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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먼 인 스펙트럼

발행일
2023/02/15
장르
로맨스
판타지
SF
미스터리
작가
, 이수현, 아밀, 김수륜, 진산
분류
픽픽
보도자료
[안전가옥] 픽픽05_우먼 인 스펙트럼_보도자료.pdf

우먼 인 스펙트럼

여자들의 사랑과 우정, 장르 안에서 피어나다!

소설이란 장르 안에서 여성 서사는 어디까지 뻗어갈 수 있을까? 여성이 창작하고, 여성 인물이 주인공인 것에 더해, 우리는 소설 속 여성이 어떤 삶을 살아가는지에도 주목한다. 여자의 적은 여자라는 시각도 틀렸지만 동시에 여성이라는 존재나 여성들간의 관계가 마냥 아름답고 완전하지만도 않다는 사실을 보여줄 때가 됐다. 실제 여자들은 서로를 사랑하고, 동경하고, 질투하고, 미워하고, 그럼에도 지지하며 살아가는 복합적인 존재이기 때문이다.
안전가옥 옴니버스 픽션 시리즈 FIC-PICK의 다섯 번째 책 《우먼 인 스펙트럼》은 주체적이고 입체적인 여성 인물과 그들의 다양한 관계 맺기를 보여주며 기존 여성 서사의 스펙트럼을 넓힌다. 매력적인 작품세계로 한국 장르문학계의 든든한 축이 되고 있는 배예람, 이수현, 아밀, 김수륜, 진산 작가가 각기 다른 여성 인물의 이야기를 각자의 스타일로 깊이 있게 그려 냈다. 〈수직의 사랑〉, 〈여우 구슬은 없어〉, 〈하나뿐인 춤〉, 〈누가 진짜 언니일까?〉, 〈협탐: 좁은 길의 꽃〉 다섯 작품은 여러 장르의 토대 위에서 여성간 사랑, 우정, 연대를 탐색한다.

지금 《우먼 인 스펙트럼》을 만나보려면?

종이책

목차

배예람 〈수직의 사랑〉 7
이수현 〈여우 구슬은 없어〉 77
아밀 〈하나뿐인 춤〉 131
김수륜 〈누가 진짜 언니일까?〉 193
진산 〈협탐: 좁은 길의 꽃〉 265
작가의 말 331
프로듀서의 말 345

작가 소개

배예람

안전가옥 《대스타》 앤솔로지에 수록된 〈스타 이즈 본〉으로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단편집으로 《좀비즈 어웨이》가 있다. 느슨하더라도 포기하지 않고 이야기를 쓰는 삶을 목표로 한다.

이수현

작가이자 번역가. 인류학을 공부했고, 주로 SF와 판타지 등의 상상 문학을 영어에서 한국어로 옮기는 일을 많이 했다. 소설가로서는 《환상 문학 단편선》, 《이웃집 슈퍼히어로》, 《근방에 히어로가 너무 많사오니》 등의 앤솔로지에 참여했다. 최근에는 무속과 코스믹호러를 결합한 《외계 신장》, 민속 판타지 《서울에 수호신이 있었을 때》를 출간했다.

아밀

소설가이자 번역가, 에세이스트. 단편소설 〈반드시 만화가만을 원해라〉로 대산청소년문학상 동상을 수상했으며, 단편소설 〈로드킬〉로 2018년 SF 어워드 중단편소설 부문 우수상을, 중편소설 〈라비〉로 2020년 SF 어워드 중단편소설 부문 대상을 수상했다. 쓴 책으로 소설집 《로드킬》, 산문집 《생강빵과 진저브레드: 소설과 음식 그리고 번역 이야기》 등이 있다.

김수륜

슈퍼히어로 앤솔로지 《이웃집 슈퍼히어로》, 중단편선 《누나 노릇》, 환상문학총서 《거울 아니었던들》, 호러 앤솔로지 《괴이한 거울》에 작품을 수록했다. 경기도 시골에서 고양이들과 살며 낮에는 게임 시나리오 작가로 일하고 밤에는 소설을 쓴다.

진산

아득한 옛적 1994년 하이텔 무림동 공모전 단편 무협 〈청산녹수〉로 무협소설 쓰기 시작. 이후 장편 무협과 로맨스, 판타지 및 게임과 생활 관련 에세이 등등을 써 왔다. 통신 연재, 대여점, 인터넷 소설, 웹소설 등의 시대를 여러 장르의 전업 작가로 쭉 살아온 것이 유일한 자랑거리. 다양한 장르를 써 왔기 때문에 정체가 모호할 수도 있으나 장르를 벗어난 글을 쓰는 것이 목적은 아니며 장르 규범이라는 틀 안에서 새로운 이야기의 가능성을 찾는 걸 좋아한다. 이번 앤솔로지 역시 그런 마음으로 참여한 작업.

