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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던 테일

발행일
2022/05/30
장르
미스터리
스릴러
작가
서미애 민지형 전혜진 박서련 심너울
분류
픽픽
보도자료
[안전가옥]보도자료_모던 테일.hwp

모던 테일

가장 익숙한 이야기, 가장 새로운 변주

오래 살아남은 것은 힘이 세다. 이야기 중 가장 강한 영향력을 지닌 것으로는 단연 고전 동화를 들 수 있다. 인간성의 한 단면을 분명하게 드러내는 원형 캐릭터, 세계의 작동 방식을 명쾌하게 보여 주는 서사 구조는 시대를 뛰어넘어 널리 읽혀 왔다. 한편, 지금 유행하는 것은 생생하다. 인기 장르의 작품들 속에는 현재 우리의 모습이 또렷하게 새겨져 있다. 현실의 갈등을 반영하고 당대의 열망을 구현하는 이야기에는 자연히 이목이 쏠리게 마련이다.
장르 스토리 프로덕션 안전가옥은 독서 플랫폼 〈밀리의 서재〉와 첫 콜라보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독자들에게 친근함과 새로움을 동시에 선사하고자 했다. 그리하여 옛이야기의 보편성과 장르 문학의 동시대성을 결합한 ‘고전의 재해석’을 연재 작품의 테마로 삼았다. 스릴러, 미스터리, SF, 로맨스 장르에서 독보적인 영역을 구축해 온 다섯 명의 작가진이 〈해와 달이 된 오누이〉, 〈신데렐라〉, 〈숙영낭자전〉, 〈당나귀 가죽〉,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를 어떻게 재탄생시켰는지, 안전가옥 옴니버스 픽션 시리즈 FIC-PICK의 두 번째 책 《모던 테일》에서 확인할 수 있다.

지금 《모던 테일》을 만나보려면?

종이책

목차

서미애 〈떡 하나 주면 안 잡아먹지〉 · 7p
민지형 〈신데렐라 프로젝트〉 · 39p
전혜진 〈수경- 나선 미궁 속의 여자들〉 · 101p
박서련 〈천사는 라이더 자켓을 입는다〉 · 149p
심너울 〈나의 퍼리 대통령님〉 · 189p
작가의 말 · 229p
프로듀서의 말 · 249p

작가 소개

서미애

〈남편을 죽이는 서른 가지 방법〉으로 신춘문예에 당선되면서 데뷔. 연쇄 살인마 유영철과 정남규 사건을 모티브로 한 첫 장편소설 《인형의 정원》은 한국추리작가협회 추리문학대상을 수상했으며 《잘 자요 엄마》는 16개국에서 출간되었다. 〈반가운 살인자〉 등이 드라마, 영화화되었고 단편 〈그녀의 취미 생활〉이 영화화될 예정이다.

민지형

소설, 드라마 극본, 영화 시나리오 등 매체를 가리지 않고 이야기를 쓴다. 풍자와 해학, 블랙 코미디를 즐기는 편. 21세기 한국의 여성과 남성, 그들 사이의 ‘로맨스’에 지대한 관심을 가지고 있다. 장편소설 《나의 미친 페미니스트 여자친구》, 《나의 완벽한 남자친구와 그의 연인》, TV 드라마 〈레버리지: 사기조작단〉 등을 썼다.

전혜진

SF, 추리와 스릴러, 사극 등 장르를 넘나들며 여성과 사회에 관심을 둔 작품을 쓰고 있다. 여성의 역사에 주목한 논픽션 《순정만화에서 SF의 계보를 찾다》, 《여성, 귀신이 되다》, 《우리가 수학을 사랑한 이유》, 장편소설 《280일: 누가 임신을 아름답다 했던가》, SF 단편집 《아틀란티스 소녀》를 발표했으며 다양한 앤솔로지에 참여하였다.

