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빵충 사육 준수 사항』 망상
좋은 작품은 망상을 부릅니다. 아, 정확히는 작품을 읽으며 머릿속으로 망상이 자동 재생되는 작품을 좋아합니다. (사실 그런 작품을 직접 많이 만들고 싶어 이 일을 시작하게 된 것도 있죠) 김혜영 작가님의 『빵충 사육 준수 사항』이 그런 작품이에요. 사실 저희 안전가옥의 일은 이야기를 개발하는 것입니다. 일이 일인지라, 개발이 진행되며 챙겨야 하는 원고들이 많아요. 때로는 바쁜 와중에 시간을 쪼개어 일하듯이 작품들을 읽어야 할 때도 있죠. 하지만 그런 찰나의 순간에서도, 머릿속에 망상을 파파박 만들어내는 작품들이 있습니다. 네, 맞아요. 『빵충 사육 준수 사항』이 그랬습니다.
제가 『빵충 사육 준수 사항』을 읽으며 떠올린 수~많은 작품 중 엄정하게 고른 네 작품을 소개해 드릴 겁니다. 『빵충 사육 준수 사항』을 재미있게 읽으신 분들이라면 틀림없이 재미있게 즐기실 수 있는 이야기들이고, 혹 아직 읽지 않으신 분들 중에 (오 그 뇌 너무 부러워요!!) 아래 작품 중 좋아하는 작품이 있으시다면, 『빵충 사육 준수 사항』 역시 틀림없이 재미있을 겁니다. 흠흠, 나름대로 위신을 생각해 대중픽이라고 골랐습니다만.. 다소간의 덕후픽이 될 수 있음을 미리 알려드립니다. (사실 구분 안 됨) 아주 논리적으로 연결된다기보다는 살짝 점프가 있을 수 있어요. (밑밥)
잠깐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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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빵충 사육 준수 사항』을 포함한 여러 작품의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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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로 제가 이 작품을 담당했던 실무 프로듀서는 아닙니다. 그러니 이 글에서 제가 언급하는 내용들은 (우연히 일치할 가능성이 없지는 않겠지만) 작가님이 이야기를 만드실 때 전달되지 않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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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저, 제가 독자로서 이 작품의 원고들을 읽으면서 머릿속에 떠올린 어떤 (망상에 가까운) 이미지들과, 그 이미지들과 함께 떠올린 작품들의 나열이에요.
귀여워.. 근데 무서워.. - <그렘린> (19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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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팡플레이에서 볼 수 있습니다.
영화는 몰라도 아마 아 캐릭터는 어디선가 보신 적이 있으시겠죠?
이 작품을 가장 먼저 말하는 것에서 제 연식이 나오는 것 같죠? 40년도 더 전에 개봉한 이 영화에선 어쩌면 제목보다도 주인공 격인 캐릭터가 더 유명할 겁니다. '기즈모'라는 이름을 가진 아주 귀여운... 귀요미입니다. (공식 설정상으로는 '모과이'라고 하네요) 저 기즈모는 인형처럼 너무너무 귀여운 생물인데, 키울 때 지켜야 할 것이 있습니다. 물에 닿으면 안 되고, 자정이 넘어 먹을 걸 주면 안 되고, 직사광선을 보면 안 되고요. 특히 자정을 넘어 무언가를 먹으면, 인형처럼 귀엽던 모습에서 마치 가고일 같은 외형을 가진 괴물 '그렘린'으로 변합니다. 그러니 물을 뿌리고 먹을 걸 주면..
저 친구들이 이렇게 징그럽게 변해요 (근데 나이 먹고 보니 귀여운 것 같기도..?)
한 어리석은 친구가 귀요미 기즈모에게 잘해주려다가 그렘린 떼를 만들어 내버리고, 마을을 초토화하는 그렘린들을 물리치기 위해 직사광선 작전을 편다.. 뭐 이런 단순한 이야기입니다. 나름 스티븐 스필버그가 제작에 참여한 전 연령 관람가의 가족영화인데요. 근데 이 작품이.. 강한 어린이들만 살아남던 시대의 작품이니만큼 생각보다 잔인합니다. 막 믹서기에 갈아버리고 전기로 지지고 꽤 그로테스크해요. 어렸을 때 보고 얼마나 충격적이었던지. 그런데 한편으로는 전 연령 관람가가 이해될 정도로 귀엽고, 또 웃깁니다. 『빵충 사육 준수 사항』을 재밌게 보셨다면, 이 고전 한번 보시는 것도 좋지 않을까요.
