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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미권의 하우스 호러 영화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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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제
하우스호러
영화

가장 안전해야 할 공간인 집(House)에서, 가장 위험한 사건(Horror)이 벌어진다.

하우스 호러를 한 문장으로 설명하자면 딱 이정도가 아닐까 싶습니다. 집은 안전해야 하죠. 밥도 먹고, 잠도 자고, 아이를 키우기도 하구요. 이런 일들을 하기 위해서는 가장 먼저 ‘안전'이 담보되어야 하잖아요. 그래서인지 미국 같은 나라에서는 사유지를 침범하면 총으로 쏴도 정당방위라는 소문도 있더라구요. 그만큼 집이라는 공간을 ‘누구에게도 침해받지 않는 안전한 공간'이라고 인식하는 것 같아요.​
하우스 호러 장르는 이와 같은 인식에서부터 출발합니다. 가장 안전해야 할, 가장 안전하다고 믿는 공간인 집에서 이해할 수 없고 위험한 사건들이 벌어지는 거죠. 다른 무서운 공간들이야 안 가면 그만이지만, 집에는 무조건 가야 하잖아요. 왜 어릴 때 부모님들이 ‘밤 늦게 돌아다니면 위험하니까 일찍 일찍 들어와라’ 하시는데, 하우스 호러에서는 집이 가장 위험한 공간이 되는 거에요. 어휴, 생각만 해도 끔찍하지 않나요?​
[안전가옥 스토리 공모] 2019 봄 원천 스토리, 하우스 호러를 맞이하여, ‘하우스 호러'와 관련된 여러가지 이야기를 나눠 보겠습니다. 오늘은 그 첫 번째, 서구권의 정통 하우스 호러 영화들을 소개하도록 하죠.

파라노말 액티비티 (2009)

제작비 대비 수익률 1위로 기네스북에 등재 됨 호러 영화에서 파운드 푸티지(Found Footage) 방식의 대중화 하우스 호러 영화는 <파라노말 액티비티> 이전과 이후로 나뉨(이라고 신은 생각)
‘영화는 예산이 높을수록 예술성이 줄어든다’는 패기 넘치는 망언(어쩌면 명언)으로 유명한 제작사 ‘블룸하우스 프로덕션'의 존재를 세상에 알린 작품입니다. 동시에 ‘하우스 호러' 장르도 함께 주목받기 시작했죠. 유명해진 이유는 사실 단순해요. 적은 제작비로 엄청 많은 돈을 벌었거든요. 15,000(일만 오천)달러의 제작비로 193,400,000(일억 구천 삼백 사십만)달러를 벌어들였어요. 대략 천 배를 넘게 벌었네요. 제작비 대비 수익율 1위로 기네스북에 등재되었다고 합니다. 문자 그대로 어마어마한 상업적 성공.
그러니 ‘하우스 호러'를 소개하기 위해서는 <파라노말 액티비티>를 기준으로 삼을 수 밖에 없었어요. <파라노말 액티비티>가 하우스 호러의 시초는 아니에요. 그 전에도 하우스 호러는 많았어요. 알프레드 히치콕 감독의 <싸이코(1960)>, 스탠리 큐브릭 감독의 <샤이닝(1980)>같은 영화들도 하우스 호러의 범주에 넣을 수 있어요. (게다가 훌륭하기까지 하죠!) 하지만 <파라노말 액티비티>는 그 어마무시한 상업적 성공으로 인해 호러 영화의 판을 뒤집어 버렸고, 수많은 제작사들이 ‘하우스 호러'에 도전하도록 하는 마중물 역할을 제대로 했어요. 동시에 호러 영화에서 파운드 푸티지(Found Footage) 방식의 연출을 대중화시킨 작품이기도 하고요. (물론 최초는 아니에요)
* 파운드 푸티지(Found Footage)란?
파운드 푸티지는 영화 (또는 텔레비전 프로그램) 장르의 하나로, 모큐멘터리의 일종. 촬영자가 행방 불명 되었기 때문에 파묻혀 있던 영상이라는 뜻의 픽션 작품. 촬영자와 무관한 사람의 손에 건너 공개되었다는 설정이다. 제 삼자에 의해서 발견된(found) 미편집의 영상(footage)이므로, 파운드 푸티지로 불린다. 호러 작품이 많다. [출처 : 위키백과]
내용은 정말 단순합니다. 어릴 때 부터 자기 주변의 이상한 존재들을 느끼는 주인공(케이티)이 불안해하자, 남자친구(미카)는 집에 카메라를 설치해서 24시간 돌립니다. 그리고 카메라에는 이상한 것들이 찍히기 시작하죠. 그리고 시간이 지날수록 그 이상한 것들은 치명적인 위협으로 다가오기 시작합니다.
자, <파라노말 액티비티>에 드러난 하우스 호러의 특징을 살펴보죠.
1) 배경은 (2층에 침실이 있는) 저택 2) 거주자들을 괴롭히는 악령의 존재 3) 이상한 일들은 주로 밤에, 특히 인물들이 수면을 취하는 도중에 발생한다.​
가장 안전해야 할 공간인 집에서 가장 위험한 사건이 벌어진다. 어때요? 이 문장과 딱 들어맞는 이야기죠?

