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치스 파이터즈
속편 요청이 쇄도했던 《위치스 딜리버리》의 후속작
스무 살 마녀와 중 2 초능력자의 솔직한 실패담, 그 뒷면의 성장담
3년 전 《위치스 딜리버리》의 독자들이 입을 모아 했던 말이 있으니, 바로 ‘후속작을 보고 싶다’는 것이었다. 청소기를 타고 날며 배달 알바를 하는 예비 마녀 보라, 보라를 특별한 인생으로 이끈 백발의 마녀 윤정, 아이돌 같은 얼굴과 강력한 초능력을 갖추고도 ‘찐따’로 살아온 미카엘라, 미카엘라를 짝사랑하는 호쾌한 동급생 세이. 또 다른 이야기를 궁금해하는 의견이 쇄도할 만큼 매력적인 캐릭터들이 후속작 《위치스 파이터즈》로 다시 한번 독자들을 만난다.
스무 살이 된 보라는 정식으로 마녀가 되어야 할지, 이미 들어간 대학을 포기하고 반수를 해야 할지 갈피를 잡지 못해 망설인다. 중등부 2학년생이 된 미카엘라와 세이는 단짝이었던 서로와 멀어질지도 모르는 상황이 다가오자 혼란스러워한다. 주인공들의 고민은 실제 10~20대의 가장 큰 고민거리와 맞닿는다. 진로나 인간관계 때문에 한창 걱정하고 있다면, 문제에 온몸으로 부딪치는 주인공들이 귀띔하는 실패와 성장의 의미에 귀 기울여 보기를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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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책
전자책
목차
위치스 파이터즈 · 6p
그 초능력자들의 사춘기 · 68p
작가의 말 · 180p
프로듀서의 말 · 184p
작가 소개
전삼혜
롯데월드타워가 보이는 곳에서 일하는 사람. 무설탕 아메리카노와 민트초코, 낮게 나는 비행기를 좋아한다. 쓴 책으로 《소년소녀 진화론》, 《궤도의 밖에서, 나의 룸메이트에게》, 《붉은 실 끝의 아이들》, 《토끼와 해파리》 등이 있다.
줄거리
〈위치스 파이터즈〉
스무 살 예비 마녀 보라는 진로 고민 중이다. 정식 마녀가 되자니 독립생활이 가능할 만한 주특기가 없고, 대학 생활을 즐기자니 점수 맞춰 간 학교에 정을 붙이기 어렵다. 예비 마녀 기간을 1년 연장하는 데 성공한 보라는 유예 기간 동안 지금의 자신만이 할 수 있는 일에 뛰어들고자 한다. 주술을 다루는 마녀로서 저주로 인한 피해를 막으려 하는데, 보라의 직속 선배 마녀인 윤정은 보라를 돕지 않겠다고 선언한다. 마녀와 상극인 초능력자와 얽히고, 일반인에게 마녀의 존재를 들킬 위험을 감수하면서까지 타인을 도와야 할 의무는 없다는 것이다. 반면 갓 성인이 된 보라는 타인에게 손을 뻗어야만 세상에 자신의 자리가 생긴다는 것을 직감한다.
〈그 초능력자들의 사춘기〉
미카엘 라 르블랑, 일명 ‘미카엘라’는 초능력자 교육기관인 김앤장 드림학교의 유명인이다. 연예인을 방불케 하는 외모를 지니고 있어 교내외에 팬이 많다. 미카엘라에게 관심을 갖게 된 사람들은 자연스럽게 윤세이의 얼굴에도 익숙해진다. 두 사람이 늘 함께 다니기 때문이다. 윤세이는 미카엘라의 팬들에게 험한 미움을 받기 시작하고, 미카엘라는 집안 사정 탓에 어두운 표정을 짓는 날이 늘어 간다. 교사 유월은 두 사람에게 학교 방범대 활동을 추천한다. 외부의 초능력자나 불량 학생으로부터 드림학교 아이들을 지키며 바삐 움직이다 보면 스트레스를 해소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지만, 방범대 활동은 도리어 미카엘라와 윤세이의 폭발을 부추기고 만다.
독자들과 똑같은 시간을 건너온 이야기
전작 《위치스 딜리버리》와 《위치스 파이터즈》 사이에는 3년의 간격이 있다. 두 책은 3년의 간격을 두고 출간되었고, 주인공들 또한 후속작으로 넘어오면서 나이를 세 살 더 먹게 되었다. 그사이 고등학생이었던 보라는 대학교에 입학했으며, 초등부 학생이었던 미카엘라와 세이는 중등부로 진급했다. 독자들과 똑같은 길이의 시간을 건너온 것이다.
세월을 품은 이야기는 자연스럽게 이전과 다른 주제를 담는다. 《위치스 딜리버리》는 자신에게 주어진 특별한 힘을 갓 사용하기 시작한 이들의 좌충우돌 활약상을 다뤘다. 능력자로서의 삶에 새롭게 들어선 주인공들을 그렸으니 일종의 모험담이었다. 후속작 《위치스 파이터즈》는 성장담이다. 스무 살이 된 보라는 성인의 문턱에 섰고, 중 2가 된 미카엘라와 세이는 사춘기에 이르렀다. 삶의 큰 전환점에 다다른 주인공들은 그 나이 때 으레 겪는 시련을 마주한다. 더 나은 존재가 되기 위해서는 가시밭길을 통과해야만 한다.
