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칵테일, 러브, 좀비

발행일
2020/04/09
장르
판타지
호러
스릴러
분류
쇼-트
보도자료
[보도자료] 칵테일_러브_좀비.pdf
작가 조예은. 아마도 한국 소설을 사랑하는 독자 대부분에게 아직은 낯선 이름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조예은 작가는 생애 처음으로 완성한 단편 소설 <오버랩 나이프, 나이프>로 제2회 황금가지 타임리프 공모전에서 수상했고, 처음으로 쓴 장편소설 <시프트>로 제4회 교보문고 스토리 공모전에서 대상을 수상한 바 있는, 탄탄한 스토리텔링으로 무장한 재능 넘치는 신예 작가입니다. 안전가옥의 첫 번째 오리지널 장편소설 《뉴서울파크 젤리장수 대학살》을 함께 작업한 후, 작가님이 가지고 있었던 아이디어가 짤막한 이야기들이 되었습니다. 데뷔작 <오버랩 나이프, 나이프>와 함께 <초대>, <습지의 사랑>, 그리고 표제작 <칵테일, 러브, 좀비>까지 짧지만 묵직한 이야기들이 모여 한 권의 단편집이 완성되었습니다. 나만 알고 싶은 작가 조예은의 첫 번째 단편집, 그리고 안전가옥의 단편집 라인업 '쇼-트' 시리즈 두 번째 책, 조예은 작가의 《칵테일, 러브, 좀비》를 소개합니다.

칵테일, 러브, 좀비

홀대받던 모든 감정에 내미는 잔혹하고 다정한 손길

안전가옥 쇼-트 시리즈의 두 번째 책으로, 조예은 작가의 단편집이다. 안전가옥 오리지널 시리즈의 첫 책 《뉴서울파크 젤리장수 대학살》에서 탄탄한 구성의 호러 스릴러를 선보였던 작가의 연출력은 단편집에서 더욱 다양한 색채로 빛을 발한다.
미묘하지만 분명한 폭력을 감내해 왔던 여성 빌런의 탄생을 그린 <초대>, 물귀신과 숲귀신 사이의 사랑스러운 이끌림을 담은 <습지의 사랑>, 블랙 유머를 통해 가부장제의 이면을 들여다보는 오컬트 좀비물 <칵테일, 러브, 좀비>, 제2회 황금가지 타임리프 공모전에서 우수상을 차지한 <오버랩 나이프, 나이프> 등 네 작품을 수록하였다.

지금 바로 《칵테일, 러브, 좀비》를 만나보려면?

종이책

이토록 생생한 어둠

어떤 감정은 곧잘 무시당한다. 여성이라서, 자식이라서, 부유하지 못해서, 남들과 어울리지 못해서 겪는 어둡고 축축한 마음이 그렇다. 괴로움을 호소했다가는 너무 예민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런 문제는 별것 아니라고들 한다. 조예은 작가는 《칵테일, 러브, 좀비》 속 모든 작품에서 홀대받는 감정들을 생생하게 끄집어내며 반기를 든다. 그러한 감정들에는 분명한 실체가 있으며 그 주인에게 구체적인 고통을 안긴다.
허리가 길다고, 이마가 좁다고, 저번에 입은 옷은 영 별로였다고 쉽게 평가하는 남자친구를 향해 바로 전하지 못한 말들은 가시가 되어 목구멍을 찌른다(<초대>). 수십 년 인생을 남편 뒷바라지에 바친 아내는 좀비로 변한 남편을 보며 “저 막돼먹은 인간 없이 사는 게” 무섭다며 울먹인다(<칵테일, 러브, 좀비>). 침전된 괴로움은 비극의 씨앗이 된다. 가족에게 폭력을 휘둘러 온 아버지가 어머니를 칼로 찌르자, 목격자인 자식은 이내 그 칼로 아버지를 찌른다(<오버랩 나이프, 나이프>). 살아서 다 풀지 못한 어둠은 죽어서도 사라지지 않는다. 그리하여 쓸쓸하게 세상을 떠난 넋은 귀신의 모습으로 그 자리에 남아 환영받지 못하는 신세를 이어 가는 것이다(<습지의 사랑>).

