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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그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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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오늘은 저희 집 벽에 붙어 있는 기념품 마그넷들을 보면서 떠오르는 이야기를 몇 개 풀어 보겠습니다.
2.
우선은 철도 마그넷이 몇 개 있습니다.
융프라우 철도 100주년 기념 마그넷과 그 옆에 있는 융프라우 철도 차량 모양 마그넷이 가장 먼저 눈에 띕니다. 그 나라에 그런 풍경이 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그 풍경을 눈으로 보게 되면 지식을 뛰어넘어 압도된다는 것을 알 수 있게 해 준 알프스의 추억이 깃든 물건입니다. 종점인 융프라우요흐 역은 세계에서 가장 높은 철도역이기도 하죠.
그 밑으로는 일본 큐슈여객철도의 특급열차 ‘유후인노모리’ 열차 모양의 마그넷입니다. 후쿠오카를 출발해 큐슈의 계곡을 굽이굽이 타고 들어가 유후인 온천과 벳부 온천으로 데려다 주는 관광열차입니다. 탁 트인 전후방 전망 칸의 풍경이 압권이죠. 안타깝게도 몇 년 전 구마모토 강진과 그에 이은 폭우로 선로가 일부 유실되었었습니다.
에반게리온 초호기 도색으로 운행했던 신칸센 ‘에바 500계’ 렌티큘러 마그넷도 있군요. 타 보지는 못했습니다. 마침 기회가 있어 후쿠오카 역의 홍보관만 간신히 들를 수 있었네요. 제가 방문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운행이 종료되었습니다.
상하이 자기부상열차 마그넷도 있네요. 상하이 푸동 국제공항에서 시내 롱양루 역까지 운행하는 짧은 노선이지만, 세계에서 유일하게 상업 운행중인 고속 자기부상열차로 유명합니다. 최고 시속 430km/h로 운행합니다. 원래는 항저우까지 연결될 예정이었다는데, 막대한 건설 비용과 주민들의 전자파 공포를 극복하지 못했다고 합니다.
3.
해외에서 사 온 것들도 있습니다.
지금도 성업중인지는 모르겠지만, 2018년 언저리에 미국을 갔더니 공항 기념품 가게에 “애국상점” 이 있더군요. 기념품 가게 한 칸 전체가 정치 풍자 내지 정치 덕후용 아이템으로 가득 차 있었습니다. 트럼프와 클린턴과 샌더스는 물론 미국 정계의 여야 잠룡들을 찬양하거나 비난하거나 풍자하는 모든 아이템이 다 구비되어 있었습니다. 제가 그 곳에서 사 온 마그넷은 트럼프 대통령과 펜스 부통령이 사이좋게 서로를 가리키는 흑백 사진에 “얘가 바보래요” 라고 적혀 있는 품격 있는 물건입니다. 점원과 스몰토크를 나눌 기회가 있었는데요, 한국에서 왔다고 하니 대체 대통령은 어떻게 쫓아내는 거냐고 물었던 기억이 납니다.
오스트리아 비엔나를 경유할 때 구매한 모차르트 마그넷이 보이네요. 그 때 환승 보안 검색대에서 제가 사 들고 가던 기념품 쇼핑 백을 앞 사람이 잘못 가져가는 바람에 낭패를 본 적이 있습니다. 찾을 방법이 없을지 한참을 그 자리에서 두리번거리고 있었더니, 세상에, 그 사람이 자기 물건이 아닌 걸 들고 왔다며 쇼핑백을 돌려주러 돌아오지 않았겠어요? 서로 말도 안 통하는 상황에서 정말 기적처럼 잘 풀린 경험이었습니다.
그 밑에는 ‘VIENNA’ 라고 글자로 된 마그넷도 있는데요. 지금까지 다섯 번 넘게 떨어져서 매번 다른 곳이 조각났습니다. 그리고 매번 본드로 붙여서, 마치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잘 붙어 있습니다.
4.
국내 여행지의 물건들도 있습니다.
부모님께서 호미곶 해맞이 광장에 여행을 다녀오신 뒤 선물로 주신 마그넷은, 공교롭게도 떨어질 때마다 ‘상생의 손’ 이 부러집니다. 제발 부탁이니까, 부러지지 말고 상생해 주세요… 그 옆에는 남산 N서울타워에서 판매하는 기념품 마그넷이 있네요. 이 곳에서 판매하는 기념품은 국내 여러 관광지의 물건들과 비교해 보건대 제법 세련된 편이라고 생각합니다. 롯데타워 아쿠아리움의 마그넷은 뒷면에 스위치가 붙어 있어서, 누르면 반짝반짝 빛이 납니다.
5.
해외든 국내든, 멀리 떠난다는 것 자체에 많은 고민을 요구하는 어려운 시기가 찾아왔습니다. 먼 데서 만들어 온 추억들은 이렇게 방울방울 매달려 있는데, 다시 떠날 날은 요원하네요.
아시아나항공이 최근 회사 광고로 게시한 “여행이 떠났다” 를 보고, 정말 오랜만에 살짝 울어 버렸습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Py-BAqWV144) 여행이 우리에게 돌아와서 새로운 추억을 더할 수 있는 그 날이, 어서 찾아왔으면 좋겠습니다.

월간 안전가옥 한 달에 한 번, 안전가옥 멤버들이 이 달의 생각을 이야기합니다.

파트너 멤버 시아란
"원고 소식을 살짝 전하면, 퇴고 착수 준비가 완료되었습니다. 기대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