박서련

철원에서 태어났다. 지은 책으로 장편소설 《체공녀 강주룡》, 《마르타의 일》, 《더 셜리 클럽》, 소설집 《호르몬이 그랬어》, 《코믹 헤븐에 어서오세요》, 에세이 《오늘은 예쁜 걸 먹어야겠어요》 등이 있다. 안전가옥과 함께 프로젝트 《V》(가제) 개발 중.

심너울

SF 소설가. 《땡스 갓 잇츠 프라이데이》, 《나는 절대 저렇게 추하게 늙지 말아야지》, 《꿈만 꾸는 게 더 나았어요》, 《우리가 오르지 못할 방주》 등을 출간했다. 아름다운 이야기를 만들겠다는 목표를 가졌다.

줄거리

서미애, 〈떡 하나 주면 안 잡아먹지〉
중학생 상민은 아홉 살 동생 양희와 함께, 퇴근해서 돌아올 엄마를 기다린다. 그러나 엄마는 늦도록 돌아오지 않고 전화를 받지도 않는다. 상민이 전화를 걸었음을 알게 된 상민의 아빠는 아내의 차 트렁크에 아내를 넣은 채 3년 만에 아이들을 만나러 나선다. 양희와 저녁 식사 준비를 하던 상민은 초인종 소리를 듣고, 엄마는 벨을 울리는 대신 도어 록의 번호 키를 누른다는 사실을 떠올린다. “누가 벨 누르면 꼭 확인하고 문 열어.” 엄마는 며칠 전 근심 어린 표정으로 그렇게 말했다. 상민은 아빠와 마주하자마자 그 말의 의미를 깨닫게 된다.
민지형, 〈신데렐라 프로젝트〉
대기업의 인사 본부 팀장 성훈은 공채 최종 심사를 받고자 인턴으로 들어온 여섯 명을 관리하게 되는데, 그중 한 명이 전무의 딸이라는 소식을 듣는다. 성훈의 동기들은 신분 상승의 기회라며 전무의 딸이 누구인지 알아내려 애쓰는 한편 후보자로 주목받는 두 인턴의 환심을 사려 적극적으로 나선다. 성훈은 그들의 속물적인 태도를 내심 비난하면서도, 일찌감치 전무의 딸 후보에서 제외된 자신의 팀 소속 인턴 리라가 애교 없이 사무적인 태도로 일관하는 것을 못마땅하게 여긴다. 리라와의 기 싸움에서 지지 않으리라 결심했던 성훈은 어느 날 리라가 보인 뜻밖의 모습을 발견하고 당혹감에 휩싸인다.
전혜진, 〈수경- 나선 미궁 속의 여자들〉
미국에서 대학원 생활을 하다 만난 현중과 결혼한 수경은 쌍둥이를 임신한다. 팬데믹 때문에 강사 일을 할 수도, 산부인과 진료를 받기도 어려워진 수경에게 현중은 한국에 먼저 들어가 몸을 돌보라고 권한다. 남편과 떨어져 홀로 시가에 머물게 된 수경은 수차례 기이한 꿈을 꾼다. 한복을 입은 숙영이라는 여성이 외간 남자와 어울렸다는 모함에 고통스러워하는 모습을 보고, 자신을 천상의 선녀라고 부르는 남편을 만난다. 현중과의 추억이 담긴 물건들이 갑자기 사라지는 점도 이상하기는 마찬가지다. 잃어버린 것들을 찾아 넓은 시가 안을 헤매던 수경은 꿈과 현실이 겹쳐지는 상황을 맞닥뜨린다.
박서련, 〈천사는 라이더 자켓을 입는다〉
서로 별 공통점이 없는 장년 남성들의 갑작스러운 죽음이 잇달아 뉴스에 보도된다. 이에 경찰은 어패럴 사업체를 이끌고 있는 나연을 찾는다. 당초 경찰은 사건 탓에 아버지를 잃은 친구를 둔 나연을 위로하며 정중히 수사 협조를 요청했지만, 시간이 갈수록 나연에게 차가운 태도를 보인다. 사망 사건이 발생한 장소 근처에서 비슷한 시각에 나연이 여러 번 모습을 보였다는 것이다. 나연의 회사 직원인 재희는 경찰의 의심을 비웃는데, 나연은 살인과는 거리가 대단히 먼 사람이라서다. 재벌가 막내딸이 되기 이전의 나연을 아는 재희는 그렇게 확신한다.
심너울, 〈나의 퍼리 대통령님〉
한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익명의 인물이 15년 전 미국 유학생이었던 대통령의 사진과 영상을 공개한다. 그 안에 담긴 대통령은 당나귀 귀를 단 채 춤추고 있었다. 게시자에 따르면 대통령은 의인화된 동물 캐릭터에게 욕망을 느끼는 ‘퍼리’이며, 당시 미국에서 유행한 신체 개조 수술을 받아 당나귀 귀를 달았다고 한다. 깨끗한 이미지로 지지를 얻었던 대통령의 추문은 순식간에 전국으로 퍼져 나간다. 대통령을 배출한 대한쇄신당 국회의원의 보좌관인 한결은 독특한 이력 덕분에 고위직 인사로부터 문제의 소문을 비밀리에 처리해 달라는 의뢰를 받는다. 그는 소문이 사실일지 모른다고 의심하는 동업자와 함께 신분을 감춘 게시자를 찾아 나선다.

