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남은 자들
2022 신진 스토리 작가 육성 지원 사업 선정작 출간!
내일 우리는 저 수평선을 남아 있는 육지에서 ‘같이’ 바라볼 수 있을까?
‘장르 전문 스토리 프로덕션’ 안전가옥이 선보이는 새로운 라인업 ‘노크’의 다섯 번째 작품. 한국콘텐츠진흥원과 안전가옥의 ‘2022 신진 스토리 작가 육성 지원 사업’ 선정작이자, 홍파랑 작가의 첫 번째 소설이다. 《살아남은 자들》은 우리 모두 아직 직시하고 싶지 않은 미래를 감히 정면에서 바라보는 이야기다. 기후온난화에 따른 생존 가능 지면의 협소, 그에 따른 다문화가정을 향한 사회적 탄압, 평범했던 자들이 일으키는 잔인한 폭력과 그 위에 존재하는 조금 더 비열한 정치적 헤게모니.
이 모든 이야기의 끝에 기다리고 있는 것은 물속으로 잠겨 가는 인류의 미래일까, 혹은 그 안에서 답을 찾아내는 자들의 반전일까.
지금 당장 바라봐야 할 것을 제대로 바라보고 있는, 매우 영리한 디스토피아 판타지.
지금 《살아남은 자들》을 만나보려면?
종이책
목차
프롤로그
1 물에서 본 것
2 굶주린 배
3 무너진 아파트
4 뗏목 집
5 무임 발견
6 북쪽 방향
7 해방전선
8 타오르는 산
9 미끼
10 전투
11 살아남은 자들
작가의 말
프로듀서의 말
작가 소개
홍파랑
목포에서 어린 시절을 보낸 후, 대학에서 영화 연출을 공부하며 몇 편의 단편영화를 만들었다. 여러 일자리와 다양한 공간에서 만난 수많은 개개인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여 왔다. 독일에서 이방인으로 살게 된 이후로 조금 더 알록달록해진 빛깔들을 담아내는 작품을 만들고 있다. 꾸준하게 글을 쓰며 재미있고 아름다운 이야기를 하고 싶다.
반드시, 우리의 삶을 되짚게 하는 묵직한 울림
“태어났을 때에는 이렇지 않았는데 상황이 꽤 바뀐 것 같지 않아?”
서울특별시 마포구 성미산에서 한국인과 베트남인 부모 아래 지극히 평범하게 살아오던 엔리는 온난화에 의해 물에 잠긴 대한민국이라는 디스토피아와 만난다. 부모는 엔리의 눈앞에서 자유청년단의 손에 즉결 처형당했다. 그 전까지 지극히 평범했던 한 인간의 생존은 이제 사치이자 주장하기 어려운 권리가 되어 버렸다.
학살되기 전 엄마가 만들어 준 마지막 요리의 향신료 냄새, 함께 도망치던 동료가 깊은 물속에서 건져 올린 체리 사탕 통에서 풍긴 냄새.
사회적 다양성에 대한 날카로운 조망이 돋보이는 가운데 마지막 순간 내가 무슨 향을 맡는지 한차례 큰 숨을 쉬게 하는 ‘우리’의 ‘오늘’을 향한 간절하고도 진실한 스토리텔링.
2022 신진 스토리 작가 육성 지원 사업 선정작 출간!
범죄, SF, 판타지, 하이틴 스릴러까지, 평범한 일상을 위협하는 세상 모든 스릴러, 노크 시리즈
한국콘텐츠진흥원과 안전가옥은 ‘2022 신진 스토리 작가 육성 지원 사업’을 통해 총 여덟 명의 신인 작가를 선정했다. 단독으로 소설 단행본을 출간한 적이 없는 작가가 대상이었으며, 무엇보다 참신한 스릴러 작품들만을 선별했다. 스릴러 장르의 대가 서미애 작가의 특강과 안전가옥 스토리PD들과의 멘토링, 현직 작가들의 스릴러 작법 특강 등이 이어졌다. 신인 작가들의 작품이 품고 있던 반짝이는 아이디어와 신선한 플롯은 이 과정을 통해 좀 더 짜임새 있고 선명한 스토리라인으로 발전되었다.