컨저링 (2013)

제작비 2천만 달러, 매출 3억 1360만 달러. (역시 초대박) <컨저링 2> <애나벨> <애나벨 : 인형의 주인> <더 넌> 등 ‘컨저링 유니버스’ 구축 <파라노말 액티비티>의 대성공 이후 등장한 정통 하우스 호러의 재현
하우스 호러 영화 중 <파라노말 액티비티>와 함께 반드시 체크해야 할 영화 <컨저링> 입니다. <쏘우>의 감독으로 이름을 알리고, <분노의 질주 : 더 세븐>, <아쿠아맨> 등 액션과 히어로 영화에서도 좋은 성과를 낸 제임스 완 감독의 작품이죠. 이 작품은 <파라노말 액티비티>에 비해 더욱 더 정통 하우스 호러의 느낌이 강한 작품입니다. 하우스 호러의 정석이라고 불러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예요.
미국 로드 아일랜드 해리스빌에 있는 거대한 저택에 한 가족이 이사를 옵니다. 애들만 다섯인 대가족이에요. 새 집에서의 설레는 기분도 잠시, 가족들은 밤마다 기이한 일들을 경험합니다. 가족들은 퇴마사인 워렌 부부에게 도움을 요청하고, 해리스빌에 도착한 워렌 부부는 과거 이 집에서 일어났던 끔찍한 사건들에 대해 알아내기 시작하죠. 집에 깃든 악령들은 가족들 중 가장 약한 존재에게 빙의하고, 이제 워렌 부부와 가족들은 힘을 합쳐 악령들을 몰아내야 합니다.
<파라노말 액티비티>가 파운드 푸티지 방식을 사용하는 등 다소 현대적인 방식의 하우스 호러였다면 <컨저링>은 오히려 1970년대의 실화를 기반으로 한, 보다 전통적인 방식의 하우스 호러를 보여줍니다. 다락방에 지하실까지 딸린 대저택을 배경으로 집안 곳곳에서 악령이 등장하여 가족들을 괴롭히죠. 악령은 모든 가족을 조금씩 괴롭히다가 육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나 가장 약해진 사람을 하나 골라 그 몸에 깃듭니다. 바로 엄마였죠. 가장 안전해야 할 공간에서 가장 위험한 사건이 벌어지는 것은 물론, 아이들 입장에서는 가장 안전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인 엄마가 가장 위험한 존재로 변합니다.
제작비 2천만 달러의 <컨저링>은 전 세계적으로 3억 1360만 달러를 벌어들이며 그야말로 흥행 초대박에 성공했고, 이후 <컨저링 2>, <애나벨>, <애나벨 : 인형의 주인>, <더 넌>으로 이어지는 컨저링 유니버스를 구축하기에 이릅니다. 수녀원을 배경으로 하는 <더 넌>을 제외하면 모두 정통 하우스 호러라 부를 수 있는 영화들이에요. 하우스 호러의 장르적 특징이 어디까지 확장될 수 있는지 보여주는 사례라고 할 수 있죠.
자, <컨저링>에서 드러난 하우스 호러의 특징을 살펴볼게요.
1) 배경은 다락방과 지하실이 딸린 거대한 저택. 2) 과거에 불길한 사건이 있었던 집에 아무것도 모르는 가족들이 들어온다. 3) 악령은 목표를 가지고 가족(=거주자)들을 괴롭힌다. 4) 퇴마사가 등장하여 악령의 정체를 파악하고, 대결 구도를 형성한다. 5) 결국 악령은 쫒겨나지만, 완전히 소멸된 것은 아니다. (시리즈 및 유니버스의 확장성)
<컨저링> 뿐만 아니라 컨저링 유니버스를 구성하는 영화들 모두 위와 비슷한 특징을 가지고 있습니다. 일종의 장르적 관습인 셈이에요. 그러니 하우스 호러의 정석이 궁금하시다면 꼭 감상하시기를 바랍니다. 기본을 알아야 변주도 가능한 것 아니겠어요?
저는 서구권의 하우스 호러 영화를 소개할 때 반드시 빼놓지 않는 콘텐츠로 <파라노말 액티비티>와 <컨저링> 시리즈를 꼽는 편이에요. 이 두 작품이 하우스 호러 작품 중에 최고라거나, 원조라거나, 가장 훌륭한 작품이라는 것은 아니에요. 하지만 일단 두 작품 모두 대중적인 성공을 거두었다는 점. 정통 하우스 호러 장르를 구현하는 데에 있어 <파라노말 액티비티>는 현대적인 변주를 시도하여 성공했고, <컨저링>은 전통을 재현하여 성공했다는 점. 이렇게 두 가지 특징만 놓고도 충분히 공부할 만한 가치가 있는 작품이라고 생각해요.
호러 영화 매니아들이 고전이라고 부르는 더 오래된 작품들도 많이 있지만, 저는 위 두 작품 외 영미권 하우스 호러 장르 콘텐츠를 몇 작품만 더 소개드리면서 글을 마무리하려고 해요.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힐 하우스의 유령>(2018) & 원작 소설

