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련되게 해결해 드립니다, 백조 세탁소
〈동백꽃 필 무렵〉과 〈추리의 여왕〉의 만남
여수를 배경으로 동네 토박이 중심
생활 밀착형 추리 드라마가 펼쳐진다!
2019년 안전가옥 스토리 공모전 코지 미스터리 부문 대상 수상작!
여수 토박이 세탁소집 딸내미 백은조를 중심으로 펼쳐지는 생활 밀착형 추리 드라마
지금 《세련되게 해결해 드립니다, 백조 세탁소》를 만나보려면?
종이책
목차
1 그랜드 오픈
2 여수는 항구다
3 팔로워
4 신데렐라의 드레스
5 잭과 콩나무
6 데칼코마니
7 열세 개의 성냥갑
작가의 말
프로듀서의 말
작가 소개
이재인
2018년 《호랑낭자 뎐 傳》으로 CJ ENM과 카카오페이지가 주최한 제2회 추미스(추리, 미스터리, 스릴러) 소설 공모전에서 우수상을, 2019년 《세련되게 해결해 드립니다, 백조 세탁소》로 안전가옥 스토리 공모전 코지 미스터리 부문 대상을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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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표작 : 《호랑낭자 뎐 傳 》
책 소개
서울에 있는 대학만 가면 열정적으로 부딪치다 보면 대단한 디자이너가 되어 꽃길을 걸을 줄 알았다 그런데 다니던 대학이 한순간 망해 버렸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고향 여수에서 세탁소를 운영하던 부모님이 은퇴를 선언해 버렸다 갑자기 낙동강 오리알 신세가 되어 버린 백은조는 울며 겨자 먹기의 심정으로 일단 세탁소를 맡기로 한다 아 이건 내가 원하던 인생이 아니었는데!
하지만 아무리 구시렁거려도 소용없다. 씩씩하고 현실적인 백은조는 끊임없이 자기 암시를 건다. 무릇 인생 최고의 미덕은 빠른 수긍과 그보다 더 빠른 포기. 불평하며 주저앉을 시간에 백은조는 빠르게 눈과 손과 발부터 움직인다. 그러다 보니 얼떨결에 동네에서 벌어지는 각종 사건 사고의 중심에 서게 되는데…….
작고 아름다운 항구도시 여수에서 태어난 세탁소집 딸내미 백은조는 어쩌다 ‘세련되게 해결해 드리는’ 동네 탐정이 되었을까?
정말 지긋지긋할 정도로 한결같은 도시다.”
소설의 첫 문장에서 우리의 주인공 백은조는 자신의 고향 여수를 이렇게 묘사한다. 우리나라의 수많은 소도시가 그러하듯 엑스포라는 대규모 국제 행사를 계기로 기적적인 회생을 꿈꿨으나 한낱 일장춘몽이었음을 깨달았고, 〈여수 밤바다〉라는 로또가 터져 낭만적인 관광도시로 거듭나는 듯했으나 그마저 생각처럼 녹록하지 않았던, 그러니까 어쩔 수 없이 한결같을 수밖에 없는 은조의 고향, 여수.
심지어 은조가 태어나고 자란 동네는 더 심하게 죽어 가고 있다. 골목 바로 옆 대학 캠퍼스가 망해 버리는 바람에 대학가 상권이니 하숙집이나 원룸이니 하는 것들이 모조리 문을 닫았다. 그런 막막한 동네로 은조는 돌아왔다. 그 흔한 대학 졸업장 하나 없이(다니던 대학이 이렇게 갑자기 문을 닫을 줄 누가 알았나!) 앞으로 뭘 해야 하나 전전긍긍하던 타이밍에 세탁소를 운영하던 부모님까지 은퇴 선언을 해 버리는 바람에, 급기야 1년도 넘게 세계 일주를 떠난다고 하는 바람에 궁여지책으로 세탁소를 떠맡을 수밖에 없었다.
