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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인생의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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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아이의 돌잔치를 치렀어요. 1년 간 많은 일들이 있었고, 꽤 힘들기도 했지만 그만큼 기쁘기도 한 시간이었죠. 시간이 갈 수록 더 많은 기대와 불안이 쌓이는 일인 것 같아요. 육아란.
아이를 키운다는 것은 어쩌면 자신을 돌아보는 일이기도 한 것 같아요. 아이는 제가 지나온 과정을 거의 비슷하게 겪을 거예요. 비슷한 감정의 단계를 밟으며 성장하게 될 테지요. 그래서인지 저는 아이의 미래를 알 것 같은 기분이 들어요. 러프하게 보자면 아이의 미래는 이미 정해져 있는 것이나 다름없거든요. 어차피 사람들은 비슷비슷한 길을 걷게 마련이고, 인간이라는 종의 한계를 크게 벗어나는 경우는 드물죠.
처음으로 바닥에 넘어진 아이가 엉엉 울음을 터뜨렸을 때 그런 생각을 했어요. 지금껏 내가 겪은 그 수많은 고통의 과정들을 이제 나의 아이도 똑같이 하나씩 밟아나가겠구나. 네 마음대로 몸이 뒤집어지지 않아 얼마나 갑갑하고 괴로울까? 너는 걸음마를 떼기 위해 몇 번이나 넘어져 바닥에 부딪치게 될까? 넘어져 다칠 때마다 상처가 얼마나 쓰라리고 아릴까? 누군가에게 미움받는 순간은? 혐오를 견뎌야 하는 순간은? 무언가에 실패하는 순간은 얼마나 슬프고 절망스러울까?
안쓰러워요. 왜냐면 전부 제가 잘 아는 아픔들이니까요. 저는 그 고통들이 얼마나 괴로운지 너무나 잘 알고 있지요. 물론 저는 이미 이런 아픔들에 무뎌졌고, 언젠가 아이도 무뎌지게 되리란 것을 알지만, 그럼에도 안쓰러워요. 원치 않는 고통의 순간들을 통과하게 될 아이의 미래를 생각하면요.
물론 아이에겐 행복한 순간도 많을 거예요. 하지만 우리 모두가 알고 있듯, 삶이라는 긴 감내의 기간 속에 행복은 아주 짧게 빛나는 점들에 불과하죠. 아이는 기어이 잃어버리게 될 작은 빛을 온힘을 다해 움켜쥐고 바둥거리게 될 거예요. 왜냐면 저도 그랬으니까.
딱히 제 삶이 불행했다는 이야기를 하려는 건 아니에요. 그저 이건 세계의 법칙일 따름이거든요. 기본적으로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우주는 들이는 노력에 비해 획득할 수 있는 행복의 효율이 별로 좋지 않기 때문에, 우리는 모두 어떤 식으로든 고통에 무뎌지는 법을 배워야 해요. 그래야 살아갈 수 있으니까.
어쩌겠어요. 대신 아파줄 방법이 없는 걸. 그저 아이가 나아갈 길에 놓인 행복의 빛이 아주 커다랗기를, 그리고 부디 아픔의 순간을 빠르게 이겨내기를 바랄 수밖에.
이제 저는 부모가 되었고.
할 수 있는 한 이 아이의 곁을 지켜줄 수 있을 뿐이에요.

월간 안전가옥 한 달에 한 번, 안전가옥 멤버들이 이 달의 생각을 이야기합니다.

파트너 멤버 이경희
"이러쿵 저러쿵 했지만 아이를 키우는 일은 분명 삶에서 마주칠 수 있는 가장 길고 커다란 빛들 중 하나랍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