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1월 27일 월요일 아침 ‘코비’가 헬기사고로 죽었다는 소식을 메신저 속보기사를 통해 알게 되었다. 나는 ‘코비(Kobe)’, 코비 브라이언트가 얼마나 훌륭한 선수인지는 제대로 알지 못했지만 농구를 잘 알지 못하는 내가 이름을 정확히 알 정도로 전설의 선수인 것은 확실히 알고 있었다.
공교롭게도 1/27일 이 날은 내가 처음으로 프로농구를 직관하러 간 날 이기도 했다. 팀 스포츠라면 ‘야구’의 세계에만 빠져있던 내가 작년 말부터 농구를 배우기 시작하면서 처음으로 ‘농구의 재미’를 알게 되었고, 농구의 룰도 익히고 요즘 경기 스타일도 알고자 함께 농구하는 이들과 관람을 하러 간 것이다. 나를 포함한 몇 몇 농구 초심자들 외에 농구장 내에 모든 이들은 경기 시작 전부터 차분한 분위기를 유지했다. 경기 시작 후 24초 간은 양 팀의 공격과 수비를 떠나 코비를 위한 24초를 보내기로 하는 의식을 진행할 정도로 미국의 전설적인 농구선수는 한국의 열뛴 농구장의 열기마저도 차분하게 돌려놓았다.
엎치락 뒤치락 했던 1위 쟁탈전 경기는 잦은 슛찬스의 실패로 싱겁게 끝났고, 코비브라이언트의 명장면들이 유투브를 도배했다. 그의 농구센스는 정말 타의 추종을 불허했다. 상대팀을 흔들어 놓고, 방어하고 바로 슛찬스로 이어지게 하는 그의 실력은 정말 일품이었다. 남이 막는다고 해서 슛을 넣지 못하거나 실패를 자주하는 것도 아니었다. 그의 실력을 유투브로만 보기는 아쉬워서 그가 직접 썼다고 하는 ‘처음으로 농구와 사랑에 빠졌을 때’에 관련한 시도 찾아보고, 모든 인터뷰를 다 찾아보게 되었다.
코비의 오래된 친구 데릭지터가 말하길, 코비는 승리할 때의 기쁨보다 딸과 대화하는 모습이 훨씬 행복해보이는 진정한 패밀리맨이었다고 한다. 어릴 적 17살의 자신에게 스스로 보내는 편지에도 보면 다른 가족들을 부양하기 위해 고민하는 어린 코비의 모습을 쉽게 상상할 수 있었다.
한 전설적인 농구선수가 딸이 출전하는 농구경기를 직접 데려다주기 위해 딸 친구와 가족 등을 함께 태운 헬기가 안개 속에 사고를 당해 추락. 전원 사망. 이보다 더 슬프고 드라마틱한 이야기는 올 해 1,2월 동안 들은 바 없다. 안전가옥이 IP를 출판하는 스토리 프로덕션이라지만 우리가 현재 준비하는 라인업에서도 이보다 슬픈 이야기는 아직 없다.
때론 만들어진 이야기보다 누군가가 살아낸 이야기가 마음 속에 오래 남을 때가 있다.
농구를 처음 본 날, 난 코비의 삶을 알게 되었고 오랫 동안 닫혀있던 마음의 문 하나가 새로운 세계를 향해 스르르 열리는 걸 느꼈다. 만약 이 글을 읽고 있을 당신이 새해에 운동을 통해 삶을 바꾸고 싶었으나 하기 싫다면, 맨날 보던 것에 벗어나기를 권한다. 그리고 새로운 상상력과 힘을 얻고 싶을 때 다른 어떤 책보다 안전가옥에서 낸 소설들을 고르는 편이 나을 것이다. 안전가옥이 펴내는 이야기는 읽는 이로 하여금 살고 싶은 이야기가 되게 하려고 노력한다. SF, 미스테리 같은 장르는, 무책임한 상상속에 벌어지는 일들 같겠지만 사실 오래된 사실과 현실 관찰을 통해 가능하기 때문이다. 오래도록 마음 속에 살아있을 이야기 한 두개 쯤 을 위해 오늘도 코비의 영상을 보고 있다.
월간 안전가옥 한 달에 한 번, 안전가옥 멤버들이 이 달의 생각을 이야기합니다.
운영멤버 레미
"슛은 어떻게 해야 들어가는 건지 헷갈리는 레미 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