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판금에겐 신참 교도관 따위보다 더 중차대한 일이 있었다. 일명 KP, ‘코리안 프리즌 라면’이라 불리는 징역 찌개를 선보이는 날이기 때문이었다. 징역 찌개는 오직 감옥 안에서만 맛볼 수 있는 별미였다.
판금은 준비한 재료들을 차례로 넣고 라면 수프를 뿌렸다. 쑥찜팩으로 감싸 복대로 단단히 고정하고, 신문지에 싸서 초록 모포로 다시 감싸기까지 모든 절차가 군사작전처럼 신속했다. 이제 24시간만 버티면….
“죄수 번호 6848. 지금 뭐 합니까?”
낮고 단단한 목소리가 판금의 귀를 때렸다.
p. 167~168
독이 오를 대로 오른 장수가 그물을 바짝 조여 그녀의 목을 휘감았다. 지오의 안색이 창백하게 변해가는 절체절명의 순간, 판금의 눈에 낡고 억센 낚싯대가 들어왔다. 판금은 주저하지 않고 낚싯대를 집어 들었다. 15년 동안 담장 안에서 몸으로 익힌 것이 있다면 가장 적은 힘으로 상대의 급소를 무너뜨리는 법이었다.
“이 새끼가!”
p. 84~8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