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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듀서의 말
온 나라가 붉게 물들었던 2002년 월드컵, 가장 밝은 축제의 한가운데 가장 어두운 사연을 품고 있는 두 사람이 있습니다. 『오프사이드』는 무기징역수 판금이 부친상을 당하면서, 신입 교도관 지오와 교도소 밖으로 귀휴를 나가 벌어지는 이야기입니다.
무기수에게는 다시없을 사흘의 외출. 판금에게는 그 귀한 시간 동안 부친상을 치르는 것보다 더 중요한 일이 있습니다. 갓난아기 때 생이별을 겪어야 했던 하나뿐인 아들 해수를 만나는 일입니다. 한편 교도관 지오에게도 반드시 해야 할 일이 있습니다. 어느 날 증발하듯 사라진 엄마를 찾는 일입니다. 엄마가 남긴 마지막 흔적은 성주여자교도소, 그리고 판금을 가리키고 있습니다.
두 사람은 각자에게 필요한 조각들을 찾기 위해 사흘간 젓갈 공장, 산, 외딴섬, 바닷가를 누빕니다. 범죄에서 자신을 지키려다 되레 억울하게 평생을 갇히게 된 판금이 밖으로 나와서 멀리, 더 멀리 나아가는 대목들이 좋았습니다. 그것이 비록 소중한 존재를 찾아 헤매는 지난한 과정이지만, 이상하게 속이 뚫리는 것 같았습니다.
그렇게 멀리 달려갈수록 선명해진 것은 사건의 전말만이 아닙니다. 그동안 너무 납작하게 비추어졌던 한 사람의 삶입니다.
원고를 읽으며 누군가에게 ‘팔자가 사납다’고 말하는 이들의 얼굴을 떠올렸습니다. 사람들은 때때로 한 인간이 쌓아온 인생 겹겹을 쉬운 말로써 정의해버립니다. 처절하게 살아온 한 인생을 유별나다 취급하며 멀리합니다.
세상은 판금에게 ‘팔자가 사나운 여자’라고 할지도 모르겠습니다. 평범하다고 일컫는 인생과는 다르니까요. 따뜻한 국을 끓여주거나 등하굣길을 살펴주는 엄마가 아니라, 살아남기 위해 실세 교도관들에게 조아리고, 재소자들에게는 우표를 뜯어가며 아들에게 돈을 부치는 엄마니까요. 그렇다 한들 그 말이 판금을 담을 수 있는 전부일까요? 판금에게는 마음을 표현하는 자기만의 방식이 있습니다. 아들 해수를 향한 마음에도, 끝내 지오를 외면하지 못하는 순간에도, 표현 방법은 남다르지만 깊은 애정이 깃들어 있습니다. 그리고 바로 이것이 김미조 작가님이 인물을 빚어내는 방식입니다.
책의 제목이 여러 번 바뀌었습니다. ‘귀휴’에서 ‘붉은 여자들’ ‘판금과 지오’ 그리고 마침내『오프사이드』가 되었습니다.
‘귀휴’는 제도명 자체가 사람들에게 낯설고, ‘판금과 지오’는 인물 이름이다 보니 한눈에 들어오지 않을 것이 고민되었습니다. 그러다 작품 배경인 2002년 월드컵과 판금이 법정에서 억울하게 무기징역을 선고받는 과정을 보며 ‘오프사이드’를 떠올리게 되었습니다.
오프사이드는 아주 짧은 순간의 위치와 타이밍에 누가 보이지 않는 선 안에 있고 밖에 있었는지를 판단합니다. 판금의 삶도 이처럼 보이지 않는 선 위에 놓여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누가 안에 있고, 누가 바깥으로 밀려났는가. 이런 물음들을 담을 수 있을 것 같아, 작가님께 ‘오프사이드’를 제목으로 제안드렸습니다.
물론 판금은 선 밖으로 밀려났을지라도 달리고, 찾고, 사랑하며, 끝내 누군가를 포기하지 않았지만요.
자식과의 생이별, 사라진 엄마의 진실이라는 무겁고 비극적인 면을 품은 이야기인데도, 넉살과 유머 그리고 액션과 로드무비적인 매력까지 소화해낸 김미조 작가님께 박수를 드립니다. 그리고 판금과 지오의 여정에 함께해주신 독자분들께 감사드립니다.
안전가옥 PD
강현지 드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