줄거리

배예람, 〈수직의 사랑〉
오염된 땅에서 뿜어져 나오는 유독가스로 인해 땅이 더는 안전한 장소가 아니게 된 근미래. 사람들은 땅을 떠나 건물 안으로 도망친다. 많은 부를 가진 사람들이 오염된 대지를 피해 건물 위층에 자리 잡으면서, 자연스럽게 부에 따라 사는 층이 구분된다. 최하층 시민인 ‘하영’은 유일한 이동 수단인 계단을 오르내리며 배달 일로 먹고 산다. 성인이 된 하영은 ‘혁명단’에 들어가게 되고, 전복을 꿈꾸며 최상층에 사는 국회의원의 딸을 납치하는 일을 맡게 된다. 그런데, 인질인 ‘상미’와 꼭 오래전부터 알고 지냈던 것만 같은데…….
이수현, 〈여우 구슬은 없어〉
요괴 사냥꾼 ‘이선’은 연인인 ‘옌’과 함께 카멜레온 요괴를 처치하느라 지하에서 꼬박 일주일을 보내고 올라온 날, “요괴도 생명입니다”라는 카피와 함께 대형 전광판에 떠 있는 첫사랑 ‘여은화’의 모습을 보게 된다. 결국 참지 못하고 은화를 보러 간 ‘이선’은 광신도 테리리스트에게서 ‘은화’를 구해내고, 그 일을 계기로 경호 일까지 맡게 된다. 연인을 배신한 죄책감에 시달리던 ‘이선’에게 ‘옌’은 ‘여은화’가 요괴라는 소문이 있다고 말하는데…….
아밀, 〈하나뿐인 춤〉
모든 라뮈스 성인 아이들은 무성(無性)의 일란성 쌍둥이로 태어나, 함께 사고하고, 행동하고, 성장하며 자란다. 그러다 청소년기에 접어들면 유전 형질이 달라지면서 여성과 남성으로 나뉜다. 열다섯 살부터 이미 감관이 퇴화하며 여성기가 생겨난 쌍둥이 동기 릴카와 다르게, 열여덟 살이 될 때까지 카릴은 남자로 분화하지 못했다. 남자 파트 춤이 서툴러서 성인식이나 마찬가지인 졸업 무도회에서 함께 춤을 출 파트너를 찾지 못한 카릴은 모두의 반대를 무릅쓰고 결국 여자 파트 춤을 연습하는데…… 카릴은 졸업 무도회를 잘 치를 수 있을까?
김수륜, 〈누가 진짜 언니일까?〉
대학생인 ‘나’는 어머니의 재혼으로 새아버지와 함께 양평에서 살게 된다. 그리고 양평 집에 간 첫날, 상견례 때 잠깐 봤던 새 언니가 자신의 진짜 새 언니가 아니라는 걸 알게 된다. ‘어머니를 막으라고, 양평에 오지 말라고 했던 여자는 그럼 누구지?’ 산 넘어 산이라고, ‘나’는 정원을 걷다가 ‘이 집에서 여자들이 계속 죽어 나간다’는 얘기까지 듣게 되는데…… 새아버지와 새 언니, 그리고 양평 집에는 무슨 비밀이 있는 걸까?
진산, 〈협탐: 좁은 길의 꽃〉
검의 시대가 끝난 태평성대의 시대에, ‘나’는 불혹을 넘긴 나이의 혈혈단신 떠돌이 여자 무림인이다. 협을 찾는다는 미명 아래, 탐정 일을 하며 살고 있다. 말이 협탐이지 불륜의 뒷조사라든가 잃어버린 개나 고양이를 찾아 주는 청부가 주 일이다. 그런 ‘나’에게 어느 날 남편이자 천하제일인인 강호신제의 뒤를 조사해 달라는 무림천후의 의뢰가 들어온다. ‘나’를 ‘사저’라고 부르는 ‘천후’와 ‘천후’를 ‘사매’라고 부르는 ‘나’ 사이엔 과연 어떤 말 못 할 인연이 있는 걸까?