내달리는 현실적(?) 광기! - <카메라를 멈추면 안 돼!> (2018)
진짜 긍정적인 의미에서의 광기. 처음 볼 때 포복절도 했어요.
어후 이 작품이 나온 것도 벌써 이렇게 되었나요? 2018년에 컬트적인 인기를 끌었던 영화입니다. 아마 이 글을 보는 분들도 많이들 보셨을 테고, 좋아하실 거라고 생각해요. 좀비 영화를 찍던 독립영화 제작진이 '진짜 좀비'를 맞닥뜨리고는... 도망치는 게 아니라 '레알이다!!' 하면서 그걸 찍으려 우당탕탕한다는 영화죠. 물론 소재나 설정 자체가 어찌 보면 좀 터무니없고 우스꽝스럽기는 하지만, 실제로 저런 상황이라면 저럴 수밖에 없겠다(?)고 공감이 되기도 해요. 그리고 무엇보다도, 한바탕 웃으며 달리고 난 입맛이 어째 씁쓸한 게, 요즘 청년들의 페이소스가 묻어나는 것 같기도 합니다.
근데 또 마냥 웃기지만은 않다구요?
저는 『빵충 사육 준수 사항』이 리얼리즘에 충실하다고 생각합니다. 정한과 와인크루 일당이 열어버린 미친 빵충 대소동은 레알로 숨돌릴 틈 없이 독자들을 휘몰아칩니다. 그런데 그 폭풍 같은 광기가 반짝반짝 빛나는 건, 그 안에 요즘 청년들의 애환을 담고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해요. 서울에서 인디 트럼펫터의 삶을 정리하고 태봉에서 빵충 지원사업에 휘말리는 것도, 두쫀쿠마냥 타올랐다가 금세 꺼져버린 디저트 유행을 극복하기 위해 영끌해서 무리수를 두다 큰 사고를 쳐버리고, 그 사고를 수습하려다 극단의 극단으로 밀려가는 것도. 마냥 미워할 수 없는 우리의 어떤 모습일지도 모릅니다.
지금 그게 중요한 게 아니잖아요오! - <호프> (2026)
어촌계 형님.. 성기 말고 정한이도 좀 구해주세요
(8월 3일 현재, 저는 극장에서 <호프>를 세 번 봤고, 사실상 호포항의 명예 주민이 되어있는 상태라서 객관적인 코멘트를 할 수 없음을 미리 밝힙니다.) 극단적으로 호불호가 갈리는 작품이지만 저는 매우 '호'구요. 주변의 뭇사람들이 아니 그런 이해도 안 되는 (XXX) 영화를 왜 그렇게까지 좋아하냐고 핀잔 섞어 물으면, 사랑이란.. 이해하는 것이 아니라고 답하고 있습니다. (마치 에반게리온 시리즈처럼) 나름 <호프>에는 여러 장치들이 곳곳에 숨어있다고도 믿습니다만, 사실 그보다 더 대단한 건 그 에너지입니다. 새로운 세계를 냅다 그려버리고, 아묻따 이야기를 추동시키는, 아주 뻔뻔한 에너지.
성애 나이먹고 어촌계 누님 되는 세계선 기다립니다..
저는 좋은 이야기꾼의 자질은 뻔뻔하리만치 자신 있게 캐릭터와 이야기를 움직이는 에너지라고 생각합니다. 그게 없으면 불필요한 계산과 설명이 많아져서, 힘이 떨어진다고 생각해요. 김혜영 작가님은 사실 이번 작품이 첫 장편소설임에도 불구하고, 그 에너지가 아주 탁월합니다. 누군가는 설정이나 고증에 대해 의문을 가질 수 있겠죠. 하지만 지금 그게 중요합니까? 작품에 얼른 올라타시라구요오~! (근데.. 말하다보니 문득 드는 생각인데요. 성애(장호연 분)가 나이를 먹으면 꼭 신언주처럼 되지 않을까요. 정확히는 성애가 어촌계 형님들 나이가 될 때의 간지를 생각하면.. 뭔가 언주 느낌스?)
