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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뭇 강펀치

발행일
2021/02/23
장르
스릴러
작가
분류
쇼-트
보도자료
[보도자료] 사뭇강펀치.pdf

사뭇 강펀치

안전가옥 쇼-트 시리즈의 일곱 번째 책이자 설재인 작가의 단편집이다. 외고에서 수학 교사로 근무하다 사표를 낸 후 복싱 선수로 활약한 작가는 생명력이 펄떡이는 문장들을 통해 자신만의 링에 오른 여자들의 곁으로 독자를 데려간다. 그들은 관습도 관계도 관심도 자기를 망친다면 받아들이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맞서 싸우는 것 외에 다른 길은 없다.
학생 스포츠계의 어두운 단면을 온몸으로 체험한 끝에 정면 돌파를 택한 열여섯 살 복싱 선수를 그린 〈사뭇 강펀치〉, 음모론자 단체 리더의 딸이 아버지가 빼앗은 삶의 주도권을 쟁취하는 과정을 본인의 목소리로 들려주는 〈그녀가 말하기를〉, 실종된 쌍둥이 여동생을 찾는 여정을 통해 가족이기에 주고받는 상처를 파헤치는 스릴러 〈앙금〉 등 세 작품을 담았다.

지금 《사뭇 강펀치》를 만나보려면?

종이책
이 소설의 경이로운 점은 불안해하면서도 작은 희망과 해피엔딩을 향해 가차 없이 걸어간다는 것이다. ... 그것이 여전히 미래를 알지 못하는 10대 소녀 현진과 그의 친구 윤서가 우리에게 주는 선물이라고 생각했다. 그 자그마한 용기가 바로 지금, 이 냉혹하고 착취를 당연시 즐기는 세상에서 버틸 수 있게, 그리고 끝내 작은 승리를 거머쥘 수 있게 만드는 열쇠라는 것을 우리는 알고 있기 때문이다. 변영주(영화감독)

가까운 사람만이 치명상을 입힐 수 있다

스승에게는 예를 갖추어야 한다. 애인 사이에는 사랑이 있어야 한다. 가족은 서로를 아껴야 한다. 하지만 스승이 승부를 조작해 나를 거꾸러뜨리고, 애인이 대놓고 나를 짐짝 취급하고, 가족이 진심으로 나를 깎아내리려 든다면 어떨까. 《사뭇 강펀치》의 주인공들은 말한다. 상대방과의 관계보다는 그들의 태도를 보라고. 저쪽이 나를 몰아내려 한다면, 주먹에 힘을 실어 자신을 지키라고.
주인공들이 이길 만한 조건을 충분히 갖추고 있는가 하면 그렇지 않다. 〈사뭇 강펀치〉의 현진은 비인기 종목인 복싱에 투신한 중학생이다. 흙수저에다 공부에 흥미가 없어 복싱만이 살길이라 생각했는데, 하필 감독을 적으로 돌리고 말았다. 〈그녀가 말하기를〉 속 주인공 주리의 최종 학력은 중졸이다. 자기 삶을 이 지경으로 몰아넣은 아버지에게 반기를 들고 싶어도 당장의 생활고 해결을 우선할 수밖에 없다. 〈앙금〉의 미진은 대학원생이지만 경제력 면에서는 주리 못지않다. 그가 취업에 서른다섯 번 실패하는 사이, 쌍둥이 동생 미단은 전문대 졸업 후 일찌감치 취업해 대리 직함을 달았다. 밥만 축낸다는 동생의 비아냥을 듣는 것이 미진의 일상이다.
일상에서 함께 부대끼는 사람의 공격은 치명적이다. 그들은 나의 약점을 알고 있으며 나와 긴 시간을 함께 보 냈다. 오래도록 나를 비난하는 논리를 들은 나머지 그들의 평가를 내심 수긍할 정도다. 설재인 작가는 해묵은 상처 때문에 자기 비하와 자기방어를 오가는 마음을 있는 그대로 펼쳐 놓는다. 비밀 일기장에 적은 문장이라 해도 그렇게까지 내 마음 같기는 어려울 것이다. 적나라한 속내를 드러낸 표현들은 차라리 시원하다.
지레 겁낼 필요는 없다. 어느 순간부터는 강펀치를 맞더라도 뒷이야기를 봐야겠다는 마음에 페이지를 더 넘기고 싶어질 테니까. 아무래도 부조리하고 이상하게 굴러가는 이 세상에, 나도 한 번쯤은 강펀치를 날려 보고 싶다는 마음이 들 테니까 말이다. 체념하고 수긍하고 순응하느니, 이를 갈며 맞서 싸우고, 치밀하게 복수하고, 운명에 승부를 걸어 보려는 이 여자들이 나는 사뭇 마음에 든다. 윤이나(작가)