스무 살, 열다섯 살의 홀로서기
스무 살이 되면 커다란 자유가 주어져 큰 행복이 찾아올 것 같지만, 실제로는 자유만큼의 막막함이 엄습한다. 대학에 가야 할지, 간다면 어떤 과를 선택해야 할지, 무슨 아르바이트를 해야 할지, 진로 방향을 어떻게 잡아야 할지 통 알 수가 없다. 그런데 주변에서 말하기를 스스로 결정하고 그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한단다. 보라는 예비 마녀라, 정식 마녀로서 자립하기를 원한다면 마녀로서의 주특기까지 개발해야 할 처지다.
독립성이 자라나는 사춘기 시절에는 가까운 사람들과 부쩍 마찰을 빚게 된다. 자신을 아직 어린아이로 보는 부모, 자기주장이 강해진 친구들과 다투기 일쑤다. 초능력 때문에 부모에게 버림받았던 미카엘라는 아버지에게 다시금 충격적인 소식을 들어 실의에 빠지고, 세이는 단짝인 미카엘라가 싸늘한 태도를 보이며 혼자 있으려 하자 충격을 받는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미카엘라의 팬을 자처하는 사람들은 질투의 칼날을 들어 세이를 겨눈다. 스트레스를 견디다 못한 세이는 학교 전체를 넘어 성남 시내 일대를 뒤흔드는 폭발을 일으킨다.
실패는 성공의 친구
홀로서기에 성공하면 자신이 원하는 바를 이룰 수 있는 능력을 갖춘 성인이 될 것이다. 그러나 보라와 미카엘라와 세이가 잘 보여 주듯이, 직접 겪어 본 우리가 익히 알고 있듯이, 스스로의 힘으로 서는 것은 무척 어려운 일이다. 자립하기 위해 청소년기와 청년기에 걸쳐 꾸준히 기울이는 노력이 늘 좋은 결과로 돌아오지는 않는다. 그리고 사실, 어떤 면에서는 노력이 수포가 되어도 괜찮다.
실패해야만 보이는 것들이 있어서다. 자전거 타기를 배우기 위해 보조 바퀴를 뗀 직후에는 몇 번쯤 넘어지기 마련이다. 그러다 보면 균형 잡힌 자세가 저절로 몸에 밴다. 보라는 선배 마녀 윤정과 여러 번 대립하는 과정에서 윤정이 흔쾌히 도와주는 분야와 단호하게 지원을 거절하는 분야를 파악해 나간다. 미카엘라와 세이는 서로에게 언성을 높인 끝에 한동안 거리를 두고 난 뒤로 상대방이 특히 감당하기 힘들어하는 상처가 무엇인지 알게 된다. 타인을 존중하면서도 내 뜻을 펼칠 수 있는 길은 그렇게 서서히 열린다.
이리저리 실패했을 때의 장점은 더 있다. 언제라도 쓰러질 수 있음을 받아들이게 된다는 점, 자칫 쓰러지더라도 덜 다치는 방향으로 움직이는 요령이 생긴다는 점이다. 스스로의 섣부른 마음과 모자란 실력을 순순히 인정하면 고꾸라져도 웃을 수 있다. 자신을 타박하기보다 상처를 보듬고 다시 일어나는 데 집중할 수 있다. 그러다 보면 어느 날 문득, 자신의 키가 훌쩍 자랐음을 발견하는 것이다. 이야기 내내 자신과 열심히 싸운 《위치스 파이터즈》의 주인공들처럼.
책 속으로
학교에서는 이제 어른이니 어른답게 행동하라고 하고. 그런데 마녀 사회에서는 아직 어엿한 마녀로 인정해 줄 수 없다고 하고. 대학 생활은 술이니 담배니 선배니 동기니 어질어질하기만 하고. 고등학교 때 친구들은 과거를 갈아엎으려는 듯 보라와 점점 멀어지기만 했다. 상황이 이 모양인데 책임. 책임은 언제나 뒤따랐다. 그놈의 어른. 그놈의 책임.
p. 19~20 〈위치스 파이터즈〉
“네가 하는 약물 실험, 내가 만드는 비상 약, 사람들이 사 가서 우리가 돈을 벌게 해 주는 것들이 하늘에서 떨어진 줄 알았어? 우리 사무실로 들어오는 저주 물품들의 재료는 어디에서 왔을까? 저주를 푸는 데 쓰는 재료들은? 마녀란 그런 존재야. 아주 옛날에는 들짐승과 계약했고, 지금은 시궁쥐나 길고양이와도 계약을 하지. 우린 거래를 해. 삶을 주고 죽음을 받아.”
보라는 정신을 차리려고 애썼다.
“이런 게 마녀의 일인가요…?”
떨리는 보라의 목소리에 윤정은 차갑게 못을 박았다.
“싫다면 1년 되는 날 그만둬. 그때까진 너도 나도 벗어날 수 없어.”
p. 29 〈위치스 파이터즈〉
윤세이는 의아했다. 그리고 화가 났다. 자신이 인터넷 커뮤니티 어딘가에서 불링의 대상이 되고 있다는 건 알았다. 그리고 그 원인이 미카엘라와 함께 다니는 유일한 사람이기 때문이라는 것도 알았다. 하지만 왜? 왜 이렇게까지 사람을… 미워하지? 그 사람들은 자신을 보았을지 모르지만 자신은 그 사람들이 누구인지 알지도 못하고, 의미 있는 만남을 가지지도 않았다.
p. 93 〈그 초능력자들의 사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