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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월의 일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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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에만 있은 지 두 달 정도 된 거 같다. 중간에 장 보러 나가는 거랑 일 때문에 한 번 나갔다 온 거 제외하고는 거의 매일 집에 있었다. 학교 수업도 전부 취소되는 바람에 하루에 1000보도 걷지 않고 산 날이... 일주일을 넘어갔고 이렇게 살다가는 죽겠다 싶어서 운동을 시작했다. 사실 운동이라기엔 거창하고 맨손체조나 스트레칭이라고 하는 편이 더 맞을 것 같다. 유튜브 보면서 슬슬 따라 하는데 20분이 넘어가는 건 애초에 틀지 않는다. 20분이 내 한계치다. 아침에 일어나서 ‘아... 오늘 운동 한 시간이나 해야 돼’ 생각하는 것과 ‘눈 딱 감고 20분만 하자’ 생각하는 것 사이에는 아주 큰 차이가 있기 때문이다. 귀찮아서 건너뛰고 싶은 날마다 20분만... 생각하면 할 만하게 느껴진다(사실 거의 매일 그렇다).
집에서 글을 쓰는 일은 효율이 엄청나게 떨어진다. 자꾸 눕고 싶기 때문이다. 눕고 싶은 것보다 더 큰 적은 인터넷이다. 카페에서는 글을 쓰기 전에 인터넷으로 딴짓을 해도 30분을 넘긴 적이 없는데, 집에서는 인터넷에 왜 그렇게 재밌는 게 많은지. 네이버 뉴스 기사도 재미있다. 카페에서 글을 쓰면 그건 시간제한이 있는 퀘스트라는 느낌이 드는데 집에서 글을 쓰면 그건 그냥 후순위 퀘스트가 되는 것 같다. 컴퓨터를 온종일 붙들고 있어야 평소에 쓰던 양을 쓸 수 있게 되니까 효율이 심각하게 떨어졌다. 스마트폰 중독을 끊고 싶어서 굳이 폴더폰으로 갈아탔는데 이번에는 인터넷 중독에 걸린 셈이다(게다가 집 밖에 나갈 일이 없으니까 굳이 폴더폰을 쓸 일이 없다).
결국 이 인터넷 중독을 해결하기 위해 운동할 때 쓰는 방법을 끌어올 수밖에 없었다. ‘눈 딱 감고 20분만 하자’ 생각하고 일단 시작해서 20분간은 다른 인터넷 창을 열지 않는 것이다... 20분 집중하고 나면 그 보상으로 보고 싶었던 영상을 하나 틀어준다. 이걸 인터넷에서는 뽀모도로 기법이라고 부르는 것 같다. 25분 동안 한 가지 일에 집중하고, 5분 휴식하고 다시 25분간 집중하는 식으로 일하는 방법이다. 직접 해보니까 나름의 효과가 있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계속 집에서 일하고 싶은 것은 아니므로 빨리 상황이 나아지면 좋겠다.
집에만 있어서 좋은 점도 한 가지는 있다. 일단 소비하는 콘텐츠의 양이 전보다 꽤 많이 늘었다. 원래 넷플릭스에서 한 달에 겨우 영화 하나 볼까 말까 했었는데 요즘은 거의 매일 넷플릭스를 본다. 왓챠도 보고 시리즈도 보고 카카오페이지도 본다. 이렇게 보면 뭘 많이 보는 것 같지만 사실 그렇지는 않고 전보다는 많이 본다는 뜻이다. 책 읽는 양도 상대적으로 늘었다. 그리고 이런 식으로 마구잡이로 영화를 보고 소설을 읽다 보면 정말로 끝내주게 재미있는 콘텐츠를 만날 때가 있다. 나는 자주 감동하는 편이라 이런 행운을 일 년에 꽤 여러 번 겪는데, 그럴 때마다 다시 생각한다.
세상엔 왜 이렇게 재미있는 이야기가 많을까?
너무 재미있는(게다가 긴) 이야기를 읽으면 보면서 두 가지 생각을 하게 된다. 하나는 ‘그래서 다음 이야기는 어떻게 되지?’ 당연한 말이지만 이 생각에는 도저히 저항할 수가 없다. 그 다음 이야기를 보려고 미친 듯이 페이지를 넘긴다. 그런데 동시에 이런 생각이 들기 시작하는 것이다. 이 이야기가 영원히 끝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하지만 어쨌거나 언젠가 끝은 오기 마련이고, 나는 이야기 속에서 잠시 살다가 빠져나올 때의 그 감각을 몹시 좋아한다.

월간 안전가옥 한 달에 한 번, 안전가옥 멤버들이 이 달의 생각을 이야기합니다.

파트너 멤버 윤이안
"그런 때에는 나도 이야기를 쓰고 싶어지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