홀로 링 위에 설 때쯤이면 다 괜찮아진다

스스로에게 솔직한 주인공들은 자신의 전력을 잘 안다. 무작정 홀로 덤비는 대신 타인에게 도움을 청한다. 그리고 깨닫는다. 누구에게나 자기 자신이 가장 소중하다는 사실을. 지금은 나를 돕는 이들도 언젠가는 등을 돌릴 수 있는 것이다. 고통스러운 깨달음 뒤에 해야 할 일은 홀로서기다. 현진과 주리와 미진은 자신을 나락으로 떨어뜨린 사람에게 선사할 ‘사뭇 강펀치’를 몸소 마련해 나간다.
힘을 갖고 나면 타인을 보는 시선이 달라진다. 학생에겐 세상의 전부인 학교가 어른의 눈으로 보기엔 좁은 세계인 것과 같은 이치다. 내 싸움을 지켜보는 사람과 결과에 영향받을 사람의 존재도 차츰 눈에 들어온다. 그의 손을 맞잡을 수도 있고 그를 이해하려 애쓸 수도 있다. 또는 손을 뿌리쳐도, 더한층 싫어하게 되어도 괜찮다. 어느 쪽이든 스스로 골랐다면 이후의 일은 감내하면 그만이다.
이 모든 과정을 스포츠 경기 생방송 볼 때처럼 집중하며 읽게 하는 원동력은 단연 현장감이다. 거짓된 느낌과 모르는 경험은 결코 전하지 않겠다는 듯한 작가의 태도는 어쩌면 경험에서 비롯되었는지도 모른다. 학창 시절 체육 성적 최하위를 면치 못했던 작가는 현재 7년 경력의 복싱인이다. 목표를 이루기 위해 기꺼이 싸우는 이들이 무엇을 겪고 느끼는지 잘 알기에, 그토록 생생한 언어로 세 편의 이야기를 가득 채운 것이리라.

목차

사뭇 강펀치 · 6p
그녀가 말하기를 · 60p
앙금 · 30p
추천의 말 · 170p
작가의 말 · 174p
프로듀서의 말 · 180p

줄거리

사뭇 강펀치 열여섯 살 복싱 선수 현진의 꿈은 자신을 키운 감독을 은퇴시키는 것이다. 폭력과 비리를 일삼던 감독이 현진의 첫사랑까지 부수어 버리자 현진은 꿈을 현실로 만들리라 결심한다. 마침 같은 반 윤서의 이모가 신문기자라는 사실을 알게 된 현진은 제보에 나서지만, 정작 궁지에 몰린 사람은 현진이 된다. 복싱계 전체를 적으로 돌리고 만 현진은 살아남기 위한 게임, 그 게임에서 이기기 위한 강펀치를 준비한다.
그녀가 말하기를 주리는 ‘또라이 대빵의 딸’이다. 그의 아버지는 ‘증마’라는 단체의 리더로, 더러운 자본가들이 음모를 꾸며 세상의 진실을 숨긴다고 설파한다. 증마에 빠져 가출한 아내를 찾으려 하는 ‘안경’은 주리에게 접근해 증마가 얼마나 파렴치하고도 충격적인 방법으로 돈을 벌고 있는지를 알려 준다. 주리는 안경과 의기투합해 자신의 삶을 나락으로 빠뜨린 증마를 무너뜨리려 한다. 사람들의 보편적 불만에 기반한 증마는 쉽게 흔들리지 않고, 인생을 건 분노에 몸을 맡긴 주리 또한 쉽게 포기하지 않는다.
앙금 미진의 쌍둥이 동생 미단이 집에 들어오지 않은 지 일주일이 지났다. 미단의 행방을 찾아 나선 미진은 미단이 실종 직전에 회사에서 큰 문제를 일으켰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미단의 회사 근처에서 단서를 모으던 미진은 미단과 얽힌 핵심 인물의 이름을 파악하는 데 성공한다. 성격과 재능의 방향이 정반대인 미단과 사사건건 부딪혀 왔던 미진은, 드디어 미단의 치부를 만천하에 드러낼 기회를 잡게 되었다.