낯설지도 진부하지도 않은 옛이야기

너무 낯설면 접근하기 꺼려진다. 지나치게 진부하면 흥미가 생기지 않는다. 《모던 테일》은 옛이야기를 각색한다는 테마를 설정해 두 개의 함정을 한꺼번에 피해 간다. 기획에 동참한 작가들은 국내외의 동화와 고전소설에서 현대사회와의 교집합을 발견해 새로운 방향의 상상력을 펼쳐 나간다.
국내 미스터리 스릴러 장르의 대표자 격인 서미애 작가는 호랑이가 아이들을 위협하는 〈해와 달이 된 오누이〉에서 가정 폭력에 대한 은유를 읽어 낸다. 《나의 미친 페미니스트 여자친구》 등으로 이 시대의 연애를 정확하게 포착해 온 민지형 작가는 〈신데렐라〉를 바탕으로 연애 감정 안에 도사린 속물주의를 폭로한다. 만화, 소설, 논픽션을 넘나들며 여성과 사회에 천착한 전혜진 작가가 보기에 〈숙영낭자전〉은 오늘날에도 인기를 끄는, 여성 잔혹사의 스웩이 가득한 막장 드라마와 너무도 닮았다. 한겨레문학상과 젊은작가상을 수상하며 주목받는 신예로 떠오른 박서련 작가는 신분을 감춰야 했던 공주를 그린 동화 〈당나귀 가죽〉을 본모습을 마음껏 펼치지 못하는 여성들과 연결한다. SF어워드 중단편부문 대상 수상자인 심너울 작가는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를 빌려 정치를 입에 담는 순간 편협해지는 사람들을 적나라하게 그린다.

‘답이 없는’ 시대의 해답을 구하는 미스터리

《모던 테일》의 수록작을 관통하는 장르는 미스터리다. 〈떡 하나 주면 안 잡아먹지〉의 아빠가 엄마와 아이들에게 바라는 것이 무엇인지, 〈신데렐라 프로젝트〉 속에서 직원들이 그토록 궁금해하는 전무님 딸은 누구인지, 〈수경- 나선 미궁 속의 여자들〉에서 수경을 견제하는 희원과 일견 수경을 돕는 예희의 진짜 속내는 무엇인지, 〈천사는 라이더 자켓을 입는다〉 속 장년 남성 사망 사건은 정말 ‘연쇄 살인’ 사건인지, 〈나의 퍼리 대통령님〉에 등장하는 대통령의 추문을 퍼뜨린 자는 누구이며 추문의 내용은 진실인지 알아내려면 작품을 끝까지 읽어 나가야 한다.
수록작들이 조명하는 건을 비롯한 사회 문제는 쉽게 해결되지 않는다. 각 작품의 모티브가 된 작품들이 쓰였던 때에 비해 세상은 더 복잡해지고 거대해졌다. 수많은 난제에 일상적으로 둘러싸인 우리는 버릇처럼 ‘답이 없다’고 생각한다. 문제를 바라보는 색다른 시각, 갈등을 풀어 나갈 실마리가 간절한 시대다. 만만치 않은 수수께끼의 해답을 모색하는 이야기에 요즘 사람들이 이끌리는 까닭은 바로 이 지점에 있는지도 모른다.

