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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본 없는 월드 클래스

발행일
2021/09/28
장르
블랙코미디
스포츠
분류
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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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aladin.kr/p/Z4fwb
보도자료
[보도자료] 근본 없는 월드 클래스.pd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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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본 없는 월드 클래스

근본 잃었다며 근절하려 든다면
뇌절로 맞서리라
안전가옥 쇼-트 시리즈의 아홉 번째 작품, 류연웅 작가의 블랙코미디 《근본 없는 월드 클래스》는 전직 축구 선수 김덕배의 다큐멘터리를 제작해야 하는 대학생 채연의 한 학기를 따라간다. 어렸을 때부터 선수 생활을 하지 않았기에 ‘근본이 없다’는 말을 들었던 선수의 행적과 심리를 쫓는 일은 근본론에 대한 의문을 풀어 가는 일이기도 하다. 근본 없이 성공 없다는 네티즌들의 주장은 진실일까? 근본을 갖추라고 요구하는 대중은 진정 타인의 성공을 원할까? 세상의 요구를 수용하기 어려울 때는 어떻게 해야 할까? 이 작품은 엉뚱한 상황을 재치 있는 표현으로 풀어내는 코미디지만, 그 속에 담긴 질문은 결코 우습지 않다.
세상이 씌운 틀에서 벗어나려는 시도를 다룬 《근본 없는 월드 클래스》는 책에 실린 글이 으레 갖춰야 할 것 같은 엄숙한 형식에 얽매이는 대신 인터넷 게시물이나 방송 영상을 기꺼이 닮는다. 이모티콘과 취소 선이 인물의 표정과 생각을 드러내며, ‘다시 15쪽으로 돌아가십시오.’나 ‘복선입니다. 기억하세요.’ 등의 안내는 일종의 하이퍼링크 역할을 담당한다. 종종 등장하는 가운데 정렬형 안내는 영상 자막과 흡사하고, 한 면의 가운데에 단독으로 자리 잡은 한두 줄은 주인공이 보고 들은 것을 그대로 재현한다. 현재의 우리 사회를 풍자하는 데 있어 이보다 더 알맞은 ‘현대어’를 구사하는 작품은 보기 드물 것이다.

지금 《근본 없는 월드 클래스》를 만나보려면?

종이책

목차

1부 근본론 · 8p
2부 근절론 · 90p
3부 뇌절론 · 128p
작가의 말 · 170p
복선 회수 목록 · 174p
프로듀서의 말 · 176p

작가 소개

류연웅

근본 있는 Z세대. 소확행 문학에 질린 이들을 위해 나타난 게임 체인저. 선정적이지만 서정적인 작가. 《못 배운 세계》, 〈담배만이 우리 세상〉 등의 작품을 펴내며 ‘블랙코미디’ 장르를 개척하고 있다.
2018 가을 안전가옥 스토리 공모전 남.정.일 부문 대상 수상

줄거리

대학 조별 과제를 혼자 도맡아 하면서 돈을 버는 ‘과제 헌터’ 채연의 새 일감은 인물 다큐멘터리 제작이다. 담당하게 된 인물은 전직 축구 선수 김덕배로, 어느 날 갑자기 국가 대표가 됨으로써 근본이 없다는 평가를 들었으나 월드컵 예선전에서 월드 클래스급 활약을 보여 준 바 있다. 채연은 월드컵 본선 이후 종적을 감춘 김덕배를 찾기 위해 2030 월드컵 대표 팀 감독, 당시의 한국 축구 협회장 등을 인터뷰해 나간다. 상반되는 듯 맞물리는 그들의 이야기 속에서 김덕배의 행방과 우리나라에서 축구가 불법으로 지정되기까지의 사연이 점차 드러난다. 아울러 인터뷰가 자신의 천직이라고 생각하지만 대중의 이목을 끌지 못해 좌절하고 있던 채연은 ‘김덕배’와 ‘축구’를 통해 전 국민의 주목을 받게 될 프로젝트에 자기도 모르게 발을 담근다.

책 속으로

◉ 아니. 김덕배가 도대체 누구인데. 얼마나 실력자이기에 모두가 알아…는 무슨. 나도 알고 있었어. 이건 그냥 의미 없는 밈이란 걸. 하지만 어차피 한국 축구는 망했기에 망할 때까지 망해 보라는 마음으로 회장님한테 김덕배를 뽑자고….
M 뽑았다고요?
◉ 어, 뽑았어.
p. 26
다들 모르는 게, 축구의 근본은 사업이야. 팬이 없으면 스포츠가 아니다, 라는 말은 경기를 이길 생각보다 팬을 모을 생각을 먼저 해야 한다는 얘기야. 프로와 아마추어의 차이는 결국 돈이지 않소이까.
그래서 내가 얼마나 방송국을 돌아다녔는지 모릅니다. 당시 국가 대표 선수 중에서 그나마 잘생긴 애들을 〈유 퀴즈 온 더 블록〉이나 〈집사부일체〉 나오게 해 보려고 발로 뛰었소.
p. 33
그날 이후, 내가 어떤 영상을 올려도 ‘근본’과 관련된 댓글이 달렸다. 시험 공부하는 영상 올리면 다행이다 근본력 충전됐다…. 유니클로에서 쇼핑하는 영상 올리면 큰일이다 근본력 떨어진다…. 재미도 없는데 자기들끼리 시시덕거렸다. 아이러니한 건 댓글 창이 나에 대한 희롱으로 도배될수록 구독자 수는 올랐다는 것이다.
그러거나 말거나.
내 텀블벅 후원자 수는 그대로였다. 결국 후원 마감일까지 목표액의 50%도 채우지 못했고, 그제야 나는 깨달았다. 인스타그램 팔로워, 유튜브 구독자가 내 현실의 지지자들은 아니란 걸.
p. 47
마치 해경을 해체하듯이, 한국 축구 협회를 해체시켰다. 그에 더해 사람들을 분노케 하고 폭력적으로 만드는 축구를 가정 폭력, 성폭력, 불량 식품, 학교 폭력과 함께 사회악으로 규정하고 통제했다. 그때부터 한국에서 축구는 불법이 되었다.
p. 55
“우리 축구로 부자 될 수 있어….”
언제까지 LH 임대주택에서 살래…. 언제까지 마트 갈 때 봉지값 100원 아끼려고 귀찮게 장바구니 챙길래…. 언제까지 택시 잡다가 모범택시 오면 손 내릴래…. 언제까지 500원 아까워서 부리또 닭고기 토핑으로 먹을래…. 너도 소고기에 새우 추가하고 싶잖아….
p. 70