책 속으로

현진은 두 손을 가만히 자기 배에 올려 보았다. ... 멋모르는 누군가는 멋지다고 걸 크러시 운운할 테지만 정작 자신은 원한 적 없는 납작한 배. 감량할 때면 어김없이 팬티에 피가 끊이지 않고 비쳤다. 생리가 멈춰서 오히려 편해지는 여자 선수들도 많다는데, 현진에겐 그런 운마저도 없었다.
p. 11 〈사뭇 강펀치〉
현진이는 게임을 하는 거고 자기 패를 최대한으로 쓰려는 거야. 일방적으로 가르침을 당하고 괴롭힘을 당하는 대신에, 동등한 사람으로서 전략을 쓰겠다는 거지. 이모는 그렇게 말했다. 윤서야, 현진이는 네 생각보다 더 강한 애더라.
p. 51 〈사뭇 강펀치〉
저는 몰랐어요. 일체의 배움이 열세 살에 멈추어 버린 여자들이 주변에 많았다는 걸요. 그게 그들이 답답하도록 조용히 살았던 이유라는 거. 그런 여자들, 그리고 그 남편들만 김흥수가 공략했다는 거. ...
- 에헤이, 지금 세상에 그 정도로 못 배운 여자들이 얼마나 있어요?
사람들은 자기 주변에 보이는 것만 진짜 세상이라고 믿고 살죠. 자기가 생각하는 비현실이 어딘가에서는 극사실일 수 있다는 것을 절대 인정하지 못해요.
p. 76 <그녀가 말하기를>
라윗이 여러분을 데리고 처음 고맙단 인사를 하러 왔을 때, 전 솔직히 말하면 조금 싫었어요. 여러분은 그렇게 고마워할 필요가 없으니까요. 마구 화를 내고 마구 분노하고 저까지 미워해야 맞아. 하지만 다시 생각해 보니 나도 마구 화를 내고 분노하고 나를 이렇게 만든 사람들을 미워해야 하더라고요.
p. 127 <그녀가 말하기를>
완전 센 게 필요해. 너무 세서, 족보에서 파 버리고 싶은 그런 잘못을 저질렀어야 해. 나는 미단과 함께여서 좋았던 적이 한순간도 없었으니까, 걔가 상종 못 할 쓰레기가 된다면, 가족들이 구성원으로 인정하려 들지 않는 사람이 된다면, 그런다면 얼마나 속이 시원할까.
p. 150 〈앙금〉
김미단이 그러면서 이상한 말을 하는 거예요. 방언 같은 거 있죠, 사이비 영화 같은 데 나오는. 그런 말하면서 눈깔 까뒤집고요. 우리 층 사람들이 다 따라서 뛰어 올라왔는데 그 광경을 모두 봤다고요. 사람들이 달려 들어서 제 머리채 잡은 손을 떼어 놓으려고 하는데 죽어도 안 되는 거예요. 남자 다섯이서 달려들었는데.
준영이 물을 마시고 입을 닦더니 덧붙였다.
- 그 부적이 진짜였나 봐요. 그거 아니고는 설명 못 해요.
p. 159~160 〈앙금〉

작가 소개

설재인

1989년생. 외고에 임용되어 수학을 가르쳤으나 누군가의 마음에 매일 불행과 불안을 심어 키우는 역할에 질려 대책 없이 사표를 냈다. 이해할 수 없는 것들을 이해한 척 살고 싶지 않아서, 그리고 스스로의 치졸함을 마주하기 위해서 이야기를 쓴다. 어쩌다 보니 복싱 7년 차 체육관 최고참, 자존감의 원천은 넙치근과 전완근. 소설집 《내가 만든 여자들》, 장편소설 《세 모양의 마음》, 에세이 《어퍼컷 좀 날려도 되겠습니까》를 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