백조 세탁소. 재개발에 성공한 옛 국동아파트 1단지, 현 서정 스타힐과 재개발에 실패한 국동아파트 2단지 사이에 위치한 작은 세탁소. 은조를 키워 준 소중한 가게이자 온 동네 사람들이 왔다 갔다 하는 골목의 중심. 아무리 은조가 당차고 야무지다지만 다 죽어 가는 동네 세탁소를 물려받아 운영하기란 영 만만치 않다. 동네 터줏대감으로 자리 잡고 있는 삼총사, 2단지 관리 사무소 미숙 경리 부장님, 상가 만화방 ‘달려라 하니’ 캔디 사장님, 미용실 ‘세라 뷰티’ 세라 원장님은 ‘이게 다 너 잘되라고 하는 말’이라며 잔소리와 어깃장을 쉴 새 없이 늘어놓는다. 첫 만남부터 석연치 않았던 서울에서 왔다는 이정도 형사와도 묘하게 계속 부딪힌다. 게다가 은조는 그냥 동네 세탁소 초보 사장일 뿐인데 여기저기서 터지는 사건 사고에 연이어 얽히며 뜻하지 않게 해결사 역할을 하게 된다.
정말 쓸데없이, 사람 마음 약하게 만들어서 은조를 기어이 나서게 만든다. 이 지긋지긋하게 한결같이 따뜻하고 다정한 이 동네가, 이 동네 사람들이.
책 속으로
스쿠터가 두 번째 방지턱을 넘을 때 깨달았다. 죽어 가는 동네에 사는 게 문제가 아니라, 이미 죽어 심폐 소생도 불가능한 동네에서 장사를 하는 게 더 큰 문제라는 걸.“
p. 13
낚시 의자에 눕다시피 늘어져 앉아 쪽지를 쥔 팔을 쭉 뻗었다. 가느다란 종잇장 뒤로 알록달록한 차양이 더운 바람에 들썩이고 딱 의자 폭만큼 열어 둔 가게 문을 통해 등 뒤로 에어컨 바람이 스친다.
크!!! 이 맛이지!!!
목 주변에 닿는 서늘한 바람과 물안경 너머로 조금 어둑하게 보이는 시야. 종일 틀어 놓는 영상 속에서 참가자들이 서로를 격려하고 결과물을 칭찬하는 소리. 모든 게 완벽한 브레이크 타임이다.
그럴 뻔했다.
오늘 아침, 어느 원피스 주머니에서 이 쪽지를 발견하지만 않았더라면.
p. 29
인생은 그렇게 드라마틱하지 않다.
모두가 화면 속 주인공처럼 화려하게 살 수도 없다.
하지만 화면 밖에서도 사람들은 여전히 살아간다. 살아가고 있다.
잔잔하고 심심하게. 그리고 아주 평범하게.
p. 117
은조의 말대로 이 동네는 사진 명소였다.
커피홀릭이 모은 관광객들이 #인생사진, #감성사진 따위의 태그를 붙여 동네 사람들의 가난이나 초라함을 마음대로 훔치고 전시해도 되는 곳이 아니라, 이 동네와 이곳 사람들이 지나온 40년의 시간을 증명하는 등나무 넝쿨과 은행나무가 아직도 살아 있는.
평범하고.
사소하고.
작고.
연약하고.
오래된 것들이 모여 있는 ‘진짜’ 사진 명소.
p. 316
소설 쓰기를 슬슬 그만둬야 하나 고민하던 시기에 이재인 작가는 고향 여수에 갔다가 예전에 살던 동네에서 이상한 기분을 느끼고 이 이야기를 구상하기 시작했다. 작가는 이 소설에 대해 “아주 오래전, 그리고 지금도 여전히 저의 마음을 움직이는 작고, 사소하고, 평범하고, 느린 것들에 관한 이야기”라고 설명한다. 그리고 작가의 마음속에 불꽃을 피운 ‘작고, 사소하고, 평범하고, 느린 것들’이, 그 다정하고 따뜻한 마음이 《세련되게 해결해 드립니다, 백조 세탁소》에 고스란히 차곡차곡 들어차 있다. 그리하여 독자들은 일단 첫 장을 펼치고 나면 속절없이 이야기에 빠져들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리고 휙휙 페이지를 넘겨 순식간에 마지막 장에 이르렀을 때 열렬히 응원하고 응원받은 기분에 고양되고 말 것이다. 이 대단하지 않은 사람들의 대단하고 기운 찬 행보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