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대청소를 했습니다. 일이 조금 바쁜 핑계로 미루다 보니 집안 꼴이 말이 아니었거든요. 청소기를 돌리고 빨래까지 널어놓고 나니 문득 <떠난 후에 남겨진 것들> 생각이 났습니다. 유품정리사라는 직업을 통해 타인의 마지막을 기록한 책인데요. 저자분이 <유퀴즈 온 더 블록>에 출연한 것을 보고 전자책을 사두었는데, 쉽게 책을 펼치지 못했거든요. 언젠가는 겪어야만 할 일, 어쩌면 나 그리고 나와 아주 가까운 이가 될 수 있다는 생각 때문에 두려움이 앞섰던 것 같고요.
가족들이 장례식장에 다녀올 일이 생기면 엄마는 소금이 가득 들어 있는 단지 하나를 현관문 밖에 가져다 두셨습니다. 일찍 돌아오는 날에는 직접 뿌려 주시기도 했는데, 초저녁부터 주무시는 편이라 셀프로 뿌려야 할 때도 있었거든요. 뭐- 어려운 일도 아니기도 했고, 그렇게 했을 때 엄마 마음이 편해진다고 하니 소금 뿌리는 일을 게을리하지 않았지만, 이러한 미신이 생기게 된 것도 조금 씁쓸했던 것 같아요. 누구나 겪는 일인데도 아직도 두렵기만 한 일. 책에서도 언급했듯이 세상은 참 많이 변했지만, 죽음에 대한 두려움은 엄마와 제가 살아온 시간이 지나는 동안에도 많이 변하지 않은 것 같습니다.
이번 월간 안전가옥의 마지막 문단을 쓰는 게 특히나 어렵게 느껴지네요. 머릿속에 떠오르는 생각은 많은데 글로 어떻게 정리해야될지 막막하달까. 결국은 현재를 잘 살아야겠다는 조금 뻔한 내용이기는 한데, 마음이 좀 몽글몽글하고 그렇습니다.
월간 안전가옥 한 달에 한 번, 안전가옥 멤버들이 이 달의 생각을 이야기합니다.
운영멤버 시에나
"그래서 오랜만에 글을 잘 쓰고 싶다는 생각을 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