책 속으로

“아빠가 엄마 잡아먹었어?”
“뭐?”
“〈해님 달님〉. 호랑이가 엄마 잡아먹잖아. 그리고 아이들도 잡아먹으려고 집에 왔어.”
등골이 서늘했다. 절대 아니라고, 마지막까지 고개를 저으며 부정하고 싶은 일을 양희는 아무렇지 않게 입에 올렸다.
p. 24 | 서미애, <떡 하나 주면 안 잡아먹지>
권욱: 원래 힘들 때 잘해 주면 그게 그렇게 고맙고 기억에 남는다매. 근데 금수저들 인생에 언제 힘든 시기가 있겠냐…. 이번이 유일한 찬스다…! 졸라 꼬셔 보자!
현성: 아 뭐야. 이권욱 너 여친 있잖아.
권욱: 지금 여친이 문제냐??? 와이프가 있어도 사내라면 도전해야지!!
준태: ㅋㅋㅋㅋ 인정. 아, 나 진짜 꼭 간택받고 싶다.
권욱: 그치 간택 맞지. 하 이거 완전 역신데렐라네.
현성: 왜 역이야? 이제 남녀평등 시대인 거 몰라? 남자도 신데렐라 될 수 있어!
p. 51 | 민지형, <신데렐라 프로젝트>
- 제가 만약 불의한 일을 하였다면 이 옥비녀가 가슴에 꽂힐 것이요, 억울한 누명을 썼다면 이 옥비녀가 섬돌에 박힐 것이옵니다!
숙영 낭자는 억울한 일을 당하고도 세상에 하소연할 데가 없어, 하늘에 굽어살피시라 애원했다.
하지만 수경은, 그렇게 울부짖고 넘어갈 수만은 없었다. 힘들게 받은 학위가, 배 속의 아이들이, 모두 살아야 한다고 수경의 등을 떠미는 것 같았다.
p. 146~147 | 전혜진, 〈수경- 나선 미궁 속의 여자들〉
닮은 부분이 없는 유명인 남성들이 심근경색으로 숨지는 사건이 발생하고 있다, 그리고 그중 몇 건과 관련해서는 고인의 사망 시각과 비슷한 시간대, 고인과 가까운 위치에 채나연 이사가 있었던 것으로 확인되었다…. 경찰은 채나연 이사가 주변에 있었기 때문에 그들이 죽은 것이 아닌가 의심하고 있다. 생각이 여기에 이르자 어이가 없어서 웃음이 나려고 했다.
p. 171 | 박서련, 〈천사는 라이더 자켓을 입는다〉
문제는 박사 과정을 밟고 있던 우리 대통령이 퍼리였고 신체 개조 마니아였다는 거다.
절대 대통령은 훌륭한 학생 따위가 아니었다. 어딜 개조했는지 확실하게 기억은 안 나는데, 하나만은 분명하다. 귀를 당나귀 귀로 바꿔 달고 다녔거든. 뾰족한 귀를 달고 사진도 찍고 퍼리 파티에 다녔는데, 지금은 대통령이 됐네.
그 귀는 뗐는지 숨기고 다니는지 알 수가 없다.
밑에 사진이랑 영상 있다. 참고로 역겹게 느껴질 수도 있으니 스크롤 내리기 전에 주의해라.
p. 192 | 심너울, 〈나의 퍼리 대통령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