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6월 30일 오전. 아침식사를 하던 저는 갑자기 금맥을 발견하게 됩니다.
이날 아침 메뉴는, 건더기라고는 눈을 씻고 찾으려도 찾을 수가 없는 흰죽이었어요. 이제 막 두 숟갈쯤 떴나? 갑자기 입 안에서 존재해서는 안 될 딱딱한 어떤 것이 느껴지는 거예요.
어... 이거 뭐지? 라는 생각이 든 것과 동시에, 뭐긴 뭐야! 어금니에 붙어 있던 금니지! 라는 깨달음이 뒤통수를 딱! 때리고 지나갔어요.
맞아요, 오른쪽 윗어금니에 씌운 크라운이 홀랑 빠져버린 거예요. 세상에! 안 돼! 안 된다고!!! 손바닥에 뱉어 놓은 금니를 황망한 얼굴로 보다가, 얼른 세척 해 티슈에 꼭꼭 감쌌습니다. 입맛이 뚝 떨어지더라구요.
고백할게요, 저는 세상에서 치과가 제일 무서워요.
엄마보다 무섭고, 제 앞으로 딸린 부채보다 무섭고, 창문이 없는 꽉 닫힌 공간보다, 발밑이 까마득한 높은 곳보다 무섭다니까요. 저는 엄청난 쫄보거든요. 엄살도 심하구요. 그런데 이렇게 갑자기, 예고도 없이, 마음의 준비를 할 새도 없이 치과요? 지금요? 오마이갓...
아무튼, 치과를 가야하잖아요. 식탁 한 편에 놔둔 티슈를 실눈으로 째려보다가 20년 지기에게 메시지를 보냈어요.
야아... 나 아침 먹다가 금니 빠졌어ㅠㅠㅠㅠㅠㅠㅠㅠ
그걸 뭐라고 부르는지 모르겠네요. 아무튼 리클라이너를 닮았지만 안락하기는커녕 공포심을 극대화 시키는 치과 의자에 누워 덜덜 떨며 원장님을 기다렸습니다.
십년 째 제 이를 봐주고 계시는 원장님은 언제나 그렇듯 매우, 몹시 자애로운 표정으로 제 머리맡에 앉으셨어요. “좀 봅시다.” 라고 하시며 제 입을 이케이케 벌리셨죠.
“크라운 한지 오래 됐죠?”
“에. (네)”
“언제 했어요?”
“호흐하효해요. (초등학교 때요)”
그 후 잠시 동안 원장님은 제 입안 구석구석을 들여다보셨어요.
“보자, 이거 브릿지는 한지 얼마나 됐죠? 내가 해 줬지?”
“에. 오혀효. (네. 5년요)”
“얘는 관리 잘했네. 앞니 쪽이라 신경썼구만?”
“에. (그럼요! 이 한 조각이 돈이 얼마짜린데요ㅠㅠㅠㅠㅠ)”
“오늘은 그냥 붙여 줄 테니까, 다시 떨어지면 그땐 새로 씌워야 돼요. 너무 오래 돼서.”
“에. (오마이갓 감사합니다ㅠㅠㅠㅠㅜㅜㅜㅠㅠ)”
어쩐지 원장님과 대화를 하면 할수록 제가 어딘가 좀....... 모자라 보이는 듯한 느낌이 들었지만, 어쨌든 무사히 다시 제자리에 붙이고 왔습니다.
들른 김에 7월에 스케줄이 비는 날을 골라 스케일링 예약을 하고 나왔어요. 어쩐지, 미리미리 뭐라도 하지 않으면 물리적인 고통을 동반해 통장 잔고가 크게 아프게 될지도 모르겠다는 불길한 예감이 들었거든요.
어쨌든 제가 발견한 금은 제 잔고에 하등 도움이 되지 않은 채, 제자리로 돌아갔습니다. 덕분에 요즘은 딱딱한 모든 음식을 피하고 있어요. 저는 쫄보니까요. 이 더운 여름 내내 얼음을 까득까뜩 씹지 못할 운명이라니... 벌써부터 걱정이 되긴 하네요.
혹시 다음에 다시 금광을 발견하게 되면 후기를 전하도록 할게요. 그럴 일이 없었으면 좋겠지만요.
올 여름엔 다 같이 가내 두루 평안하게, 치과를 멀리하는 삶을 살 수 있도록 해요! 얼음 씹어 먹기 금지!
월간 안전가옥 한 달에 한 번, 안전가옥 멤버들이 이 달의 생각을 이야기합니다.
파트너 멤버 이재인
“이 급한 성질머리에 얼음을 씹지 못하고 입 안에서만 굴리고 있으려니 정말 딱 죽겠어요! 속 터져서 숨이 꼴깍꼴깍 넘어간다아아아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