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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까운 세계와 먼 우리

발행일
2022/12/29
장르
SF
판타지
모험/어드벤처
액션
드라마
작가
, , 임태운
분류
픽픽
보도자료
[안전가옥] 픽픽05_가까운 세계와 먼 우리_보도자료.pdf

가까운 세계와 먼 우리

가상 세계 속 인간에 대한 경쾌하고 묵직한 예언

우리는 멀어졌다. 원격 수업과 재택근무에 익숙해지면서 직접 얼굴을 보고 목소리를 듣는 일이 줄었다. 비대면 트렌드가 느슨해진 지금도 마스크 너머로 소통해야 한다는 점은 여전하다. 사람들 사이에 거리가 생기자 가상현실이 가까워졌다. 가상 캠퍼스에서 대학 입학식을 진행하는 사례가 등장했고, 콘서트·패션쇼·채용 박람회 등이 메타버스에서 이루어졌다. 가상 공간에서 할 수 있는 현실의 활동은 점차 늘어나는 추세다.
안전가옥 옴니버스 픽션 시리즈 FIC-PICK의 네 번째 책 《가까운 세계와 먼 우리》는 멀어진 우리를 연결함으로써 점점 가까워지는 세계, 메타버스를 다룬다. 국내 SF 소설계를 멋지게 이끌어 나가고 있는 이경희, 전삼혜, 임태운 작가가 현실과 닮았으면서도 분명한 차이점을 보이는 가상 세계의 모습을 웰메이드 게임처럼 경쾌하면서도 깊이 있게 그려 냈다.
평생을 메타버스에서만 살아온 세대가 갖는 의문을 통해 현실과 가상의 의미를 묻는 〈멀티 레이어〉, NFT 시장을 무대로 디지털 작품의 소유권을 되찾기 위해 10년 만에 뭉친 대학 동창생들을 그린 〈구여친 연대〉, 메타버스 내에서 암약하는 범죄 조직에 잠입한 비밀 요원의 활약상을 담은 〈바람과 함께 로그아웃〉 등 세 작품이 수록되어 있다.

지금 《가까운 세계와 먼 우리》을 만나보려면?

종이책

목차

이경희 〈멀티 레이어〉 · 7
전삼혜 〈구여친 연대〉 · 115
임태운 〈바람과 함께 로그아웃〉 · 201
작가의 말 · 309
프로듀서의 말 · 317

작가 소개

이경희

SF 작가. 죽음과 외로움, 서열과 권력에 대해 주로 이야기한다. 저서로는 《테세우스의 배》, 《그날, 그곳에서》, 《모래도시 속 인형들》, 《모두를 파괴할 힘》, 논픽션 《SF, 이 좋은 걸 이제 알았다니》 등이 있다.

전삼혜

주로 청소년 SF와 어반 판타지를 쓴다. 언젠가는 ‘센’ 글을 쓰고 싶다는 장래 희망이 있다. 안전가옥에서 《위치스 딜리버리》를 냈고, SF어워드 2020에서 〈고래고래 통신〉으로 중단편 부문 우수상을 수상했다. 그 외에도 2010년부터 계속 이런저런 글을 써 오고 있다.

임태운

어쩌면 우리 세계가 매트릭스일지 모른다는 흥분감으로 SF를 쓰기 시작했으며 여전히 빨간 약과 파란 약 사이에서 갈팡질팡하는 중이다. 특이점이 오기 전 최대한 많은 소설을 써 두어야 한다는 집념으로 매일 연료인 카페인을 들이마시는 편이다. 제1회 덱스터 스튜디오 SF 시나리오 공모 대전에서 대상을 수상했으며 장편소설 《태릉좀비촌》, 《화이트블러드》를 펴냈고 단편집 《종말 하나만 막고 올게》를 출간했다.

줄거리

이경희, 〈멀티 레이어〉
메타버스 〈세컨드 서울〉에서 생활 중인 정민은 시스템 개발 초기부터 테스터로 참여했던 유저로, 고일 대로 고인 나머지 ‘썩은 물’로 불릴 정도다. 코인만 지불하면 어떤 공략법이든 찾아 주는 것으로 정평이 나 있다. 프로그래밍 명령어인 ‘인클루드’를 이름으로 쓰고 있는 조잡한 그래픽의 5등신 소녀는 정민에게 찾아가 누군가를 고객 센터인 ‘푸른 집’으로 데려가 달라고 의뢰한다. 진입 루트가 모두 막힌 푸른 집으로 향하려는 의뢰인은 정민이 푸른 집으로 결코 데려가고 싶어 하지 않는 인물이자, 누구보다도 푸른 집으로 향하고 싶어 하는 인물이었다.
전삼혜, 〈구여친 연대〉
소리, 미현, 유리, 경윤은 대학 시절 곧잘 어울려 다니던 선후배 사이다. 모두 김현준의 구여친이라는 공통점이 있어 가까워졌다. 졸업 후 약 10년이 지난 뒤, 외국으로 떠난 소리를 제외한 세 사람은 메타버스에서 전시 중인 한 작품을 매개로 다시 모인다. 다양한 손 사진을 모아서 만든 콜라주 작품 안에 미현의 사진이 본인 허락도 없이 들어가 있었던 까닭이다. 사진의 원본을 가지고 있었을 현준과 작품의 작가인 OWL 사이에 연결 고리가 있으리라 의심하게 된 구여친 연대는 사건의 진상을 직접 밝히기로 한다.
임태운, 〈바람과 함께 로그아웃〉
‘메타 월드’ 내에서 아바타를 납치하는 조직의 일원으로 활동 중인 ‘도깨비’의 무기는 황금 벼락을 불러내는 굵다란 방망이다. 강력한 레어 아이템은 대개 투기장에서 얻게 되지만, 도깨비의 방망이는 메타 월드의 명운을 건 은밀한 거래의 산물이다. 메타 월드 본사의 통합 AI가 유저 전체의 87%가 사라질 대규모 테러를 예고하고 실행 주체를 지목하자, 본사는 일련의 테스트를 거쳐 해당 범죄 조직에 잠입할 요원으로 도깨비를 선발하고 방망이를 지급한 것이다. 그는 메타 월드 본사와 범죄 조직 양쪽의 지령을 받으며 조직의 보스와 그의 핵심 목적을 추적해 간다.

