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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좀비즈 어웨이

발행일
2022/03/31
장르
판타지
스릴러
좀비재난물
분류
쇼-트
보도자료
[안전가옥]보도자료_좀비즈 어웨이.pdf

좀비즈 어웨이

“넌 발이 빠르니까 괜찮아.”
《좀비즈 어웨이》는 안전가옥 쇼-트 시리즈의 열두 번째 책이다. 수록된 작품들에서는 좀비 아포칼립스 세계관을 배경으로 젊다는 것만으로는 극복할 수 없는 어려움, 젊기에 더 버거운 삶의 무게, 버텨 내고 발버둥 친 끝에 스스로 피워 낸 작은 희망의 가치가 선명하게 드러난다.
모든 수록작은 동일한 세계관을 공유한다. 좀비 바이러스가 막 퍼지기 시작한 시점에 한 여고에서 벌어지는 비극과 로맨틱한 서사가 동시에 펼쳐지는 〈피구왕 재인〉, 나라 전체에 좀비가 창궐한 시대에도 유쾌함을 잃지 않는 두 여자의 동행을 그린 〈좀비즈 어웨이〉, 실패만 거듭했던 인생에서 벗어나려 했던 건강식품 업체 사원의 이야기를 통해 좀비 대유행의 원인이 드러나는 〈참살이404〉 등 잔인하고도 따스한 세 편의 작품이 수록되어 있다.

지금 《좀비즈 어웨이》를 만나보려면?

종이책

목차

피구왕 재인 · 6p
좀비즈 어웨이 · 8p
참살이404 · 66p
작가의 말 · 172p
프로듀서의 말 · 174p

작가 소개

배예람

안전가옥 앤솔로지 《대스타》에 수록된 〈스타 이즈 본〉으로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안온북스 ‘내러티브온’ 소설 편 《왜가리 클럽》에 수록된 〈인어의 시간〉을, 안전가옥 앤솔로지 《호러》에 수록된 〈엔조이 시티전(傳)〉을 썼다.

줄거리

〈피구왕 재인〉
봉암여고 체육대회를 앞두고 피구 예선전을 치르던 나는 피구공 대신 날아온 사람 머리를 맞닥뜨린다. 그 직후 감염자들을 피해 도망치라는 교내 방송이 들려오고, 학생들은 비명을 지르며 학교 건물 밖으로 몰려나온다. 운동장에 있던 나는 교실에 있을 소중한 친구 혜나를 찾기 위해 홀로 건물 안으로 들어선다. 뜯겨 나간 팔다리며 내장, 곳곳에 흩뿌려진 핏자국을 본 나는 영화나 웹툰에서나 보던 일이 실제로 일어났음을 깨닫는다. 감염되지 않은 자를 노리는 붉은 눈의 감염자들을 피해, 나는 혜나를 만나 가슴속에 묻어 두었던 말을 꼭 전해야만 한다.
〈좀비즈 어웨이〉
연정은 정육점 알바생이다. 정육점에서는 좀비 고기와 좀비 머리를 취급한다. 고기를 파는 이유는 좀비를 먹으면 좀비 바이러스에 면역력이 생긴다는 뜬소문이 퍼져서이고, 머리를 파는 이유는 나라에 머리를 제출할 경우 대입 또는 취업 시 가산점이 주어지기 때문이다. 사장님의 명에 따라 좀비 머리를 찾아 동네를 뒤지던 연정은 좀비가 되지 않았지만 머리만 남은 채로 살아 있는 여자를 만나게 된다. 인간다운 생활을 돕는 인프라가 모두 무너져 버린 세상에서 인간다운 연민을 버리지 못한 연정은 여자의 뜬금없는 부탁에 돌연히 긴 여정에 뛰어든다.
〈참살이404〉
소영은 유서를 쓰던 날 이력서도 썼다. 유서에 쓸 만한 문장을 검색하다 회사 광고를 발견한 것이다. 건강식품 제조업체 JBU에 입사한 소영은 회사에서 개발 중인 음료 ‘참살이404’를 마신 뒤 평생 느껴 온 무력감과 피로감에서 처음으로 벗어난다. JBU 회장은 스스로를 패배자, 낙오자, 부적응자라 부르는 사람들을 위해 참살이404를 만들었다고 밝혔고 JBU의 입사자 또한 그러한 이들이었다. 신규 고객과 직원을 물색하던 소영은 대기업에 다니다 6년여 만에 그만두었다는 고교 동창 보영을 데려오는데, 그는 참살이404를 마시든 그렇지 않든 갖가지 방면에서 유능함을 뽐내며 만족스러웠던 소영의 회사 생활을 뒤흔든다.

