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 러브
안전가옥 앤솔로지 시리즈의 일곱 번째 주제는 ‘뉴 러브’이다. 영화 투자배급사 메가박스중앙(주)플러스엠과 함께한 두 번째 공모전의 응모작 300여 편 가운데 열띤 심사를 거쳐 최종 선정된 다섯 편을 수록했다. ‘이미 셀 수 없이 많은 사랑 이야기에 어떤 새로움을 더할 수 있을까?’라는 물음에 가장 매력적인 대답을 건네준 작품들이다.
자기 의지를 갖게 된 게임 캐릭터들이 새로운 세계를 펼쳐 내는 「장군님의 총애」, 벨루가 무리에 몰래 섞여 생활하는 로봇 벨루가의 사랑스러운 성장담 「나의 새로운 바다로」, 죽은 남편을 되살릴 기회 앞에 선 아내의 내적 갈등을 담은 「롤백」, 타인의 표정을 훔치며 살아온 이의 서늘한 애정을 그린 「사람의 얼굴」, 물리학도와 한류스타 배우 간의 기묘한 소개팅 스캔들 「가능성 제로의 연애」 등 모든 수록작은 현실을 넘어선 세계의 풍경과 그 세계에서 펼쳐질 수 있는 사랑의 색다른 모습을 보여 준다.
사랑이 불러일으키는 감정에 집중하는 이야기만을 ‘사랑 이야기’로 부를 필요는 없을 것이다. 우리가 무엇을 욕망하고 무엇으로부터 도피하는지를 두루 조망하는 이야기들을 통해 사랑 이야기가 품을 수 있는 넓은 스펙트럼을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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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책
목차
서문 · 4p
장군님의 총애 · 6p
나의 새로운 바다로 · 72p
롤백 · 108p
사람의 얼굴 · 142p
가능성 제로의 연애 · 204p
작가 후기 · 288p
작품/작가 소개
장군님의 총애
“그래도 진성이 네가 죽는 모습은 안 보니까 그건 좀 괜찮네.”
“응?”
“아니, 1장이 끝날 때 넌 항상 플레이어에게 죽임을 당하잖아.”
“그게 내 역할이니까. 너, 내가 죽을 때마다 슬펐어?”
고민에 휩싸여 있던 진성이 순식간에 장난기 어린 얼굴로 표정을 바꾸었다.
p. 12 <장군님의 총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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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새로운 바다로
∈ 벨카야. 넌 벨루가야. 도대체 매일 밤 인간을 만나야 하는 이유가 뭐니? ∋
나는 차분하게 앵지에게 설명했다.
“앵지, 걱정해 줘서 고마워. 근데 나는 인간에 의해 태어나 인간 손에 자랐고 인간의 치료가 필요해. 매일 밤.”
… 앵지는 가슴지느러미를 흔들며 오두방정을 떨었다.
∈ 어떡해! 어떡해! 어디가 아픈 건데! ∋
내가 말없이 노려보자 앵지가 알아서 답했다.
∈ 알았어. 프라이버시. ∋
p. 79 <나의 새로운 바다로>
줄거리
롤백
“기간을 강제하고 싶지는 않지만 되도록 빨리 결정해 주셨으면 합니다. 한 사람의 영혼을 통째로 공중에 붙잡아 두는 일은 많은 대가를 필요로 하니까요.”
“스토리지 임대 비용 같은 걸 말하는 건가요?”
여자는 처음으로 미소를 지었다.
p. 119 <롤백>
줄거리
작가 소개: 안영선
사람의 얼굴
서희는 중학교를 졸업할 무렵 스물두 가지, 대학에 입학할 즈음에는 서른 개가 넘는 표정을 지을 수 있게 되었다. 모두 훔친 것들이었고 돌려주는 법을 몰라 10년이 되도록 가지고 살았다. 본드로 붙여 놓은 것처럼 달라붙은 표정은 시간이 지날수록 익숙해져 나중에는 애초에 훔친 것들이었다는 생각조차 들지 않았다.
p. 161 <사람의 얼굴>
줄거리
작가 소개: 하승민
가능성 제로의 연애
‘원래 소개팅 상대는 비밀 아니었던가?’