알고 보면 가까운 세상, 메타버스

‘메타버스’라고 하면 우선 떠오르는 광경은 ‘제페토’나 온라인 RPG 게임 배경과 같은 3D 공간 안에서 아바타들이 현실 세계에서와 비슷한 상호작용을 하는 모습이다. 한 연구 단체의 폭넓은 정의에 따르면 실제 세계를 가상 세계와 연결하는 시도 전반을 메타버스라 부를 수도 있다. 가령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동화책 속 그림의 움직임을 볼 수 있는 등의 ‘증강현실’, 스마트워치를 통해 운동 내용을 데이터로 전환하는 등의 ‘일상 기록’, 실제 세계에 정보를 덧붙여 반영하는 포털 사이트 지도 서비스 등의 ‘거울 세계’가 모두 메타버스에 해당한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메타버스는 생각보다 더 우리의 생활 속에 깊이 자리 잡고 있는 셈이다.
《가까운 세계와 먼 우리》는 표현에 제약이 없는 소설이라는 매체의 특징을 십분 활용해 현재의 메타버스가 내포하고 있는 가능성, 미래의 메타버스가 나아갈 수 있는 방향성을 탐색한다. 〈구여친 연대〉는 작품의 소유권 보유 증서에 해당하는 NFT를 소재로, 메타버스에서 나도 모르게 전시되고 있는 내 신체 일부에 대한 권리를 되찾으려는 시도를 그린다. 〈바람과 함께 로그아웃〉은 상당수의 사람이 현실 세계에서 얻기 힘든 쾌락을 메타버스에서 얻고 있는 세상을, 〈멀티 레이어〉는 해수에 잠겨 버린 실제 서울 대신에 가상 세계 속 서울에서 살아갈 수밖에 없는 사람들을 담아낸다.

표현에 제약이 없는 소설로 만나는 화려한 가상현실

작품집에서 가장 눈에 띄는 부분은 단연 메타버스에 대한 묘사다. 〈멀티 레이어〉의 ‘세컨드 서울’ 속 레이어들은 무협, 사이버펑크, 슈퍼히어로 등의 장르 규칙을 따르기도 하고 중생대, 조선시대, 1988년 서울 올림픽 개최 당시 등 특정 시대를 재현하기도 한다. 주인공이 다른 레이어로 이동할 때마다 바뀌는 그래픽과 그 안에서만 적용되는 규칙에 대한 묘사는 화려한 퍼레이드를 방불케 할 만큼 매력적이다.
〈바람과 함께 로그아웃〉의 ‘메타 월드’ 안에서 활약하는 인물들은 저마다 보유하고 있는 고유 무기와 스킬로 힘 있는 액션을 선보인다. 도끼와 방망이, 충격파와 순간 이동이 아무렇지 않게 어우러지는 전투 장면은 글로 보는 이능력 배틀의 진수라 해도 좋을 만큼 호쾌하다.
〈구여친 연대〉에 등장하는 메타버스 ‘와이낫’ 내부의 전시장은 아마추어 작가들에게는 특히 꿈 같은 공간이다. 저렴한 비용으로 큰 작품을 마음껏 전시할 수 있다는 점에서 작가에게, 작품을 축소 또는 확대하고 특정 부분을 상세히 들여다보거나 감상 메시지를 남길 수 있다는 점에서 관람객에게 두루 긍정적인 반응을 이끌어 낸다.

책 속으로

인클루드가 또 한 번 레이어를 전환했다. 똑같은 장소, 똑같은 지형이었지만 그래픽이 달랐다. 눈앞의 풍경에 수묵화 스타일의 필터가 씌워졌다. 여긴 ‘육룡강호’군. 정민은 펄럭이는 옷자락을 가볍게 매만지고는 인클루드를 안아 들고 경공(輕功)을 사용해 도약했다. 이곳은 무협의 규칙이 적용되는 레이어였다.
p. 40 | 이경희, <멀티 레이어>
그 손의 주인은 대학교 사진 동아리 ‘컬러풀’의 선배이자 자신을 김현준의 마수에서 구해 준 소리 언니였다. 미현은 피식 웃었다. 소리 언니와 연락이 끊긴 지도 한참이었다. 둘 다 구여친 됐을 때 한강 가서 소주 오지게 깠는데. 그리고 그 새끼가 여자 사귈 때마다 같은 반지, 같은 데이트 코스, 같은 선물 스텝 밟는 거 안주 삼으면서 뒷담도 오지게 깠지.
p. 118 | 전삼혜, <구여친 연대>
“저 두더지들은 전부 자발적으로 여기 온 것들이야. 나는 한 번도 강요한 적 없다. 쟤네 나라에선 미성년자에게 고글을 대여해 주고 커미션을 떼 가는 게 일종의 국가 산업이라고. 정 마음에 걸리면 네가 코인을 뿌려서 집으로 돌려보내 봐. 그럼 쟤네가 얼씨구나 즐거워하며 해방될 수 있을까? 한 달도 못 돼서 다시 두더지 탈을 쓰게 해 달라고 빌걸. 어디서 꼴같잖은 짓거리를 하고 있어. 유니세프세요?”
p. 233 | 임태운, 〈바람과 함께 로그아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