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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각하는 자에게 축복을

발행일
2023/04/20
장르
SF
드라마
모험/어드벤처
작가
분류
오리지널
보도자료
[안전가옥] 오리지널24_망각하는 자에게 축복을_보도자료.pdf

망각하는 자에게 축복을

망각이라는 특권, 기억이라는 의지
다음 기억으로 넘어간다. 지지직거리는 소리와 낯익은 거실, 셔츠를 입은 중년 남자 C. 모든 것이 똑같다. 리사는 그것이 조금 전에 봤던 것과 같은 기억이라는 사실을 눈치챈다. 뭔가 이상하다는 사인을 하려고 팔을 휘두르는데, 재이가 그 팔을 붙잡으며 말한다. “그냥 일단 봐.”
민지형의 장편소설 《망각하는 자에게 축복을》에는 기억을 업로드하고 체험하게끔 하는 기기 ‘라이프 랜드스케이프’가 나온다. 인간은 망각이라는 특권을 지닌 존재다. 다만 그중 일부는 특권을 포기할 수 있는 특권조차 살 수 있다. 그리하여 기억하고자 하는 것을 기억하고, 그 기억을 잠시나마 즐긴다. 그러나 개인의 기억이란 진실일지라도 사실이 아니며, 하물며 같은 사건을 복수의 당사자들은 다르게 기억한다. 사실과 망상이 섞인 기억이 파일 형태로 공유되는 시대에, 호기심 가득한 가사 도우미 재이, 라이프 랜드스케이프의 개발자 리사는 만난다. 《망각하는 자에게 축복을》은 혼자서는 결코 깨고 나올 수 없었을 세계를 산산조각으로 박살 내 줄 이를 만나, 비로소 잊고 있던 자기 자신을 대면하게 되는 이야기다.

지금 《망각하는 자에게 축복을》을 만나보려면?

종이책
전자책

목차

1.
재이는 알고 싶다
2.
리사는 갖고 싶다
3.
재이는 살고 싶다
4.
리사는 있고 싶다
4+1. 리사에게, 재이가 남긴 것
추천의 말
작가의 말
프로듀서의 말

작가 소개

민지형

소설가, 드라마 작가. 주로 문제를 일으키는 여성들의 이야기를 쓴다. 장편소설 《나의 미친 페미니스트 여자친구》(2019)와 《나의 완벽한 남자친구와 그의 연인》(2021), TV 드라마 《레버리지: 사기조작단》 등을 썼다.

망각이라는 특권

다시는 만날 수 없는 사람과의, 가장 행복했던 날. 바로 오늘, 그날로 돌아가실 수 있습니다. 라이프 랜드스케이프, 1세대 모델 사전 예약 중. 호라이즌.  — 18쪽
민지형의 장편소설 《망각하는 자에게 축복을》에는 기억을 업로드하고 체험하게끔 하는 기기 ‘라이프 랜드스케이프’가 나온다.  입주 가사 도우미 재이는 이 기기를 통해 전혀 다른 표정을 얻은 집주인 내외를 보며 호기심을 키우고, 한 사람의 가장 행복한 기억이 다른 한 사람에게는 가장 끔찍한 기억임을 알아낸다. 슬슬 일에 질려가던 어느 날, 재이는 안방에서 난도질된 몸을 발견한다. 낭만적인 기기와 희대의 살인 사건이 맞물리자, ‘라이프 랜드스케이프’의 개발자이자 개발사 호라이즌의 차기 CEO 리사가 사태를 수습하기 위해 재이를 찾아온다.
인간은 망각이라는 특권을 지닌 존재다. 다만 《망각하는 자에게 축복을》 속 일부는 특권을 포기할 수 있는 특권조차 살 수 있다. 그리하여 기억하고자 하는 것을 기억하고, 그 기억을 잠시나마 살아간다. 그러나 개인의 기억이란 진실일지라도 사실이 아니며, 하물며 같은 사건을 복수의 당사자들은 다르게 기억한다. 한 인간의 행복이나 고통, 즉 개인성의 원천인 기억을 가촉적인 것으로 뒤바꾼 연금술로 인해 바야흐로 사실과 망상이 섞인 기억이 파일 형태로 공유되는 시대에, 이야기는 모험으로 나아간다. 재이와 리사 두 사람이 서로 쫓고 쫓기는 모습은 매초 망각되고 유실되는 세계 속에서 기억을 꼬리잡기하는 듯 그려지며 보는 이의 긴장감을 더한다.