잔혹함의 온기

오랜 고통을 충분히 위로받지 못한 조예은 작가의 인물들은 어느 순간 손에 무기를 든다. 자신을 옭아맸던 사람, 그 사람을 만든 세상으로부터 벗어나기 위해서다. 확실한 결별을 원하는 그들은 세간의 도덕률을 가뿐하게 뛰어넘는다. 작가가 택한 스릴러, 호러라는 장르의 문법은 이 지점에서 이야기와 멋지게 맞아떨어진다.
잔혹한 장면을 곱씹을수록 느껴지는 것은 기묘하게도 다정함이다. 친구가 나를 괴롭힌 자들에게 악담을 퍼붓는다면 그 말의 거친 어감보다는 친구의 상냥한 마음씨가 더 크게 다가오는 것이다. 《칵테일, 러브, 좀비》 속의 총과 칼, 선혈과 비명 너머에 그 온기가 있다. 누구의 어떤 고통도 당연하지 않다. 우리는 더 분노해도 괜찮다. 손에 피를 묻히더라도 비난하지 않는다. 그저 붉게 물든 손을 맞잡고 앞으로 나아갈 따름이다. 지극히 장르소설다운, 장르소설이기에 가능한 공감법이다.

목차

초대 _ 6p
습지의 사랑 _ 42p
칵테일, 러브, 좀비 _ 74p
오버랩 나이프, 나이프 _ 110p
작품 후기 _ 158p
프로듀서의 말 _ 162p

책 속으로

어느 순간부터 난 그의 눈치를 보고 있었다. 그의 취향에 맞게 옷을 입었고, 머리를 바꾸었다. 내 삶의 모든 게 정현에게 맞춰져 갔다. … 그때의 나는 늘 목의 이물감에 시달렸다. 크게 거슬리는 정도는 아니었고, 잊고 있다가 침을 삼킬 때면 한두 번씩 따끔 하는 정도였다. 너무 사소해서 남에게 말하기조차 민망하지만 확실히 나의 신경을 자극하는 것. 존재하지 않지만 나에겐 느껴지는 것. 그런 걸 어떻게 다뤄야 하는지 나는 알지 못했다.
p16~17, <초대>
물은 어째선지 무서워졌다. 저렇게 자신을 직시하는 눈빛은 너무 오랜만이었다. 어쩌면 유령이 된 후로 처음일지도. 공포에 떨거나 화를 내거나 욕을 지껄이지 않고 자신을 보는 눈빛은 정말로 처음이었다. 그런 시선에는 면역이 없었다. 차라리 누군가가 빨리 도망가 버렸으면 했다. 그래서 다른 사람들에게 했던 대로, 희고 마른 손목을 휘휘 흔들었다.
“도망가라, 도망가라.”
숲속의 누군가는 도망가지 않았다. 아무리 팔을 흔들어도 그 자리에 있었다. 물은 울고 싶어졌다.
p49, <습지의 사랑>
“미안해, 아빠. 하지만 어쩔 수 없어. 아빠 먹이자고 살인을 할 수는 없잖아. 배고파도 참아 봐. 뭔가 방법이 나오겠지.”
말은 그렇게 했지만, 방법이 나올 기미는 보이지 않았다. 애초에 이미 심장이 멈춘 사람을 살리는 백신은 있을 수 없었다. 머릿속에 ‘좀비 신고 999’가 떠다닌 지는 꽤 되었다.
p83, <칵테일, 러브, 좀비>
아버지는 굳이 사과가 아니어도 언젠가 무슨 핑계로든 어머니를 찔렀을 것이다. 나 역시 굳이 오늘이 아니어도 언젠가 아버지를 죽였을 것이다. 동기나 타이밍의 문제가 아니었다. 이것은 언젠가는 벌어지고야 말 일이었던 것이다. 단지 그날이 오늘이었던 것뿐. 질긴 문어 초밥을 꼭꼭 씹어 삼키자 모든 미련이 사라졌다. 그리고 나는 개운한 마음으로 칼을 들어 내 목을 찔렀다.
p114, <오버랩 나이프, 나이프>

작가 소개

조예은

제2회 황금가지 타임리프 공모전에서 〈오버랩 나이프, 나이프〉로 우수상을, 제4회 교보문고 스토리 공모전에서 《시프트》로 대상을 수상했으며 최근작으로는 안전가옥의 첫 번째 장편소설 《뉴서울파크 젤리장수 대학살》이 있다. 좋은 이야기에 대해 고민하며 작품 활동을 계속하는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