근본론- 성공 공식이 있다는 믿음

2010년대 중후반에 실제로 인터넷상에서 큰 화제를 모았던 ‘근본론’의 요점은 세속적 욕망을 버리고 좋은 스승 밑에서 착실히 정진하면 성공한다는 것이었다. 실제로는 조건을 갖추었다 한들 성공이 보장되지 않고, 조건을 갖추지 못해도 성공하는 경우가 있다. 사람들은 그 사실을 알면서도 근본론에 끄덕였다. 성공 공식이 존재한다는 명제를 긍정한 셈이다.
공식이 있다면 그로부터 벗어나는 일은 삼가야 한다. 《근본 없는 월드 클래스》의 주인공, 리포터 지망생 채연은 겉멋이 들었고 돈 욕심을 부린다는 이유로 근본을 잃었다는 비난을 받는다. 알고 보면 그저 머리 염색을 했고 텀블벅에서 인터뷰 영상 제작비를 모았을 뿐이다. 채연이 찾고 있는 전직 축구 선수 김덕배 또한 과거에 ‘축구의 근본은 ○○’이라며 저마다 다른 주장을 하는 사람들에게 휘둘렸다. 김덕배 본인이 축구에 대해 어떤 생각을 품고 있는지 누구도 묻지 않았다. 근본론은 본디 성공 여부를 가늠하는 논의였는데 어느덧 비난과 억압의 도구로 바뀌고 말았다.

근절론- 키워야 할 싹을 자르는 칼날

그리하여 근본론은 근절론으로 변한다. 문제를 일으킬 싹은 일찌감치 잘라 버려야 한다는 주장으로 번지는 것이다. 《근본 없는 월드 클래스》의 배경인 2040년의 우리나라에서는 축구가 불법 행위다. 2030 월드컵 직후 일어난 불미스러운 사건 때문에 축구는 정부가 지정한 5대 사회악 중 하나가 되었다. 할 일이 없어진 한국 축구 협회는 해체됐다. 금지하고 해산시켜야 할 대상이 따로 있었으나 사건의 도화선이었던 축구가 오명을 뒤집어썼다. 우스운 상황이지만 마냥 웃기는 뭣하다. 어디서 많이 본 상황인 까닭이다.
이 거대한 촌극은 개인 차원에서 되풀이된다. 억압받지 말아야 할 부분이야말로 큰 억압을 받는다. 채연의 최측근 중 한 명은 미디어 업계에 종사하고 싶다는 채연의 말을 “1등급인데 왜 딴따라를 해요.”라고 받는다. 과거 축구계 인사 중 몇몇은 재취업을 위해 축구를 탄압하는 데 앞장선다. 한 선수의 가족은 자신의 트라우마를 극복하려다 선수에게 더 심한 트라우마를 안긴다. 이 또한 어디서 많이 본 상황들이다.

뇌절론- 과거에 의미를 더하는 현재

작용에는 반작용이 뒤따른다. 억압의 끝은 저항으로 이어진다. ‘해도 해도 너무한다’ 뒤에는 ‘못 살겠다 갈아 보자’가 나오기 마련이다. 근본론도 근절론도 싫다 하니 ‘뇌절한다’라며 손가락질할 테지만 어쩔 수 없다. 그런 힐난쯤은 흘려 넘기겠다는 결심이 섰기에 지금까지의 세계를 뒤집겠다고 결심한 것이다. 과거가 쌓여 이루어진 현재를 어떻게 뒤집을 수 있느냐고 누군가 묻는다면 《근본 없는 월드 클래스》 15쪽을 펼쳐 보이겠다. ‘복선입니다. 기억하세요.’라는 내용의 각주가 나오는 부분이다.
15쪽 복선의 의미는 144쪽에서 밝혀진다. 바꾸어 말하자면 144쪽의 상황이 존재해야만 15쪽의 내용이 복선 구실을 한다. 비단 소설에서만 가능한 일은 아니리라. 오늘의 내가 바뀌면 어제의 내가 한 일의 의미가 달라질 수 있다. 별일 아니라 생각했던 일도, 한때의 방황이라 넘겼던 나날도, 지금부터 가는 길에 따라 더 특별해질지 모른다. 앞으로 나아갈수록 지나온 길을 빛내는 뇌절이라면 제법 할 만한 일이지 않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