기억이라는 의지

이상한 것은 그다음이었다. 피해자가 죽었다고 알려진 이후, 다크웹 헤비 업로더로 활동하던 판매자들이 하나둘씩 자취를 감추기 시작한 것이다. 그의 온라인 동료들은 그 여 자가 귀신이 되어 잡아갔나? 하고 농담을 했지만, 진짜로 웃을 수는 없었다.  — 162쪽
뇌 속의 해마는 기억을 관장하는 기관이면서 동시에 상상을 관장하는 기관이기도 하다. 즉 기억하지 않는 자에게 미래가 없다는 구호는 상징적 차원에 그치지 않는 과학적 진실이다. 저마다 끔찍한 기억을 지닌 재이와 리사는 소설을 통과하며, 잊으면 안 되는 사실, 개인의 정체를 구성하는 역사의 빠진 고리를 맞닥뜨린다. 각자 아팠던 두 사람은 성장하지만 이때는 혼자가 아니다. 《망각하는 자에게 축복을》은 혼자서는 결코 깨고 나올 수 없었을 세계를 산산조각으로 박살 내 줄 이를 만나, 비로소 잊고 있던 자기 자신을 대면하게 되는 우정과 사랑의 이야기다.
작중 ‘라이프 랜드스케이프’는 기억을 사고팔 수 있는 소비재로 만드는 동시에, 그 과거를 전복하여 체험하는 복수 패치를 탄생시키기도 한다. 괴로운 기억은 짐이지만, 짐을 인식할 때 이를 짊어질 힘과 의지를 발견하게 되는 법도 있다고, 소설은 양날이 빛나는 ‘라이프 랜드스케이프’를 들어 말한다. 나아가 “가장 돌아가고 싶은/싶지 않은” 작가 본인의 기억에서 출발했다고 밝힌 《망각하는 자에게 축복을》은 창작 역시 망각에 대한 대항임을, 그러므로 소설은 단순한 전리품이 아니라 그 대항의 자명한 증거임을 보인다.

추천의 말

최지은 작가
살면서 복수를 꿈꿔 보지 않은 여자가 세상에 있을까. 다른 여자의 고통과 마주할 때마다 함께 이를 악물고 주먹을 쥐었던 여자들은 또 얼마나 많을까. 도둑, 협잡꾼, 냉혈한, 거짓말쟁이, 규칙 위반자이자 포기를 모르는 승부사이기도 한 이 소설 속 여자들은 자신들이 머무르도록 그어진 선 밖으로 질주하며 우리가 때려 부수고 싶어 했던 세계를 무너뜨린다. 사막 한가운데서도, 지옥에 떨어져도 뻔뻔하게 웃으며 살아 돌아올 주인공이 함께 절벽을 뛰어넘자며 손을 내민다면 당신은 어떨까? 주저하기 전에 기억하자. 착한 여자는 천국에 가지만, 나쁜 여자는 어디든 간다.
전혜진 소설가
사람들의 기억이 업로드되어 행복하고 짜릿한 기억들만 언제든 다시 생생하게 체험할 수 있다면, 그런 기억들이 타인에게 생생하게 공유될 수 있다면, 인간의 기억과 망각이란 어떤 의미를 갖게 될까. 이 질문은 이미 현재 진행형이다. 이미 인간의 두뇌가 외부로 확장된 시대, 인터넷과 스마트폰이 외부 기억 장치와 클라우드 접속 단말 노릇을 하고, 저마다 SNS를 이용해 보고 듣고 느끼고 누린 것을 실시간으로 공유하는 지금, 민지형은 아직 오지 않은 신기술인 “라이프 랜드스케이프”가 빚어낸 미래를 통해, 첨단 기술과 자본주의가 우리의 기억을 지배하는 시대의 명암을 그려 낸다. 마치 SNS의 확장판 같은 발랄한 기술을 통해 사람들의 기억이 업로드되어 공유되고 재생되는 콘텐츠가 될 때, 경험한 기억과 생생한 망상이 뒤섞이고, 때로는 해상도를 높이거나 낮추며 수정될 때, 기억을 콘텐츠로 만들고 다시 체험하는 과정에서 어떤 기억이 타인의 의지에 따라 삭제되거나 변조될 때, 우리의 “기억”이란 어떤 의미를 가질까. 사람들의 비밀에 관심이 많고 선을 넘나드는 트릭스터 가사 도우미 재이와, 라이프 랜드스케이프를 만들었지만 정작 자신의 근원을 알지 못한 채 아버지의 억압에 짓눌려 있는 리사, 그리고 재계를 대표하는 그룹 호라이즌의 총수로 냉혹한 신처럼 군림하는 노아의 이야기는, 우리들의 “기억”에 대한 패러다임 자체를 흔들어 놓는다. 누군가의 끔찍한 기억이 타인의 음습한 욕망의 먹이가 되고, 개인의 기억을 권력을 쥔 자들이 입맛대로 손댈 수 있는 시대, 타인의 업적을, 정치인의 비리를, 기업의 과실을, 대형 참사와 노동자의 죽음을 사람들의 기억속에서 지우고, 다크웹을 통해 누군가의 악몽 같은 순간들이 “죽이는 파일”의 형태로 돌아다닐 때, 이 강고한 벽에 균열을 내는 것은 평생 잊을 수 없는, 잊고 싶지 않은, 혹은 잊어서는 안 될 기억의 힘이다. 누군가는 욕망을 위해 이용하는 타인의 기억에, 누군가는 공감하고 연대하며 복수에 나선다. 시스템에서 그 기억이 지워지더라도, 혹은 그 당사자가 죽는다 해도, 기억을 이어받는다는 행위는 뜻을 이어받는 일이다. 망각하는 자에게 주어지는 것이 무지가 주는 마음의 평화라면, 고통을 기억하고 의지를 이어 가는 자에게 주어지는 것은 미래로 가는 열쇠다. 기억하고 기록하여 과거를 미래로 만들어 가는 이들에게 영광이 있으라.

