 소독제, 알콜솜을 챙기게 된 여행이 낯설기도 했어요. 오월 초에는 최애 여행지, 사랑하는 청산도의 연두빛 봄을 느끼고, 오월 말에는 거제도를 찾았습니다. 수국이 많이 피는 곳이니 친구들 얼굴도 보고 꽃도 보는 여행이 되겠지 하는 마음에 카메라도 챙겼죠.
“은하수 보러 가지 않을래요?”
낡고 운치 있는 남부터미널부터 네 시간이 걸려 도착한 거제, 고현 터미널 앞에서 만난 친구가 마침 오늘이 그믐이라며 생각지도 못했던 제안을 했습니다. 오랜 친구들이 함께인데 낯선 서울 친구도 환영한다는 말과 함께요. 메인은 은하수인데 어쩐지 거제 친구들은 ‘오뎅탕 끓여 먹기’에 더 신난 듯 대화창이 왁자지껄했습니다.
은하수는 추운 겨울에만 볼 수 있는 것일 거라 막연히 생각했었는데 오히려 이 시기에 보기 편하다고 하더라고요. 겨울보다 일찍 떠오르기에 졸음과 싸울 필요가 없고, 모기가 본격 활동하기 전이라 좋은 시기라는 말에 부러 맞춰 온 것도 아닌데, 어쩐지 기분이 좋았습니다.
캄캄하고 꼬불거리는 섬의 도로를 달려 밤 열 시, 은하수 스팟에 도착했습니다. 하나둘 도착한 친구의 친구들과 어색한 인사를 나누고 본격적으로 자리를 잡았습니다. 한쪽에는 큰 곰솥과 젓가락에 끼운 오뎅, 부르스타와 각종 양념이 세팅되고 무릎 담요를 바위에 착착 깔아 모두 둘러앉고 누울 수 있는 공간을 꾸몄습니다. 바위 절벽 끝으로 약하게 은하수가 보였습니다.
꾸려온 음식을 만들어 먹는 동안 은하수도 소리 없이 머리 위로 떠올랐습니다. 바위 위에 앉으니 옆에는 파도가 치는 소리가 들리고 고개를 들어 하늘을 보면 온통 별이었어요. 언제 이렇게 까만 밤 총총 뜬 별을 봤었을까? 기억이 잘 나지 않더라고요.
우주 속에 있는 기분을 느꼈어요. 외로운 기분이 아니라, 내가 우주에 작은 존재로 속해있구나 하는 감정이 들었어요. 아주아주 깊고 커다란 어떤 공간 속에 작고 반짝이고 귀여운 것들과 함께란 기분이 낯설고도 아늑했죠. 이래서 사람들이 우주 이야기를 좋아하고 읽는 걸까? 하는 다분히 장르 문학을 다루는 회사 직원다운 의문도 가졌답니다.
다양한 관계와 집단 속에서 함께 있어도 혼자인 듯, 둥둥 뜬 기분을 종종 느낍니다. 앞으로 그럴 땐 오월에 본 생애 첫 은하수를 떠올릴 것 같아요. 내 주위 가까운 곳 혹은 멀리에서도 저마다의 밝기로 살아가는 사람들과 함께 구나 라는 생각으로 두 발에 힘이 들어갈 것 같거든요.
갤럭시 너 혹시 나와 같이 걸어가 볼래
반짝이는 은하 너머 손잡고 나와 같이 걸어가 볼래
월간 안전가옥 한 달에 한 번, 안전가옥 멤버들이 이 달의 생각을 이야기합니다.
운영멤버 모
"제 낡은 카메라가 담기에는 벅찬 광경이라, 친구가 찍은 사진을 함께 나눠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