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행히도 연말정산 희망편으로 돌아왔습니다. 이게 대체 무슨 소리야 싶은 분들께, 저는 11월 월간 안전가옥에서 <연말정산 - 절망편>을 썼습니다. 당시 극심한 연말 증후군을 겪고 있어서 과연 희망편을 쓸 수 있을까 싶었지만 새해 버프를 받아서 희망편으로 돌아올 수 있었습니다.
첫 월간 안전가옥을 쓴지 2년이 지났습니다. 2년만에 처음으로 경어체를 사용해봅니다. 매달 쓰고는 있지만 누가 제 월간 안전가옥을 유심히 볼거라는 생각은 하지 않습니다. 그래서 일기장 쓰듯이 써왔는데 (그렇다고 대충 막 휘갈긴다는 뜻은 아닙니다. 종종 그런 달이 있었을 수도 있지만..) 쓸쓸한 연말인만큼 누군가 읽어줬으면 하는 바람에서 한 번 바꿔봤습니다.
12월은 일을 거의 할 수 없었습니다. 저는 헬스장에서 일하고 있고 12월 8일부터 1월 7일인 오늘까지도 실내체육시설은 운영 불가 상태입니다. 3주로 시작해서 연말이라 일주일 연장되고 또 2주가 늘어났습니다. 덕분에 잠은 실컷 자고 있지만 연초부터 지갑 사정이 여유롭지는 않습니다.
일을 못해서 돈이 없는 것 빼고는 그냥 무난한 12월달이었습니다. 당장 12월달은 11월 월급이 들어오니까 돈 때문에 힘들 일은 없었다는게 맞는 말일지도 모르겠지만요. 헬스장을 못나가는 대신 지인분 가게로 알바를 나갔습니다. 요즘같이 알바 구하기도 쉽지 않은 마당에 그나마 다행인 일입니다. 신년이 다가오기 전에 사주도 봤습니다. 22년이랑 23년이 길운이 들어오는 해고 21년도 나쁘지 않다는 말로 위안을 삼았습니다.
저는 지금 병원에 있습니다. 전날 동생이 집 안에서 상다리에 발가락을 찧었고 급하게 병원을 갔습니다. 끽해야 반깁스나 하고 돌아올줄 알았는데 발가락이 부러져서 수술해야된다고 당일에 입원 수속을 밟았습니다. 수술은 다행히 잘 끝났고 척추 마취가 풀릴 때까지 일어날 수 없어서 옆을 지키고 있습니다.
그리고 오늘 새벽 할머니께서 돌아가셨습니다. 일주일 전인 1월 1일에도 찾아뵙고 와서 그런지 아직 실감이 나지 않습니다. 뭐라고 말을 더 이어야 할지도 모르겠습니다. 부디 그곳에서는 평안하시기를 바랄 뿐입니다.
막상 쓰고보니 희망과는 관련 없는 내용이 더 많습니다. 그럼에도 꾸역꾸역 희망편을 쓰고 있습니다. 당장 쓰지 않으면 안될 것 같은 기분이라서. 거리 위 쌓인 눈처럼 머릿속도 새하얘진 마당에 희망이라도 집어넣어보자는 마음으로. 누군가 읽어줬으면 좋겠다고 말했지만 어쩌면 자신을 위해 쓰고 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매일 즐겁고 행복한 일로 가득했으면 좋겠지만 아시다시피 삶이 그렇지가 않습니다. 좋지 않은 일은 언제나 예고 없이 갑자기 찾아옵니다. 덤덤하고 유연하게 대처하는게 진짜 어른이라고 생각했는데 무너지는 것에는 장사 없습니다. 무너지지 않으려고 애쓰는 편이 더 힘들다는걸 몸소 체험하다보면 무너지지 않는 것보다 잘 일어나는게 중요하다는걸 깨닫습니다.
무너지더라도 잘 일어날 수 있는 한 해가 되기를 바랍니다. 물론 즐겁고 행복한 일로 가득하기를 바라며 댁내 두루 평안하기를 기원하는게 첫 번째 입니다만..
월간 안전가옥 한 달에 한 번, 안전가옥 멤버들이 이 달의 생각을 이야기합니다.
파트너 멤버 최수진
"절대 무너지지 않는 것.. 그것은 귀염둥이 악당 로켓단 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