하지만 그의 소개팅 상대는 전 국민이 알고 있다.
한국뿐 아니라 중국, 대만, 남미 사람들도 알고 있다.
… 사정이 이쯤 되니 정남도 현실을 받아들여야 했다.
한류 스타 배수진의 소개팅 상대가 다름 아닌 정남 본인이라는 것을 말이다.
p. 208 <가능성 제로의 연애>
줄거리
작가 소개: 박태훈
새로운 세상에 비추어 본 특별한 사랑 이야기
사랑이란 익숙하고도 낯선 주제다. 무수한 이야기를 만들어 내고 끊임없이 호기심을 자극한다. 사랑을 주제로 한 책이 이미 셀 수 없을 정도로 많은데, 과연 사랑 이야기에 새로움을 더할 수 있을까?
기실 사랑 이야기는 끊임없이 새로워져 왔다. 사회가 변하고 기술이 발전하면 사랑의 모습도 자연히 달라지는 까닭이다. 그렇다면 지금의 우리에게 새롭게 느껴질 이야기는 현재까지 일어난 변화를 넘어선, 상상력이 더해진 이야기가 될 것이다. 안전가옥과 메가박스중앙(주)플러스엠은 두 번째 공동 기획 공모전의 주제를 ‘뉴 러브’로 정하고 새로운 세상에 비추어 본 특별한 사랑 이야기를 찾았다.
흥미로운 세계 속 다채로운 사랑의 모습
『뉴 러브』 수록작들은 모두 흥미로운 세계관을 바탕으로 전개된다. 게임 속 캐릭터의 AI가 학습을 거듭한 끝에 게임 스토리를 거부하는가 하면(「장군님의 총애」), 로봇 벨루가는 생체 벨루가 무리 속에 녹아들어 스스로 정보 수집 활동을 한다.(「나의 새로운 바다로」) 사망한 사람은 타인의 결정에 따라 되살아날 가능성을 얻게 되며(「롤백」), 인상적인 표정을 지닌 사람은 자기도 모르는 사이 그 표정을 빼앗기고 만다.(「사람의 얼굴」) 출산율 제고를 위해 국가 주도 소개팅이 펼쳐지는 대한민국의 풍경을 감상할 수도 있다.(「가능성 제로의 연애」)
각기 다른 배경만큼이나 작품 안에 드러나는 사랑의 모습도 다양하다. 주인공들은 애정을 품은 대상의 성별이 자신과 같다고 해서, 사회적 입장이나 생물학적 분류가 자신과 다르다고 해서 자신의 마음을 물리지 않는다. 연애 대상이 아니라도 사랑할 만한 존재는 많다. 촌장은 마을을, 개발자는 게임을, 가족은 서로를, 대중은 스타를 아낀다. 다른 존재를 해쳐서까지 자신을 위하는 마음조차도 사랑이다.
존재 방식과 삶의 방향을 바꾸는 에너지
『뉴 러브』 의 주인공들은 사랑을 선택함으로써 훌쩍 성장해 하루하루의 삶을 아름답게 물들이기도 하고, 사랑을 욕심껏 취한 끝에 아무것도 손에 넣지 못한 채 파멸을 향해 내몰리기도 한다. 아무도 그저 그런 결과를 맞이하지 않는다. 사랑은 존재 방식과 인생의 흐름을 완전히 바꿔 놓을 수 있는 거대한 에너지다. 현실에 비해 몇몇 부분이 증폭된 세상에서 사랑을 했기에, 주인공들이 맞이하는 후폭풍도 훨씬 극적이다.
사랑이 일으키는 변화는 세상에 가 닿기도 한다. 개인의 변화가 커다란 줄기를 이루면 때로 세계가 변한다. 달라진 세계는 그 안의 존재들에게 새로운 사랑을 안겨 줄 수 있다. 아마 우리 또한 그러한 과정을 거쳐 지금에 이르렀을 터다. 앞날을 알 길은 없지만 눈 밝은 이야기들은 우리에게 미래를 살짝 보여 주곤 하니, 『뉴 러브』로 다가올 삶과 사랑의 형태를 가늠해 볼 수도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