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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전가옥이 좋아하는 '로맨스 스릴러' 작품들

작성자
주제
로맨스스릴러
영화
소설
*다음 작품들의 스포일러가 있을 수 있습니다.
도서 : <나를 찾아줘>, <핑거스미스>, <무니의 희귀본과 중고책 서점>
영화 및 드라마 : <나를 찾아줘>, <아가씨>, <너의 모든 것>

로맨스 스릴러

연인이나 부부, 혹은 이에 준하는 로맨스 관계에서 벌어지는 스릴러
지난 시간에는 안전가옥이 생각하는 ‘로맨스 스릴러'에 대해 이야기했어요. 다시 한번 말씀드리지만, 이 내용은 전적으로 ‘안전가옥의 생각, 그중에서도 스토리 PD 신의 생각’이라는 것을 잊지 마세요. 장르의 구분에 대한 논의에 휘말리고 싶지는 않거든요.
오늘은 안전가옥이 좋아하는, 그러니까 이번 공모전에서 만나고 싶은 ‘로맨스 스릴러’ 장르의 이야기와 가장 가까운 작품들을 소개하려고 해요. 이 작품들을 왜 ‘로맨스 스릴러’ 장르라고 생각하는지를 중점적으로 다뤄 볼게요. 공모전에 지원하려고 하는데, 아직 이 작품들을 못 보셨다면? 얼른 가서 보고 오시길 추천합니다. 재밌거든요!

길리언 플린 소설, <나를 찾아줘>와 데이비드 핀처 감독 영화, <나를 찾아줘>

"그날, 아내가 사라졌다."

영화의 시작입니다. 이 대사는 남편의 짧은 대사지만, ‘로맨스 스릴러’의 모든 것이 담겨 있어요. 부부 관계를 암시하고 있고, 아내가 사라짐으로 인해서 그 관계에 비밀이 있음을 직감하게 하죠. 아내는 왜 사라졌을까요? 이 질문에 대한 답을 얻기 위해 관객은 이야기 속으로 들어가야 하고, 동시에 스릴러 장르의 규칙을 기대하게 됩니다. 이야기의 시작이에요.

내가 꿈꿨던 이상형인 이 남자가 정말 나를 죽일지도 모른다.

실종된 아내에 대한 단서 중 하나인 아내의 일기장에 일기장에 적혀 있는 문구에요. 역시 ‘로맨스 스릴러’의 법칙이 제대로 담겨 있어요. ‘꿈꿨던 이상형의 남자’는 남편이고, 남편이 자신을 죽일지도 모른다는 것은 부부 관계에서의 스릴러죠. 가장 가깝다고 생각하는 관계, 함께 잠들 수 있을 정도로 서로를 안전한 사람으로 인식하는 관계에서 ‘죽음’이라니요. 제대로 로맨스 스릴러 장르의 특성이 드러나고 있는 것이죠.
영화 <나를 찾아줘>에서의 스릴러는 일방향이 아닌 쌍방향으로 발생합니다. 급작스러운 아내의 실종은 남편 입장에서의 스릴러를 출발시키고, ‘남편이 나를 죽일 수도 있다’는 아내의 생각은 아내 입장에서의 스릴러를 출발시키죠. 이 로맨스 관계는 정말 막장이에요. 남편은 외도 중이었고, 실제로 아내에게 폭력을 행사한 적이 있음이 밝혀집니다. 아내는 그런 남편에게 복수(?)하기 위해 끔찍한 계획을 세우고 실행하죠. 남편과 아내 둘 모두의 계획에 차질이 생기고, 아내의 실종 사건이 언론을 통해 대대적으로 다뤄지면서 이 로맨스 관계는 파국을 향해 치닫습니다.
그리고 결말은 그야말로 충격적이에요. 이 로맨스 관계는 끔찍한 역경을 딛고 성장한 것으로 발표됩니다. 사람들은 이 부부의 이야기에 감동받고, 존경하기까지 하죠. 하지만 부부는 모든 진실을 알고 있어요. 스릴러는 봉합되지 않았고, 앞으로도 이 끔찍한 로맨스 관계는 유지되어야 한다고 하죠. 결혼한 입장에서, 이 대사는 정말 충격적이었어요.

"그게 결혼이야."

자세한 내용은 영화를 통해 확인하세요. 저는 정말 재밌게 봤어요.