디자이너 선생님 절 올립니다 백 번 받으세요
넷플릭스에서 방영된 시기는 2018년이지만, 이 작품의 원작 소설은 하우스 호러의 고전이라 불러도 손색이 없을 정도입니다. 1959년 셜리 잭슨이 <힐 하우스의 유령>이라는 소설을 출간했고, 영화로는 두 번이나 제작(1963년, 로버트 와이즈 감독 / 1999년, 얀 드봉 감독)되었습니다. 그리고 2018년 넷플릭스에서 10부작 시리즈 드라마로 방영되었죠. 가장 현대적인 감각을 느끼고 싶다면 넷플릭스를 먼저 보시고, 고전의 재미를 느끼고 싶다면 소설을 먼저 읽으시면 좋을 거에요. (영화는 그냥 패스하셔도 될 것 같아요…) 셜리 잭슨의 소설 <힐 하우스의 유령>은 이후 호러 문학의 대가 스티븐 킹에게까지 영향을 끼치게 되는데요, 스티븐 킹이 직접 이 소설에서 영향을 받아 집필했다는 작품이 바로…

스탠리 큐브릭 감독 영화 <샤이닝>(1980) & 원작 소설

건치 배우들의 향연
원작은 1977년 출간한 스티븐 킹의 동명 소설입니다. 스티븐 킹은 셜리 잭슨의 소설 <힐 하우스의 유령>에서 영향을 받았다고 해요. <샤이닝>에서는 ‘집' 대신 ‘호텔'이 활용되는데요, 주인공이 호텔에 살기 때문에 저는 이 작품 역시 정통 하우스 호러라고 보는 편입니다. 악령이 깃든 호텔이 주인공을 이용하여 목적을 달성하려 한다는 설정까지 하우스 호러 장르의 관습을 충실히 따르죠. 소설과 영화 모두 명작이라 불리우는 이유가 있으니 한번쯤 확인해 보시길.

아리 애스터 감독 영화 <유전>(2018)

개인적으로 작년 본 영화 중 최고로 꼽는 아리 애스터 감독의 영화 <유전>입니다. 제가 워낙 호러 장르, 그 중에서도 하우스 호러 장르를 좋아하는데요. <유전>과 <힐 하우스의 유령> 이전까지는 한동안 이렇다 할 하우스 호러 장르의 영화가 나오지 않았거든요. 대저택을 배경으로 한다는 점과 가족이 주요 인물로 등장한다는 점은 <컨저링>과 같은 정통 하우스 호러의 서사를 따르지만, 악령이 인간과 관계맺는 방식을 아주 신선하게 표현했습니다. 호러와 미스터리, 그리고 스릴러를 적절하게 섞어 밀도있는 이야기를 완성시켰고, 마지막 장면에 이르러 컬트적 요소를 빼먹지 않는 하우스 호러의 종합선물세트 같은 영화였습니다. 강력 추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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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Shin(김신) "하우스 호러 영화가 적은 예산으로도 큰 성공을 거둘 수 있었던 이유는, 이 장르가 결국 시나리오와 연출의 힘으로 승부할 수 밖에 없기 때문은 아닐까 생각해요. 그걸 몰랐던 작품들은 꾸준히 실패해 왔거든요."
편집. Sol(고은비) "호덜덜... 영화 <유전>은 저 역시 2018 올해의 영화로 꼽았던 작품인데요. 다시 생각해도 호덜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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