다섯 가지 빛으로 읽는, 다섯 가지 여성 서사

소설이란 장르 안에서 여성 서사는 어디까지 뻗어갈 수 있을까? 여성이 창작하고, 여성 인물이 주인공인 것에 더해, 지금 이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는 소설 속 인물이 어떤 삶을 살아가는지에도 주목한다. 미국 만화가 앨리슨 벡델이 고안한 ‘벡델 테스트’에 의하면 ‘첫째, 이름을 가진 여성 캐릭터가 최소 두 사람이 나올 것’, ‘둘째, 이들이 서로 대화를 나눌 것’, ‘셋째, 해당 대화 소재나 주제가 남자 캐릭터에 관한 것이 아닐 것’이라는 세 가지 항목으로 성 평등 관점에서 영화를 평가한다고 한다. 혹시 소설에도 이런 테스트가 필요하지는 않을까?
안전가옥 옴니버스 픽션 시리즈 FIC-PICK의 다섯 번째 책 《우먼 인 스펙트럼》은 SF, 무협, 고딕스릴러, 판타지, 디스토피아라는 다섯 가지 장르를 통해 다섯 가지 여성-퀴어 이야기를 묶어낸 앤솔로지 소설집이다. 주체적이고 입체적인 여성 인물과 그들이 연대하며 나아가는 이야기를 통해 기존 여성 서사의 스펙트럼을 넓혔다. 매력적인 작품으로 한국 문학계의 든든한 한 축이 되고 있는 배예람, 이수현, 아밀, 김수륜, 진산 작가가 각기 다른 인물의 이야기를 각자의 스타일대로 깊이 있게 그려 냈다.

여성들의 우정과 사랑, 그리고 연대에 관한 이야기

《우먼 인 스펙트럼》은 소설이란 장르 안에서 여성들이 서로를 사랑하고, 동경하고, 질투하고, 미워하며, 지지하는 다양한 삶의 모습을 보여준다. ‘여적여(여자의 적은 여자)’ 없는 여성 서사를 읽는 재미는 언제나 남다르고 특별하다.
배예람 작가의 단편 〈수직의 사랑〉은 환경오염이 극심한 근미래의 세계를 배경으로, 상층민과 하층민으로 나뉜 채 혁명단과 인질로 만나게 되는 두 여성의 사랑과 우정을 그린 소설이다. 이야기의 중반부를 지나며 마침내 서로를 알아보고 기억해 낸 두 여성은 기쁨과 설렘, 그리움을 뒤로하고 당면한 죽음의 위기를 함께 극복해 간다. 이수현 작가의 단편 〈여우 구슬은 없어〉는 요괴 사냥꾼 ‘이선’과 요괴 ‘은화’의 기이한 인연을 보여준다. 세 여자의 아름답지만은 않은 사랑, 집착, 배신! 이 삼각관계는 과연 어떻게 끝날지? 아밀 작가의 단편 〈하나뿐인 춤〉은 졸업 무도회를 앞두고 남자 춤을 추는 걸 거부하는 카릴을 통해 성정체성의 혼란을 다룬다. 지구인이 아닌 다른 종족의 성을 통해 우리에게 익숙한 성적 고정관념을 뒤집어 보는 이 퀴어소설은 여성성의 범주가 어디까지인지 질문한다. 김수륜 작가의 단편 〈누가 진짜 언니일까?〉는 엄마의 재혼으로 새아버지의 집에서 살게 되면서 기이한 사건에 휘말리는 나의 이야기다. 새로운 가족인 의붓언니를 기대하며 집에 들어간 ‘나’는 서로 상대를 공격하는 언니들 사이에서 무서운 진실에 근접해간다. 진산 작가의 단편 〈협탐: 좁은 길의 꽃〉은 여성의 연대가 무엇보다 빛나는 소설이다. 사건을 의뢰받은 탐정 ‘나’와 사건을 의뢰한 ‘무림천후’의 엇갈린 인연을 통해, 우정 그 이상의 감정을 유쾌하면서도 진정성 있게 그려 낸다.