세라 워터스 소설, <핑거스미스>와 박찬욱 감독 영화, <아가씨>

박찬욱 감독의 영화 중 제가 제일 좋아하는 영화에요. 이 영화는 사실 ‘로맨스 스릴러’보다는 ‘로맨스’ 자체에 집중하는 서사로 진행돼요. 숙희(김태리 분)와 히데코(김민희 분)가 온갖 역경을 넘어 ‘안전한 로맨스 관계’로 성장하는 방식이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가 ‘로맨스 스릴러’ 장르에 이 영화를 포함시킨 것은, 두 사람이 로맨스 관계를 맺는 동안 벌어지는 스릴러가 무척 흥미롭기 때문이에요.

가짜한테 마음을 빼앗겼다.

이런 대사가 나오는지는 잘 모르겠는데, 영화의 홍보 카피가 저랬던 것 같아요. 그리고 저 카피는 ‘로맨스 스릴러’의 특징을 아주 잘 드러내고 있어요. 누군가와 로맨스 관계를 맺었는데, 그 누군가가 ‘가짜’라는 거예요. 로맨스 관계에서의 진짜와 가짜란 무엇일까요. 함께 살고, 잠자리에 들 만큼 커다란 신뢰를 내어줘야 하는 관계. 그 관계에 비밀이 있는 거예요. 나는 상대를 사랑하는데, 상대는 나에게 거짓말을 하고 있다. ‘가짜’임이 분명한데, 나는 이미 마음을 빼앗겼다.
영화 <아가씨>에서의 로맨스 관계는 쉽게 말하면 삼각관계에요. 히데코와 백작(하정우 분)은 로맨스 관계로 발전해서 결혼을 해야 해요. 그러나 백작은 가짜에요. 실제로 백작도 아니고, 히데코를 사랑하지도 않아요. 백작은 히데코로 하여금 자신을 사랑하게 해야 하고, 그것이 성공하면 큰돈을 벌 수 있어요. 물론 성공 이후 히데코는 정신병원에 가둘 계획이죠.
숙희는 백작의 계획을 지원하기 위해 히데코의 하녀로 들어가요. 백작의 계획이 성공하면, 숙희는 일정 지분을 받을 수 있죠. 백작과 숙희는 가난한 사람들이기 때문에, 이 계획을 반드시 성공시켜서 돈을 벌어야 해요. 하지만 문제가 생겨요. 숙희가 히데코를 사랑하게 된 거예요. 백작은 계획대로 움직이지만, 숙희는 히데코를 사랑한 나머지 백작에게 방해가 돼요. 계획은 계속 덜그럭거리죠.
2부에 이르러 밝혀지는 내용이지만, 사실 바보가 된 것은 숙희였어요. 히데코는 숙희가 생각한 것처럼 세상 물정 모르는 멍청이가 아니었고, 오히려 백작과 공모해 자유를 얻고, 숙희를 정신병원에 가둘 예정이죠. 하지만 여기에서도 치명적인 문제가 생겨요. 히데코 역시 숙희를 사랑하게 된 거예요. 아, 이거 정말 복잡하네요​.
결국 진짜 바보가 된 것은 백작이에요. 히데코는 숙희를 속임과 동시에 백작을 속여요. 숙희는 히데코를 속이다가 들켜서 백작만 속여요. 백작은 히데코를 속이다가 계획을 바꿔 숙희를 속이고 결국엔 자신이 속아요. 이 엄청난 거짓말들의 향연 속에서 숙희와 히데코의 사랑은 더욱 단단해지고 끝내 빛을 발해요.​
이야기는 로맨스의 본질, ‘여성의 해방 서사’를 충실히 따르고 있어요. 히데코와 숙희 둘 다 그렇죠. 남성 권력으로 대표되는 백작과 이모부(조진웅 분)만 바보가 됩니다. 여성의 아름다움을 칭송하지만, 사실상 여성 혐오(misogyny)로 가득 찬 남성들이에요. 숙희와 히데코는 그들을 포함한 어떤 남성도 사랑하지 않고, 오직 서로를 사랑하죠. 스릴러는 그 과정 중에 발생하고, 아주 효과적이에요. 그래서 안전가옥은 영화 <아가씨>와 같은 이야기를 ‘로맨스 스릴러’의 범주 안에 넣기로 했어요. 이런 이야기라면 공모전에서도 대환영인 것이죠.

