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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6월, 숨

참석자
테오
썸머
* 2019년 6월 ‘안전가옥 콘텐츠 스터디’에 참여한 안전가옥 운영멤버 Sol(고은비)이 스터디에서 오고 간 이야기를 정리했습니다.

이번 달에 함께 본 콘텐츠, <숨 exhalation>

2016년에 개봉한 영화 <컨택트> 보셨나요? 영화의 원작 소설 <네 인생의 이야기>가 수록된 테드 창의 단편집 《당신 인생의 이야기》는 최고의 SF에 수여되는 모든 상을 석권하며 전 세계 21개 언어로 번역 출간되기도 했습니다.
안전가옥 운영멤버 중에는 테드 창의 소설을 읽어 본 사람도, 영화만 본 사람도, 소설과 영화 모두 좋아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각자의 경험이 다르다 보니 ‘테드 창 소설이 정말 끝내준대!’라는 이야기가 나올 때마다 서로 의견이 갈리고는 했어요.
그런데, 바로 그 테드 창이 17년 만에 두 번째 단편집을 펴냈다고 합니다. 그렇다면 당연히 읽어봐야지 않겠어요? 이번 기회에 테드 창 소설에 대해 제대로 논해보자 싶어 <숨>을 이 달의 스터디 콘텐츠로 결정했습니다.

책 <숨>

키워드 #SF #단편집
줄거리 작가의 두 번째 단편집입니다. 로커스상, 휴고상, 영국과학소설협회상을 수상한 표제작 <숨>을 비롯해 총 9편의 중·단편이 수록되어 있습니다. “새로운 기술이 인간 사회에 도래했을 때 그것은 인간과 사회를 어떻게 변화시킬까? 세상을 바라보는 인간의 태도는 어떻게 변화하고, 그 결과 인간은 어디를 향해 나아가게 될까?” 작가는 누구도 흉내 낼 수 없는 상상력을 통해 인류 역사상 가장 오래된 질문들을 다시 한 번 던지고 있습니다.

작가 <테드 창 Ted Chiang>

[출처 : wikipedia]
작가. 1967년생 중국계 미국인. 소설을 쓰지 않을 때는 소프트웨어 개발 자료, 서적 등을 쓰는 테크니컬 라이터로 일합니다. 1990년에 단편 <바빌론의 탑>을 발표함과 동시에 네뷸러상 단편부문을 역대 최연소로, 그리고 데뷔작으로 수상하는 기록을 남겼습니다. 이후 스터전상, 로커스상, 휴고상 등 학계에서 권위를 인정받은 웬만한 SF 문학상은 전부 휩쓸었습니다.

안전가옥 운영멤버가 본 <숨>

이래서 좋았다

“하드SF에 대한 편견과 달리, 모든 걸 이해하지 않아도 충분히 재밌었어요.”
예전에 누가 그랬어요. 테드 창의 소설은 참 좋은데 어렵고, 수식 같은 것들이 등장하는 하드SF라고요. 그런데 이렇게 재밌다는 말은 왜 안 해줬던 걸까요? 솔직히 모든 설정을 다 이해할 수도 없었고, 할 필요도 없다고 생각해요. 설정보다 메시지가 더 감동적인 이야기거든요. 애초에 설정이 어느 정도 메시지를 품은 상태로 설계되어있고, 그 속에서 탐험/경험/발견하는 개인이 깨달음을 얻는 방식으로 이야기가 흘러가요.​
읽는 사람들은 큰 설정만 이해하면 되는 것 같습니다. 세부적인 설정이 이야기 전개에 치명적이진 않으니까요. 다만, 작가가 이야기적인 재미에 집중하기보다는 SF적 설정이나 이야기를 메시지 전달을 위한 수단으로 사용하고 있는 것 같다고 느꼈습니다. 표제작인 <숨>이 특히 그랬고요. 그렇기 때문에 메시지에 대한 공감 여부가 감상에 큰 영향을 줄 것 같아요.
썸머 저도 오히려 <숨>보다 책의 가장 첫 작품인 <상인과 연금술사의 문>을 재밌게 읽었어요. 아라비안나이트에 시간 여행, 타임머신을 끼얹은 이야기잖아요. 크게 어렵지 않아서 책을 끝까지 완주할 용기를 주는 이야기였달까요? 이런 의도로 편집자가 가장 친절한 이 단편을 가장 앞에 배치한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었어요. 사실 그 뒤로 나오는 이야기들에서는 비교적 불친절한 느낌을 받았거든요.

이래서 색달랐다

“SF적인 경이감이 이런 거구나 싶었습니다.”
현대 과학 소설이 갖추어야 할 모든 것들을 완전하게 갖추고 있지 않나 싶어요. 기술 트렌드상 일어날 법한 일들을 한 발 더 나아가 과감하게 그려내고, 그 안의 사람들을 구체적으로 묘사해요. 이런 모습을 관조하는 독자들은 ‘아득한 경험’을 하게 되죠. 꽉꽉 눌러 담은 경이감에 숨이 막힐 지경이었어요. 표제작인 <숨>이나 <사실적 진실, 감정적 진실>을 읽을 때 특히 그랬고요.
저도 비슷한 감상이었어요. 읽으면서 ‘이런 게 예술인가?’ 싶었거든요. 예술이 경이로운 건 ‘나는 절대 못 할 무언가가 내 눈앞에 실존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하는데요, 저에겐 테드 창의 이야기가 그랬어요. 잘 짜인 설정과 거기에 탁 맞물려 들어가는 짧은 이야기들이 아주 인상적이었어요.
제가 SF의 경이감 그 자체를 즐기는 취향은 아닌가 봅니다. 제 취향은 켄 리우 작가의 <종이 동물원>에 가까운 것 같습니다. 한국에서도 SF는 주로 소수자의 이야기를 하는 수단으로 많이 쓰이고 있고, 저는 이런 이야기들을 더 선호하는 편이에요.

이래서 아쉬웠다

“이런 이야기가 좋은 SF라고들 하니까, 그렇다면 좋은 SF가 무엇인지 되묻게 되더라고요.”
테오 17년 만의 신작인 만큼 기대가 컸는데, 기대만큼은 못되었던 것 같습니다. 특히 표제작 <숨>의 경우 뇌 해부 장면과 공기에 대한 발상은 좋았지만 ‘테드 창의 이름을 가린다면 이 작품이 높은 평가를 받을 수 있을까’라는 의구심이 들었습니다.
권위에 대해 질문하게 되는 이유기도 합니다. 테드 창은 온갖 상이란 상은 다 받았죠. 한국은 베르나르 베르베르가 SF 서가를 점령하는 곳인데, 지금은 그런 테드 창에 열광하고 있습니다. 제 기준에 둘은 아주 결이 다른 작가인데도 불구하고요. 작품을 개발하는 스토리 PD로서 많은 질문을 떠올리게 됩니다. 어떤 SF가 사람들에게 사랑받을 수 있는 SF인가 하고요.
안전가옥 콘텐츠 스터디
_2019년 6월 참여 운영멤버 : 뤽, 신, 테오, 쏠, 썸머, 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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