살아남을 것, 남을 잡아먹어서라도

〈좀비즈 어웨이〉의 주인공 연정의 생각에 따르면 살아 있다는 것은 복잡하고 귀찮은 과정을 거친 결과다. 일단 제때 끼니를 챙겨야 하고 기본적인 청결을 유지해야 한다. 간단해 보이지만 꾸준히 수행하자면 만만치 않은 임무라는 것을, 특히 혼자 살아 보면 잘 알게 된다. 그뿐만 아니다. 주변 사람들과 관계를 이어 가야 하고 성인이라면 경제 활동에 종사해야 한다. 이른바 사람 구실을 하라는 요구다. 사교에 능한 사람도 좋은 직장도 소수인 터라 많은 사람이 고통을 겪지만 위로 한마디 듣기가 어렵다. 다들 그렇게 산다는 것이다.
부족한 자신을 세상의 기준에 맞추려 애써 온 《좀비즈 어웨이》의 주인공들에게 세상은 좀비 아포칼립스로 응수한다. 그저 살아남아야 한다. 타인을 잡아먹어서라도. 세 주인공은 모두 좀비가 아니지만, 자신이든 타인이든 해쳐도 된다는 메시지를 받은 것이나 다름없다. 도달하지 못할 기준에 맞추라는 주문은 곧 희생을 감수하라는 강요다.

자기 자신일 것, 남들이 뭐라 하더라도

수록 작품들의 공통 배경이 되는 잔혹한 세계관을 처음 알리는 것은 피구공 대신 날아온 사람 머리다. 이 머리가 등장한 이후로 〈피구왕 재인〉의 무대인 봉암여고는 뿜어져 나오는 피, 잘려 나간 팔다리, 쏟아져 흐르는 내장이 난무하는 아비규환이 된다. 사람 머리는 다음 작품인 〈좀비즈 어웨이〉에도 등장하는데, 이 머리가 나오는 장면은 사뭇 다른 분위기를 띤다. 전신이 온전하지만 말주변이 없는 여자와 달변가이지만 머리만 남은 여자의 첫 대면은 작품집 전체에서 가장 유머러스한 장면 중 하나다.
이러한 반전은 모든 수록작에 걸쳐 존재한다. 작품집 초반의 좀비는 무자비한 가해자로 보인다. 그러나 이야기가 진행될수록 그들이 다른 입장에 처해 있다는 사실이 드러난다. 인물들 사이의 관계 또한 점차 변한다. 도움을 주던 사람은 도움을 받게 되고, 상대를 밟고 올라서려던 사람은 상대로부터 구원의 실마리를 얻는다. 저 아래 짓눌려 있던 이는 어느새 꼭대기에 올라 높으신 분의 목을 노린다.
아이러니하게도 이러한 변화는 달라지려는 노력의 산물이 아니다. 본래 가지고 있던 능력과 품고 있던 마음을 밖으로 드러낸 결과다. 자신 아닌 다른 사람이 되려 안간힘을 쓰는 동안에는 쓸모없는 인간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타인을 닮아야 한다는 집착을 버리고, 나약하다 무시했던 마음에 귀 기울이고, 곁에서 도와주던 사람에게서 벗어나 홀로 선 뒤에야 비로소 변화가 생겼다. 자기 자신으로서 살게 된 이들의 시원한 웃음을 마주하고 나면, 고통스러운 상상 속을 달리는 이야기로 위안을 건네고 싶었다는 작가의 말을 깊이 이해하게 될 것이다.

책 속으로

영화나 웹툰 속에서나 일어날 일이 봉암여고에서 벌어지고 있었다. 3반 부반장의 머리가 날아왔고 피바다가 친구들을 공격했고 사방에 피가 고였다. 교내 방송에서는 감염자들을 피해 도망치라고 했다. 감염자들은 피바다 같은 사람들을 말하는 걸까? 감염자에게 물리면 어떻게 되는 걸까? 물리지 않고 혜나에게 갈 수 있을까? 살아남을 수 있을까? 그래도 가야 했다. 풀숲 사이에 쭈그려 앉은 채 한참 동안 심호흡을 했다.
p. 18 〈피구왕 재인〉
나는 흠칫 놀라 뒤로 물러났다. 바닥에 축 늘어진 손이 천천히 손바닥을 들어 보인다. 낯선 손이 익숙한 몸짓을 한다. 양옆으로 휘적휘적. 그러다가 힘을 잃고 기울어진다. 나는 그 비언어적 행위에 어떤 의미가 들어 있는지 안다. 안녕. 그래 안녕. 근데 누구세요?
p. 73 〈좀비즈 어웨이〉
“머리 필요 없어요.”
“… 없어요? 사실 처음 들어왔을 때부터 보고 있었거든요. 시체 뒤지길래 머리가 필요한 거라 생각했는데… 취업 준비 안 해요? 아, 혹시 입시인가? 입시라면 미안해요. 성숙해 보여서….”
“저는 필요 없어요.”
“… 그럼 팔이라도 줄까요?”
p. 80 〈좀비즈 어웨이〉
지금까지 먹었던 그 어떤 약도 참살이404처럼 효과적이진 못했다. 머릿속을 불안과 우울 대신 자신감으로 채워 주지 않았다. 축 늘어진 정신과 육체를 벌떡 일어나게 해 주지 않았다. 참살이404 덕분에 소영은 진정으로 살아 있을 수 있었고, 사회의 정상적인 일원으로서 사람 구실을 해낼 수 있었다. 소영은 그의 상사처럼 내용물이 한 방울도 남지 않은 빈 병을 머리 위로 털었고, 속으로 중얼거렸다. 아멘.
p. 125 〈참살이4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