캐럴라인 케프니스 소설, <무니의 희귀본과 중고책 서점>과 넷플릭스 오리지널 드라마, <너의 모든 것>

오늘 소개하는 작품 중 가장 최근에 만들어진 작품이에요. 캐럴라인 케프니스의 소설 <무니의 희귀본과 중고책 서점>을 원작으로 하는 넷플릭스 오리지널 드라마 <너의 모든 것>입니다. 사이코패스인지 소시오패스인지 모를 주인공이, 한 여자를 사랑하는 이야기에요. 그 사랑이라는 것이 무척 끔찍하긴 하지만요. 사이버 스토킹을 넘어 살인까지 하거든요.​
영화 <나를 찾아줘>가 부부 관계를 다루고, 영화 <아가씨>가 아가씨와 하녀의 관계를 다룬다면, <너의 모든 것>은 연인 관계를 다루어요. 앞선 두 영화의 관계보다는 상대적으로 느슨하다고 볼 수 있죠. 하지만 주인공 조(펜 바드글리 분)의 벡(엘리자베스 레일 분)에 대한 집착은 절대 느슨하지가 않아요.
적극적인 사이버 스토킹을 통해, 조는 벡의 마음을 사로잡아요. 벡의 습관, 취향, 동선 등 모든 것들을 파악해서 스스로 맞춤형 애인으로 거듭나거든요. 벡 입장에서는 조의 모든 것이 사랑스러울 수밖에요. 실제로 이 작품을 본 20-30대 여성들은 ‘조 같은 남자라면 날 수밖에 없을 것 같다’고 말하기도 해요. 그만큼 조의 행동은 벡에게 있어 완벽하고 흠이 없죠. 그리고 스릴러는 여기에서 발생해요.​
조가 벡에게 완벽한 남자처럼 보일 수 있었던 것은, 벡의 스마트폰을 통해 이메일, SNS 등을 해킹해서 벡의 모든 것을 알아낼 수 있었기 때문이거든요. 소름 끼치는 일이죠. 게다가 조는 자신을 미워하는 벡의 친구들까지 하나하나 제거하기 시작해요. 처음엔 벡의 남자친구를 제거하고, 후에는 벡의 절친한 친구까지 제거하죠. 벡은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조에게 길들여지고, 이 모든 비밀을 알아챘을 때는… 이미 늦었어요. 친구들은 죽었고, 이제 자신의 목숨을 걱정해야 할 처지죠.
‘로맨스 스릴러’ 장르를 생각했을 때, 제 머리에 가장 먼저 떠오른 작품이 <너의 모든 것>이었어요. 그만큼 아주 전형적인 ‘로맨스 스릴러' 작품이라고 할 수 있는 것이죠. 하지만 마냥 진부하다고 볼 수는 없는 것이, 주인공의 위치에 벡이 아닌 조를 두기 때문이에요. 벡을 주인공으로 해서 ‘사랑에 빠지고 - 위험을 감지하고 - 살기 위해 노력하는’ 서사라면 진부하다고 볼 수 있겠지만, 조가 주인공이 되면서 이상한 기분을 느끼거든요. 관객들은 범인(?)이 누구인지 알고, 오히려 벡을 걱정해요. 걱정하는 것을 넘어서서 답답함을 느끼고, 벡을 비난하는 경우도 생기죠. 심지어 조의 범행이 들통나지 않기를 바라기도 해요. 아주 영리한 연출이죠.
오늘 소개한 세 작품은, ‘로맨스 스릴러'를 준비하신다면 꼭 감상하시는 것을 추천드려요. 장르의 공통된 특징을 충실히 따르면서도, 각 작품의 매력을 잃지 않고 있거든요. 동시대의 문제 또한 적극적으로 다루려 노력한 작품들이기도 하구요.​

다시 한 번 정리하자면,

로맨스 스릴러 : 연인이나 부부, 혹은 이에 준하는 로맨스 관계에서 벌어지는 스릴러
일방향 스릴러도 가능하고, 쌍방향 혹은 삼각관계에서의 스릴러도 가능하다. ex) <나를 찾아줘>,<아가씨>
스릴러를 넘어 로맨스 관계로 발전하는 이야기도 좋다. ex) <아가씨>
동시대의 문제를 적극적으로 다루려 노력할수록 좋다. ex) <나를 찾아줘>, <아가씨>, <너의 모든 것>
좋은 ‘로맨스 스릴러' 이야기 만드시길 바랍니다. 동시에 현실의 로맨스는 평안하시길 바라구요.
저는 늘 그렇듯, 기대하는 마음으로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글. Shin(김신) "눈치채셨겠지만, 로맨스 스릴러 장르의 소설은 영상화되기에 무척 좋답니다!"
편집자. "안전가옥의 이야기가 영상화되는 그 날까지! 이번 공모전에도 많은 관심 부탁드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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