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빌런

발행일
2022/08/17
장르
SF
스릴러
추리/미스터리
액션
작가
최구실, 김상원, 김달리, 엄성용, 김구일
분류
앤솔로지
보도자료
[안전가옥]보도자료_빌런.pdf

빌런

기꺼이 악당을 비추는 스포트라이트

《빌런》은 〈택시 운전사〉와 〈고지전〉 등을 연출한 장훈 감독이 심사에 참여한, 메가박스중앙(주)플러스엠×안전가옥의 네 번째 공모전 수상작 모음집이다. 흑과 백을 정확히 나누기 어려운 복잡한 시대를 표현해 낼, 악당이지만 미워할 수 없는 캐릭터를 찾고자 했다. 239편에 이르는 응모작들 가운데 빌런의 탄생 배경과 행동 동기, 중심 사건 등이 가장 매력적인 작품을 선정하였다.
서정적인 워맨스 코드와 선명한 대립 구도를 매개로 ‘고통스러운 기억은 삭제해도 좋은가?’라는 질문을 밀도 높게 그린 SF 〈샐리가 샐리를 만났을 때〉, 메타버스와 현실 세계가 함께 얽힌 사망 사건을 통해 가상 공간이 품을 수 있는 반전을 설득력 있게 담아낸 수사물 〈수정궁의 유령〉, 팬덤 내부에 낯선 자가 나타나면서 생기는 갈등을 파헤치는 가운데 사랑과 증오가 맞닿는 지점으로 향하는 미스터리 〈우세계는 희망〉, 예측을 불허하는 전개로 닭에 대한 통념을 이용하고 비틀면서 인간의 오만과 편견을 겨냥하는 SF 블랙코미디 〈치킨 게임〉, 동물을 노리개로 이용하고 버린 인간을 단죄하려는 이능력자가 빌런으로 각성하기까지의 과정을 강렬한 이미지로 묘사한 스릴러 〈송곳니〉 등 다섯 편이 수록되어 있다.

지금 《빌런》을 만나보려면?

종이책

목차

서문 · 4
최구실 〈샐리가 샐리를 만났을 때(WHEN SALLY MET SALLY)〉 · 6 김상원 〈수정궁의 유령〉 · 58 김달리 〈우세계는 희망〉 · 112 엄성용 〈치킨 게임〉 · 164 김구일 〈송곳니〉 · 208
작가 후기 · 270

작품/작가 소개

〈샐리가 샐리를 만났을 때(WHEN SALLY MET SALLY)〉

사람이 ‘비물리적’ 기억에 지배되고 그 기억이 트라우마를 남긴다는 말, 난 동의하지 않습니다. 물리학이 정보 기술의 발달을 주도했듯이 뇌 과학의 발달에도 ‘물리적’ 요소가 큰 영향을 미칠 수 있지 않을까, 사람의 뇌를 하드웨어로 치환한다면 기억은 하드웨어 내부의 정보처럼 ‘물리적’으로 머무르는 게 아닐까. 그런 아이디어에서 착안한 연구였어요. p. 18 〈샐리가 샐리를 만났을 때(WHEN SALLY MET SALLY)〉
줄거리 왼쪽 삼각형을 클릭해서 더 보기
최구실 작가 소개

〈수정궁의 유령〉

저 역시 인간을 우습게 봤어요. 피차 실수를 했군요, 비슷한 수준에서요. 하지만 앞으로는 수준 차이가 점점 벌어질 거예요. 이제는 우리 가상 인간들 스스로가 수정궁의 해상도를 높여 가고 있어요. 당신들 본체의 쾌감을 높이기 위해서가 아니라 우리 아바타들의 동맹을 위해서죠. p. 100 〈수정궁의 유령〉
줄거리
김상원 작가 소개

〈우세계는 희망〉

사랑과 복수의 피 맛은 달콤했으려나. 상상해 보니 대단히 미친 년이었다. 취기가 살짝 올라 나는 문득 김마리가 보고 싶다는 생각까지 들었다. 그녀가 소름 끼치게 싫었지만 동시에 어떤 속마음을 가졌는지 속속들이 파헤쳐 보고 싶었다. 그녀 마음속에 어떤 형태의 괴물이 자리 잡고 있는지 궁금했다. p. 144 〈우세계는 희망〉
줄거리
김달리 작가 소개

〈치킨 게임〉

하. 이봐요. 닭이라고? 놀리지 마세요. 이 상황에 무슨 농담입니까? 누군지는 모르지만, 일단 살아남은 건 우리뿐이니까…. 알고 있을지 모르겠으나 우리를 제외한 다른 대원들은 죽었습니다. 냉동 수면 장치 고장으로요. 그러니 철저히 계획을 짜서 타이탄에 도착할 때까지 버텨야 합니다. 그, 음, 만일 닭이라는 단어가 하나의 코드라면 제가 이해를 못 했으니 풀어서 설명해 주세요. p. 189~190 〈치킨 게임〉
줄거리
엄성용 작가 소개