책 속으로

최하층에서 오고 가는 모든 대화는 무엇을 주제로 하고 있든, 네온사인을 손가락질하는 것으로 끝났다. 우린 3층에 있잖아. 제일 아래에 살잖아. 무엇도 기대할 수 없잖아. 하영은 그런 결말이 지겨웠다. 베개 밑으로 손을 집어넣어 가장 먼저 잡히는 편지 한 통을 꺼냈다. 잠들기 전, 베개 아래 숨겨져 있는 추억을 다시 맛보는 것은 하영의 오랜 습관이었다. 위층에서 온 마지막 편지. 하영은 변색된 종이 위에 새겨진 문장들을 손가락 끝으로 훑었다. 그렇게 하면 편지 너머의 상대에게 닿을 수 있기라도 할 것처럼.
p. 15 | 배예람, 〈수직의 사랑〉
“인간처럼 생긴 요괴가 왜 있을까 생각해 본 적 있느냐?” 은화가 휘적휘적 내젓는 손이 언뜻 반투명해 보였다. “전설에는 요괴가 도를 닦으면 인간으로 변한다거나, 인간이 되고 싶어서 별짓을 다한다는 이야기들이 있지. 뭐라더라, 구미호였나? 사람이 되고 싶어서 사람 간을 빼 먹는다고? 하늘과 땅의 이치를 깨달아 놓고 그 능력으로 인간이 되려 한다고?” 소리 내어 웃지 않아도, 은화의 목소리와 표정에서 세상 다시없이 얼빠진 소리라는 경멸이 전해졌다. “인간이 모든 생물 중에 으뜸이라고 생각하는 자들이야 그런 이야기를 당연히 받아들였을지 모르지. 하지만 너희는 현대인이니 한번 생각해 보렴. 왜 굳이 다른 존재가 인간이 되고 싶어 할까. 살아남기 위해서가 아니라면.”
p. 121 | 이수현, 〈여우 구슬은 없어〉
남성용 정장을 입고 여자 춤을 추자. 처음 떠올렸던 아이디어는 그것이었다. 의상과 춤의 성별을 일부러 정반대로 해서 성별에 대한 고정관념을 흩트리려는 의도였다. 원래는 드레스를 입고 남자 춤을 춰 줄 파트너도 구하려고 했다. 하지만 졸업 무도회 무대에서 그런 과감한 시도를 해 줄 파트너를 찾는 건 불가능하다는 사실을 일찌감치 깨달았다. 고민하던 카릴은 ‘그렇다면 파트너 없이 하지 뭐’라고 결정했고, 그러자 모든 것이 오히려 더 명쾌해졌다. 왜냐하면 노랫말 속에서 화자의 연인은 곁에 없었으니까. 그러니 카릴의 곁에 파트너가 없는 것은 노래의 의미에 고스란히 부합했다. 카릴은 드레스를 부여잡고 춤을 추며 연인의 빈자리를 그리워하고, 동시에 음악으로 말미암아 마치 연인과 함께 있는 것처럼 춤을 췄다. 그 역설을 춤으로 구현했다. 여자인지 남자인지 모를 연인과의 춤.
p. 188 | 아밀, 〈하나뿐인 춤〉
여자는 나를 위아래로 훑어보고 있었다. 이상하게 긴장되어서 목이 뻣뻣했다. 불편한 침묵이 흘렀다. 너무 오래 자리를 비우면 엄마가 찾으러 올 텐데. 등을 돌려 어머니를 찾는 짧은 순간 여자가 바짝 다가왔다. 긴 눈매에 대비되는 도톰한 입술이 너무 가까워서 나도 모르게 손에 들고 있던 틴트를 떨어뜨렸다. “어머니를 막아.” “네?” 전혀 생각도 못 했던 말에 목소리가 갈라졌다. “양평에 오지 말라고.” 홍차색 눈동자가 나를 꿰뚫을 듯이 주시했다. 나도 모르게 변명하듯이 대답해 버렸다. “엄마는… 내 말을 듣지 않아요.” “최선을 다해 봐. 안 그러면 땅을 치고 후회할 테니까.” 여자는 바닥에서 틴트를 주워 내 손에 쥐여 주었다. 차가운 손가락이 손을 스쳤다. “나는 경고했어.”
p. 199 | 김수륜, 〈누가 진짜 언니일까?〉
사부의 말을 들으며, 그제야 사매의 말을 이해했다. ‘사저도 내 입장이 되면 이해할걸요’라던 말. 기대받는 입장이 되자 느껴지는, 목이 졸리는 것 같은 답답함. 평생 기대받는다는 상상조차 못 했던 나는, 답답한 정도가 아니라 공포에 질렸다. 나는 사매와 겨루고 싶지 않았다. 만에 하나 그 애의 앞길에 걸림돌이 되고 싶지도 않았다. 나는 사부의 뒤를 잇고 싶지 않았다. 저 망나니 사제 녀석들이 나이 먹고 수염을 길러 강호의 명사입네 하고 위세 떠는 세상에서, 그들과 장단 맞춰 가며 무림의 어른이 되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나는 도망쳤다. 보름이 오기 전에 사문에 칼을 되돌려 드리고 산에서 내려왔다. 그 모든 일을, 사매에게는 한마디도 하지 않고서. 작별 인사조차 남기지 않고 하산했다.
p. 322 | 진산, 〈협탐: 좁은 길의 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