크고 강력한 벌레를 찾으셨다면 - <가면라이더 BLACK SUN> (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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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존 프라임 오리지널 시리즈에요
특촬물계의 다크 나이트... 나름 <드라이브 마이 카>의 니시지마 히데토시가 주연이에요.
대중픽으로 고르려고 했건만.. 솔직히 이 작품은 언급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제가 개발 과정을 따라가면서, '거대한 벌레'/ 다른 개체를 통제하는 여왕 개체 대목을 읽으며 가장 먼저 떠올린 작품이 이 작품이었기 때문이죠. 심지어 저는 『빵충 사육 준수 사항』의 피날레를 포함한 어떤 지점들은 일본 특촬물과 비슷하다는 장르적 감각을 갖고 있어서, 더더욱 이 작품을 떠올렸습니다. 일본의 3대 특촬물 중 하나로 손꼽히는 '가면라이더' 시리즈의 저주받은 걸작, <가면라이더 BLACK SUN>입니다. 특촬물의 통상적인 톤과 달리 굉장히 다크하고, 고어하고, 사회비판적 메시지를(?!) 담고 있는 작품이에요.
이 드라마가 너무 감명 깊어서 저는 피규어까지 샀다구요? (지금도 사무실 제 자리에 있어요)
(설명하자니 왠지 좀 부끄럽지만..) 가면라이더는 메뚜기..의 힘을 갖고 있는 초능력자...입니다. 그리고 이 시즌의 빌런은 수명 5만 년짜리.. '창세왕'인데요. 이 창세왕은 성인 3배 크기의 대왕 메뚜기 괴인..으로서, 다른 괴인들을 만들어내는 숙주입니다. 거대한 몸집에서 나오는 피지컬과 강력한 정신 공격 모두가 압도적인.. 최종 보스예요. 근데 그 친구가 그저 나쁘기만 한 것이 아니라 나름의 (사회적인 이슈를 반영한) 사연도 갖고 있어서, 그저 미워하거나 무서워할 수만은 없습니다. 비주얼에서도 서사에서도, 자이언트 빵충과 엮일 여지가 있지 않나요? (물론 비약이 있다는 점은..네 인정합니다.)
창세왕의 비주얼이 궁금하시다면 토글 클릭
이 외에도 이 작품을 반복해서 읽으며 수-없는 작품들을 떠올렸습니다. (솔직히 이걸로 일주일 밤을 새울 수도 있어요.) 제목만 살짝 언급하고 싶은 작품들만 추려도: 너무 많이 언급한 <기생충>을 제외한 봉준호 감독의 모든 작품들.. (중에서도 고르라면 <옥자>와 <괴물>), 만화 <20세기 소년>과 <도로헤도로>, <바람계곡의 나우시카(애니 말고 원작 만화요!)>, 드라마 <간니발>, 애니 <아키라>, 영화 <미스트>, 웹툰 <나 혼자만 레벨업>(의 '베르') 등… 지금 이 글을 쓰는 와중에도 계속 언급할 게 떠오르네요. 그건 그만큼 이 작품이 주는 영감이 강력하고, 덕심을 자극한다는 뜻이겠죠?
달리 생각해 보면, 제가 말한 저런 작품들을 좋아하는 이라면, 저 위대하고 웅장한 리스트 속에 감히 『빵충 사육 준수 사항』을 넣어볼 수도 있지 않을까요. 어떤 작품을 씹고 뜯고 즐기고 사랑하는 아주 좋은 방법 중 하나는 엮어낼 수 있는 포인트를 찾아 다른 작품과 혼자 이리저리 머릿속에서 굴려보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럴 수 있는 작품이 서두에 말씀드렸듯 좋은 작품일 테고요. 『빵충 사육 준수 사항』이 여러분 머릿속의 다른 작품들을 불러올 수 있기를 바랍니다. 그리고 다른 작품을 즐기실 때도 『빵충 사육 준수 사항』을 엮어주실 수 있다면 좋겠습니다. 그것이 우리의 덕생을 행복하게 만들 거예요.
『빵충 사육 준수 사항』,
여러분이 떠올린 작품은 무엇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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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홍익 (Rick) | 대표
덕질을 가장한 사업…을 가장한 덕질..을 하고 있습니다.
『빵충 사육 준수 사항』 기획 노트 시리즈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