〈송곳니〉

그들의 모습은 한결같았다. 구린내가 가득한 투견장에서 지폐를 들고 고성을 내지를 뿐이었다. 누가 깡패이고 누가 노숙자이며 누가 상류층 인사인지 헷갈렸다. 투견장을 채운 사람들의 공통점은 한 생명의 죽음은 안중에도 없는, 오직 승부에만 관심을 둔, 송곳니에 재산을 건, 인간 이하의 광기였다. p. 243 〈송곳니〉
줄거리
김구일 작가 소개

미워할 수 없는 악당

악당을 뜻하는 영어 단어 ‘빌런(Villain)’의 어원은 중세 라틴어의 ‘빌라누스(Villanus)’다. 시골 농장(Villa)에서 일하는 농부를 가리켰던 이 단어는 농부들이 귀족에게 핍박과 차별을 받은 끝에 폭동을 일으키면서 현재의 의미로 쓰이게 되었다. 귀족들의 눈에는 농기구를 휘두르는 농부들이 무뢰배로 비쳤을 것이다. 반면 다른 서민들에게는 용감한 투사로 보였을 터다.
‘빌런’ 공모전으로 찾고자 한 빌런 또한 그러한 캐릭터다. 서늘한 얼굴로 악행을 저지르는데도 어쩐지 미워할 수 없는 존재에 초점을 두었다. 그리하여 《빌런》은 악당이 어떤 사연을 안고 있는지, 그가 무엇을 수호하고 파괴하는지, 그를 지켜보는 이들이 어떤 면모를 응원하거나 비난하는지 추적하면서 우리 사회와 내면을 들여다볼 수 있는 작품집이 되었다.

한계의 모순을 부수는 악행

《빌런》의 주인공들을 움직이는 스위치는 시대의 부조리와 인간의 딜레마다. 〈샐리가 샐리를 만났을 때(WHEN SALLY MET SALLY)〉에서는 모든 것을 기억하는 자와 원하는 기억만을 갖는 자가 각자의 행복론을 내세워 첨예하게 대립하는데, 그 사이로 고통을 말끔히 지우지도 고스란히 안지도 못하는 보통의 삶이 비친다. 두 사람의 대치 국면은 특정한 과학기술을 만인에게 적용하는 일의 위험성에 대해서도 고민하게 한다. 〈수정궁의 유령〉의 빌런은 가상 세계가 그저 ‘가상’에 머무르지 않는다고 말한다. 현실에서 풀 수 없는 욕망을 가상 공간에 쏟아 낸다면, 엄연히 현실 속에 존재하는 그 공간은 무분별한 발산에 대한 청구서를 내밀 것이다.
〈우세계는 희망〉 속 빌런은 스타 시스템이 증폭시키는 환희와 좌절의 한복판에 있다. 아름다움을 향한 그의 열망은 영원한 아름다움이란 없고 타인을 소유하기란 불가능하다는 보편적인 비극에 저항하면서 극한으로 치닫는다. 〈치킨 게임〉의 기상천외한 빌런은 지성체가 지닌 오만과 편견의 어리석음을 통렬하게 비판한다. 그는 뒤통수가 얼얼해지는 반전을 기획해, 자신의 우월성을 확고하게 믿는 한 눈앞의 상황조차 제대로 볼 수 없다는 메시지를 또렷하게 전한다. 〈송곳니〉의 주인공 또한 인간의 오만을 좌시하지 않는다. 쾌락을 위해 인간 외 존재를 쉽게 이용하고 버리는 인간의 모습을 너무도 잘 알기에 그는 선뜻 성악설에 한 표를 던진다.

해피엔딩의 반대편을 향한 질주

빌런에게는 지키고자 하는 가치가 있다. 히어로 또한 신념을 위해 움직이지만, 빌런은 다른 존재의 희생을 거리낌 없이 요구한다는 점에서 히어로와 구별된다. 〈송곳니〉에서 수기는 “개는 사람을 위해 죽는데 사람은 개를 위해 죽으면 안 돼?”라고 묻는다. 타인에게 인정받기 어려운 방법론이다. 그러나 빌런에게 인정 따위는 중요치 않다. 어쩌면 악당이야말로 얻고자 한다면 잃어야 한다는 세계의 법칙을 누구보다 깊게 수긍하는 자일지도 모른다.
빌런의 이야기에 해피 엔딩이란 없다. 그는 성공함으로써 한 세계를 파멸시키거나, 실패함으로써 보편 윤리에 맞선 대가를 치른다. 그럼에도 원하는 바를 향해 돌진하는 그들을 지켜보고 있노라면 저 옛날 빌런이 된 농부를 응원한 이들이 품었을 은밀한 통쾌함이 느껴진다. 이야기의 장르가 스릴러나 호러가 되어도 겁먹기는커녕 서사를 시원스레 주도해 나가는 악당들이, 이 책 《빌런》에 모여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