책 속으로

“이것은 과학 기술을 가장 낭만적으로 이용한 사례가 될 것이며, 현대 인류의 가장 아름다운 발명품이 될 것입니다.”
p.9 | 재이는 알고 싶다
여러분의 가장 행복했던 기억 속 그곳. 그런 곳이라곤 없어서 늘 도망치듯 정처 없이 떠도는 자신과, 수도 없이 많은 행복한 기억 속으로 돌아가기 위해 8990만 원짜리 기기를 사들이는 삶, 심지어 발명해 내는 삶. 우리들의 삶은 닿을 수도, 닮을 수도 없을 것이었다. 영원히.
p.22 | 재이는 알고 싶다
재이가 그 아비규환 속에서도 이 기기를 챙겨 나온 것은, 물론 경찰과 리사 일행 앞에서 말했던 대로 값나가는 물건이라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기도 하다. 갑작스럽게 펼쳐진 피바다 앞에서는 정말로 경황이 없었지만, 자기 방에서 미리 싸 놓은 가방을 손에 쥘 때쯤엔 그러고 보니 당장 월급을 받지 못하게 됐다는 생각이 든 것도 사실이었다. 하지만 그 무엇보다도 중요했던 것은 사모님이 최근 며칠간 이 작은 기계를 통해 대체 무엇을 보았는가 하는 질문이었다. 그게 너무, 너무, 너무나 알고 싶었다.
p.114-115 | 리사는 갖고 싶다
리사는 그게 뭐든지 자신의 두 눈으로 직접 확인해야겠다는 마음에 재이가 시키는 대로 했다. 그러고 보니 자신이 만든 기기인데도 참으로 오랜만에 사용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너무 오랫동안, 차마 지난 기억을 돌아볼 용기가 나질 않았다.
p.178 | 재이는 살고 싶다
몇 년 사이 라이프 랜드스케이프를 통해 기억의 ‘완성도’를 평가하는 데 도가 튼 유저들은 직관적으로 알았다. 그 생생한 고통과 괴로움, 모욕감…… 이것은 진짜 있던 일들이 틀림없다. 리오가 어린애처럼 질질 짜고, 이사회와 주주들이 고성을 높이며 서로 싸우는 동안 리사는 홀로 단상 위에 서서 그 모든 꼴을 내려다보며 서서히 실감하는 중이었다. 진짜로 세상이 뒤집어져 버렸다는 것을.
p. 271 | 리사는 있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