노크 시리즈로 선보이는 작품들은 평범하고 일상적인 모티프를 가장 공포스럽고 위협적인 분위기로 확장하는 스릴러 소설들이다. 대리운전, 학교 폭력, 바다, 식물, 지하철, 기후위기, 초파리, 휴가와 같이 평범한 소재가 한순간에 우리 일상을 위험에 빠트리는 요소로 뒤바뀌면서 독자들을 한층 더 긴장하게 만드는 것이다. 범죄 스릴러, SF 스릴러, 판타지 스릴러, 하이틴 스릴러 등 다양한 장르와 결합한 신인 작가들의 패기 넘치는 스토리텔링이 장르 소설 독자들의 서가를 ‘노크’한다.
책 속으로
기후 재앙으로 수면이 높아진 한강은 크게 넓어져 있었다. 해수면이 20미터 이상 계속해서 오르자 정부는 결국 서울을 포기하고 수도를 세종특별시로 옮겼다. 여전히 안정을 찾지 못한 사회는 전남 영광, 경북 울진과 월성, 부산 기장의 원자력 발전소들이 모두 침수되어 하나둘씩 폭발 사고를 일으키기 시작하자, 걷잡을 수 없는 대혼란에 빠졌다. 원전 폭발로 인한 피폭을 피하기 위해 터전을 떠나야 했던 사람들이 한꺼번에 서울, 경기, 강원도로 몰려들었다. 사람들은 안전한 땅과 먹을 것을 위해 서로 뺏고, 죽이고, 싸워 댔다.
p. 13
“왜 우리야. 난 너랑 같이 안 가.”
엔리가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 아이의 입이 뾰로통하게 튀어나왔지만, 엔리 입장에선 볼에 낙인찍힌 흑인 아이와 같이 다녀서 좋을 게 없었다. 눈에 너무 띄고 위험해서 낮에는 절대 움직일 수 없을 터였다. 얼굴에 낙인도 없고 얼핏 봐서는 한국인처럼 생긴 엔리는 이 흑인 꼬마 때문에 위험에 빠지고 싶지도, 복수에 방해를 받고 싶지도 않았다.
“나 잠수 되게 잘해. 물속에서 통조림도 잘 건져 내고. 엄마랑 아빠가 그랬어, 나는 그러려고 태어난 것 같다고. 아홉 살밖에 안 됐는데 어떻게 이렇게 잠수를 잘하느냐면서 매일 칭찬했는걸? 나 때문에 많이 먹을 수 있다고 다행이라면서 그랬단 말야. 그니까 언니도 나랑 같이 다니면 잘 먹을 수 있어. 매일 배부르게 먹을 거야.”
아이가 말했다.
p. 42
“모든 것은 천명으로.”
여자가 허리를 굽히며 응했다.
“혹시 흑인 무임 봤나? 강 상류로 도망치다가 갑자기 사라졌단 말이지.”
키 큰 단원이 물었다.
“못 봤습니다. 갑작스럽게 배가 아파서 볼일을 보느라.......”
여자가 배에 손을 올리며 답했다.
“혹시 숨겨 주고 있는 건 아니고?”
머리에 기름이 잔뜩 낀 단원이 의심스러운 듯 물었다. 키 큰 단원은 여자의 집을 살펴보고 있었다. 물건이 거의 없는 집 안에는 벽 곳곳에 천명의 얼굴이 그려진 포스터와 자청단 포스터가 붙어 있었다. 동그란 원 안에 번개 표시가 그려져 있는 자청단 마크도 여기저기 보였다.
p. 75
역시 영광에서 죽였던 베트콩 무임들 자식인가 보군. 코는 이제 자리를 잡은 것 같고 눈알은 어떻지? 눈알을 좀 움직여 봐. 그렇게 부릅뜨면 안 좋아. 나를 쫓고 있다는 건 알았지만 정말 수용소까지 올 줄은 몰랐는걸. 입술이 썰려 없어져서 피투성이가 된 이빨로 벙긋대던 너희 엄마나, 제 코 좀 제발 썰어 가 주세요 하고 여기까지 찾아 들어온 너나, 글쎄 뭐라고 할까. 베트남 종족은 멍청하다고 해야 할까? 순혈인 너희 아빠는 어쩌다 무임이 친 덫에 걸렸을까?”
p. 175~17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