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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퍼 히어로의 마이너리티성에 대하여

주요 토픽
마이너리티
본 대담록은 공모전을 준비하는 분들을 위해 준비한 콘텐츠입니다. 마블, DC 등 각종 코믹스의 전통적인 캐릭터와 숨겨진 이야기들이 아주 많이 등장합니다. 하지만 기존의 히어로물을 많이 보지 않았더라도 충분히 이해할 수 있는 내용이니, 편안한 마음으로 읽어보시기를 권합니다. 이 대담록이 공모전에 응모할 이야기를 만드는 데 도움이 되기를 바라지만, 모든 것을 반영하기 위해 너무 애쓰시지는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이 콘텐츠는 작은 힌트일 뿐, 이야기를 끌어가는 키는 작가님의 것이니까요!
대담자 소개 홍지운 작가 최근 <호랑공주의 우아하고 파괴적인 성인식> 출간. <이웃집 슈퍼 히어로>, <월간주폭초인전> 의 저자, 청강문화산업대학교 웹소설 전공 교수 손지상 작가 소설가, 한국과학소설작가연대의 회원, 만화평론가, ‘서울 웹진 아카데미’에서 강의를 진행, <서브 컬처계를 여행하는 히치하이커를 위한 가이드> 의 저자 권나연 평론가 슈퍼 히어로를 너무 좋아해서 업으로 삼게 된 전문가이자 평론가 안전가옥 운영멤버 Teo(스토리 PD), Remy(기획 PD)
Remy: ‘마이너리티’라는 단어를 놓고 생각했을 때, 성소수자, 몸이 약한 사람, 좀 더 넓게는 여성, 아시아, 동양계 등 사회 속에서 소수로 여겨지는 이들을 먼저 떠올릴 수 있는데요. '마이너리티'를 어떻게 규정할 수 있을까요?
일상의 보편적 감각과 소외된 사람들일까요? 혹은 결여된 지점 혹은 소외된 지점만 가지고 있으면 다 마이너리티라고 할 수 있을까요? 이럴 땐 재벌은 아무나 될 수 없는데, 재벌도 마이너리티라고 볼 수 있을까요?
홍지운 : 소수자성은 권력에서 소외된 문제니까 재벌은 아니죠.
손지상 : 마이너리티 히어로라고 할지라도 ‘마이너리티성’만 부각되면, 히어로에는 부합하지 못한다는 문제가 생겨요. 무슨 말이냐면, 자경단에서 더 나아가지 못하게 되는거죠.
예를 들면 아까 나온 것처럼 ‘포악한 재벌에 맞서서 싸운다’ 까지만 가면 히어로가 될 수 없어요. 맞서 싸우는 이유가 내 재산을 위해서, 내 가족을 위해서, 파벌을 위해서라면 히어로로서 약해지는 거잖아요. 다시 말하면, 이미 유리한 사람을 대변하면 안 된다는 거예요.
권력이랑 마찬가지 이야기인데, 본인이 마이너리티라고 할지라도, 특정 위인이나 특정 집단한테만 유리하게, 그 마저도 이미 유리한 곳의 입장을 수호하는 것이라면, 슈퍼 히어로의 형식을 빌어 인종 차별이나 젠더 차별을 옹호하는 거나 다름없죠. 실제로 그런 식의 작품들이 인디 코믹스 중에 있어요. 몇 작품이 있는데 이런 작품이 유명한 이유는 잘 만들어서가 아니라 이딴 걸 만들다니 라는 걸로 욕을 먹었기 때문이에요.
예를 들어 KKK단을 무슨 영웅처럼 그려놓은 거라던가, 남부 연합 깃발을 몸에 두르고 흑인을 쏴 죽이는 이야기… 이런 쓰레기 같은 것들을 만들어 놓고 형식만 슈퍼 히어로를 따온 것들이 있어요. 그러면서 무슨 말을 하냐면 자기네들이 마이너리티라는 거에요. 사회가 KKK단에게 뭐라고 하지 않느냐, 우리는 정당한 일을 하는데. 우리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수에 맞서 사회정의를 위해서 싸우는 거라고 이야기를 해요.
이런 류의 이야기는 객관적인 입장에서 누가 봐도 유리한 입장을 더 유리하게 수호하는 이야기이지, 유리하지 못하고 차별받는 사람들을 도와주는 이야기가 아니기 때문에 배제되어야 마땅하죠. 굳이 따지자면 슈퍼 헤이트 빌런있죠? 그런 스토리를 구상한다면, 그건 어디까지는 빌런이 자기 자신의 생각을 1인칭으로 생각한 이야기밖에 안 돼요. 왜냐하면, 빌런이 자기가 하는 행동이 정당하다고 할 수도 있잖아요?
권나연: 그러고보니 영화 ‘조커’가 생각이 나네요.
출처: imdb.com
손지상: 그렇죠. 네~. 딱 그거죠.
Remy: 조커는 슈퍼 빌런이네요.
손지상: 그런데 웃긴 건, 조커한테는 슈퍼한 능력이 없어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조커는 더 문제인게, 공감하는 이들이 분장만 하면 조커가 될 수가 있어요.
홍지운: 대화에서 에네르기파를 강조했었잖아요. 에네르기파는 지구를 부술 수 있지만, 따라하는 사람 중에 지구를 부술 수 있는 사람은 없어요.
손지상: 그렇죠. 없어요.(웃음) 예를 들어 ‘킹핀’도 그래요. 따라하려면 그 엄청난 거대한 몸이랑 재력과 돈이 있어야 되는데 무리잖아요. 그런데 말씀하신 것처럼 조커는 따라 할 수 있어요. 분장을 안 하더라도 하는 짓을 따라 할 수 있어요.
홍지운: 소수자성으로 내놓을 수 있는 아이템 중에 하나로 로컬성이 한국에서는 사용하기 어렵다고 했지만, 저는 잘 활용할 수 있는 가능성을 많이 발견했어요. 그 가능성을 발견한 작품 중 하나는 심너울 작가님의 <경의중앙선에서 마주치다>입니다. 그 작품은 정말 로컬적인 이야기를 너무나도 흥미롭게 잘 구성한 작품이에요. 그렇기 때문에 저는 그게 슈퍼 히어로물에도 얼마든지 로컬성을 반영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설화나 민담이라는 형태에 너무 고착될 필요 없이, 심너울 작가님처럼 본인이 그냥 그 지역에서 지내면서 느꼈던 감각을 장르적으로 재구축해내는 것을 최대한의 목적으로 삼으시면 될 거라고 생각합니다.
홍지운 : 조금 제 아이디어를 전하자면, 그 경의중앙선이 연착이 너무 심해서 사람들이 그 히어로는 그 경의중앙선만 다닐 수 있는 히어로인거죠. 지각인 사람만 날라주는 히어로. 뭐 이런 사소한.
손지상 : 슈퍼 히어로의 슈퍼를 뭐로 정의할거냐에 사람들이 너무 규모가 큰 걸 생각하기 쉬운데, 우사인 볼트도 초인이에요, 굳이 따지면. 그런데 우사인 볼트가 우리보다 100초 더 단축해서 달리느냐 아니에요. 아무리 못해도 10초, 20초 더 빨리 달리는 것 뿐 이에요. 근데도 초인이잖아요. 볼트가 초인인 것을 보여주려면 얘가 왜 초인인지를 보여주는 비교가 되는 일상 세계를 어느 정도 현실감있게 그릴 수 있어야만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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